[밀착카메라] '댕댕런' 뭐길래?…서촌 골목길 점령한 '민폐 러너'
[앵커]
'강아지 모양'의 러닝 코스, 일명 '댕댕런 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경복궁 주변에는 언제부터인가 러너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강아지 모양을 완성하겠다는 목표에 몰두하다보니 러너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을 경복궁은 나들이객으로 붐빕니다.
그 사이를 달리는 이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러닝 성지로 떠오른 경복궁입니다.
이곳에서 서촌 일대를 거쳐서 약 8km 정도 뛰는 코스가 유행인데요.
다 뛰고 나면 기록되는 코스가 이렇게 강아지 같아서 '댕댕런'으로 불립니다.
골목을 달리며 지도 위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드로잉런입니다.
[노동규/러너 : 지금 이렇게 올라와서 턱이랑 코 완성한 거고 이제 얼굴 쪽으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유행이 동네 풍경도 바꿨습니다.
한복점과 찻집이 있던 거리에 러닝샵이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이렇게 러닝복을 대여해주는 가게도 많은데요.
저도 옷을 갈아입고 한번 뛰어보겠습니다.
강아지 목덜미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선에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10분 정도 뛰어봤는데요.
시민들이랑 너무 많이 부딪힐 뻔해서 그만하겠습니다.
이 좁은 골목길, 사람 사이를 요리조리 뚫어야 합니다.
제가 지금 강아지 코 부분에 있습니다.
댕댕런을 완성시키려면 이 길목을 꼭 거쳐가야 하는데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길이 조금 좁습니다.
이렇게 팔을 벌리면 꽉 찰 정도고요.
바로 옆에는 또 차도라 앞에서 누가 달려오면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러너들은 차도로 달리거나, 사람들과 부딪힐까 아슬아슬 비켜갑니다.
위험합니다.
[서촌 인근 러너 : 저희 지금 댕댕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골목길인데…} 속도 빠르게 안 달리고 그냥 사람들 피해서 잘 달리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주한 사람들은 괜찮지 않다고 했습니다.
[서촌 인근 주민 : 안 비켜주면 약간 좀 '아, 씨' 막 이렇게 하고 간다거나 저희가 잘못한 게 아닌데, 짜증 내면서 가니까…]
[서촌 인근 주민 : 열댓 명씩 넘게 뛰어다니니까…]
러너들은 이 동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도 달려옵니다.
이곳은 고궁박물관 이용객들을 위한 무료 물품 보관소입니다.
그런데 한켠에 이런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러닝용품 그만이라고 써져 있는데요.
달리러 온 사람들이 여기를 옷이나 운동화 무료 보관소로 이용하면서 이런 공지까지 붙게 된 겁니다.
[서촌 인근 러너 : 근처에 이제 가방 맡길 수 있는 곳 검색해서 알아보다가 여기 물품 보관소가 무료라고 올라와 있어 가지고…]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 : 너무 많아요. 소문, 소문해가지고. 원래는 음료수 자체를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는데 음료수도 거기다 놓고 가요. 뛸 때는 못 갖고 뛰니까.]
종로구는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붙였습니다.
다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결국 서로 배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코스지만 매일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보행로입니다.
함께 쓰는 길인 만큼 배려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원동주 VJ 김광준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김동환 영상디자인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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