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격추된 美전투기 조종사, 낙하산 망가져 시속 160㎞로 ‘쾅’
자유낙하 하면서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기도
척추ㆍ어깨ㆍ팔 골절됐지만, 기어서 해발 2130m 능선 올라
50시간 만에 구출
“내 얘기가 아니라, ‘한 사람도 남기지 않기 위해 , 무엇을 기꺼이 하는지 보여준 사례”

지난 4월2일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 시 남쪽 산악 지대 상공에서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격추됐다. 3000만 달러짜리 첨단 전투기가 이란군의 10만 달러짜리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이 전투기에 타고 있던 2명의 장교 중 조종사 ‘알파(호출부호ㆍcode name)’와 무장관제장교(WSO) ‘브라보’는 서로 8㎞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알파는 추락 수시간 만에 구출됐지만, 브라보 대령은 척추와 어깨,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란군의 추적을 피해 고도 2100m의 능선 위로 올라갔으며 추락 50시간 뒤 미군의 대규모 수색작전 끝에 구조됐다. 최근 미군 역사상 가장 복잡한 수색 구조 작전 중 하나였다.
미국 CBS 방송의 ’60 미니츠(Minutes)’는 13일 호출부호 브라보인 WSO 대령과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해군 대장), 댄 케인 합참의장,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인터뷰해 당시 상황을 들었다. WSO는 전투기의 레이더·센서와 무장·표적 탐지, 공격 시스템을 담당하는 장교다.
쿠퍼 사령관은 “그날 저녁 듀드(Dude)44(전투기 코드네임)의 임무는 드론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산업시설을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때까지 약 1만3000회 임무를 수행해, 우리는 제공권(制空權)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미국 캔사스 상공을 날고 있었던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쟁 시작 5주째였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일 밤 자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 처음 든 생각은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늘 알고 있었지’였다. 헤그세스는 CBS에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들은 괜찮은가. 이란이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살아있든 아니든, 우리는 그들을 데리러 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격추된 브라보 대령은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통상 항공기를 살리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졌고 곧 사출(射出)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하게 사출 결정을 내린 조종사이자 동료인 알파에게 “우리의 목숨을 구한 것에 대해 평생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위에 있어야 할 낙하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보의 낙하산은 이란 미사일 충격 때 손상됐다. 사출한 뒤에 “어느 순간 위를 올려다 봤는데 낙하산이 보이지 않았다.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브라보는 공중에서 잠시 멈추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하지만 제가 이 일을 헤쳐 나가게 된다면,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는 “자유낙하였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브라보는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는지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낙하산이 펼쳐지도록 하거나 걸린 부분을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브라보는 이후 군 전문가들이 자신의 부상과 상황 설명을 토대로 시속 70~100마일(약 113~161km)의 속도로 지면에 충돌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땅에 충돌하는 순간은 “화물열차에 치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살아났느냐”는 질문에 “현대의 기적이다. 하나님이 내 삶에 베푸신 섭리의 증거라고 믿는다. 부상을 막아 주시진 않았지만, 생존 능력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게 하셨다”고 말했다.
충돌 충격으로 브라보는 척추와 팔, 어깨가 부러졌고, 발목을 접질렸다. 머리와 얼굴에도 여러 상처로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착지하자마자 즉시 착지 지점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에도, 우리는 모두 직면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극복하도록 훈련 받는다”고 말했다.
브라보는 “우리가 날고 있던 이란 중심부에는 높은 산과 계곡들이 있었다. 양쪽에 절벽이 있는 그런 계곡 중 하나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보는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은 위쪽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자그로스 산맥의 7000피트(약 2134m) 높이 능선으로 걷고 기어올랐다.
브라보는 그런 부상을 입고 어떻게 산을 오를 힘을 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의욕(motivation)이 없어서, 이란 TV에 잡혀 나오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진짜 그런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브라보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생포에는 현상금이 붙었고,이미 무장단체들이 이들 미군 승무원들을 찾아 수색하는 동영상들이 인터넷에 나왔다.
전직 전투기 조종사인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두 장교가 테헤란 시내 어딘가에서 사람들 앞에 끌려 나와 텔레비전에 등장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고 CBS 방송에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 쿠퍼 제독은 “우리는 이란군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었다. 10마일(약 16km) 반경 안에 약 1500명의 이란군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락 후 6시간이 지나, 미국은 조종사 ‘알파’의 위치를 파악했다. 주간에 21대의 항공기가 작전에 투입됐고, 구조에 직접 참가한 헬리콥터 2대는 총격을 받았다.
헤그세스는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내내 총격전이지만, 그들은 알파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즉시 아직 절반밖에 끝나지 않은 일의 나머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브라보는 여전히 실종 상태였다. 그리고 이란에서 첫날 밤이 찾아왔을 때에 브라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브라보의 첫 메시지 “하나님은 선하시다(God is good)”
브라보는 은신 가능한 장소를 찾자마자, 통신을 준비했다. 그는 “내가 겪었던 모든 일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되었을 때, 나는 ‘하나님은 선하시다’고 보냈다. 하나님이 내가 이 모든 일을 겪고 여기까지 오게 하셨다고 인정하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쿠퍼 사령관은 “다쳤고, 이동 중이다(I’m hurt. I’m moving)” “하나님은 선하시다”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당장 구조 작전을 펼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상황이 맞지 않았다며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고, 결국 ‘오케이, 24시간 미루자(roll 24)고 했다”고 말했다. 브라보는 물도 음식도 없이, 높은 산악의 바람과 추위 속에서 또 하루를 온전히 버텨야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란군을 혼란시키는 기만 작전과, 브라보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위한 1급 비밀 기술을 동원한 작전을 전개했다. 브라보를 구조하는 길을 확보하려고 미군 폭격기와 드론이 인근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을 공격했다.
◇”한 명 구출하려고 100명의 목숨을 걸었느냐”는 질문에
두번째 구출 작전에는 지상에 92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쿠퍼 사령관은 “4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군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1980년 4월 카터 행정부 때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52명을 구출하려고 특수부대원들을 투입했다가 사막의 모래 폭풍 속에서 실패한 이글 클로(Eagle Claw) 작전 이래 처음이었다. 공중에는 수백 명이 또 있었고, 전체적으로는 3000~5000명이 구조 지원에 참여했다.
CBS 기자는 “그러니까 한 사람을 데리고 나오려고 지상에서 목숨을 걸어야 했던 다른 군인들이 거의 100명이나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우리는 필요하다면 더 많은 인원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보는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어떤 병력을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보내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곧 브라보 앞에서 미군에서 PJ(Pararescuemen)라고 부르는 미 공군의 정예 구조요원들이 나타났다. 브라보는 “PJ가 그 능선에서 제 앞에 나타난 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기억했다.
브라보는 구조대원들이 자신에게 건넨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은 “갑시다(Let’s go)”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구조기의 랜딩 기어가 임시 활주로의 사막 모래에 박혀 버렸다. 항공기들은 이륙할 수 없었고, “미군 최고의 졍예대원들”(쿠퍼 표현)과 브라보는 현장에 발이 묶였다.
결국 또다른 미 공군의 특수부대원들이 구출하러 온 뒤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미국은 이란 수중에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당 1억 달러나 하는 항공기 2대와 소형 구조헬기 ‘리틀 버드(Little Bird)’까지 모두 파괴했다.
◇”미국민이 이 구조작전에서 뭘 알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격추된 지 50시간 후, 브라보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4월 5일 부활절 일요일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아내와 통화했다. 브라보는 “아내가 보여준 강인함이 정말 자랑스러웠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CBS 기자는 브라보에게 “미국인들이 이 구조 작전에 대해 뭘 알아주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이것은 내가 뭘 겪었느냐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미국이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기꺼이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을, 팀워크와 훈련, 신앙, 결정,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종사 알파는 이미 공군 비행 임무에 복귀했고, 보안상의 이유로 CBS의 ’60 미니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대신 성명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저와 브라보를 구조하려고 작전을 수행한 전투수색·구조 전문가들과 합동군의 전문성과 전술적 역량에 지금도 경탄합니다…저와 제 가족이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복무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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