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조절론’에 중국 ‘냉소’…“안전의 탈을 쓴 사다리 걷어차기”

이중근 2026. 9. 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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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공멸의 공포'를 호소하며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제안했지만, 가장 중요한 주체인 미중 양국 정부로부터 이들의 주장은 철저히 배척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AI 속도조절론' 뒤에 자신들의 추격 속도를 늦춰 독점적 지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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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공멸의 공포’를 호소하며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제안했지만, 가장 중요한 주체인 미중 양국 정부로부터 이들의 주장은 철저히 배척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AI 속도조절론’ 뒤에 자신들의 추격 속도를 늦춰 독점적 지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대응 ① — "인류의 안전을 내세운 냉전식 각본"

중국의 첫 반응은 냉담함을 넘어 강한 반발에 가까웠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环球时报)는 13일자 논평 「중국 AI를 겨냥한 미국 '기술 우익', 냉전식 각본을 꺼내 들다」에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AI 개발 속도 조절론을 '냉전식 각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환구시보 논평


환구시보는 아모데이가 AI 안전을 위해 최첨단 AI 개발의 속도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개발 속도를 늦추는 틈에 중국이 따라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을 꼬집었습니다.특히 아모데이가 ▲중국에 대한 고성능 AI 칩 및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 금지 ▲중국 기업의 미국 AI 모델 대상 '증류(distillation)' 행위 제한 등을 언급한 대목을 문제 삼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이를 두고 "겉으로는 전 세계 AI 안전을 위한 이성적 제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을 겨냥한 AI 분야의 냉전식 각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I 발전이 인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해법이 미국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규제 틀에 다른 국가들을 편입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 측 논리입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오늘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인공지능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각종 위협론을 퍼뜨리고 대립과 악의적인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반응에는 'AI 속도 조절론'은 결국 인류의 안전을 명분으로 후발 주자의 추격을 막으려는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의심도 깔려 있습니다.

■ 중국의 대응 ② — "글로벌 사우스와 AI 협력 확대"

중국은 미국 AI 업계의 속도 조절론과, 미국 안보기관 3곳이 최근 중국 기반 AI 기업을 겨냥해 사이버보안 권고문을 낸 것이 모두 큰 틀에서 중국 견제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은 최근 공동 권고문을 내고 중국 기반 AI 기업들이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을 대상으로 대규모 '지식 증류'를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관 기사] 중국은 미국의 AI를 훔쳤을까?…‘증류’ 논쟁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660002

중국은 이 같은 미국 측 움직임에 맞서 신흥국과 개도국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AI 협력을 확대해 중국 주도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서 'AI 오픈소스·포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중국이 BRICS 국가들을 위한 AI 오픈소스 구역을 우선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에는 중국이 추진해 출범한 세계 AI 협력기구(WAICO)에 BRICS 국가들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도 나타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중국의 AI 모델을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이들을 중국 AI 생태계로 끌어들인 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지를 배경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AI 표준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AI 생태계와 중국이 주도하는 AI 생태계로 전 세계가 둘로 나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은 미국 진영이 최첨단 모델과 반도체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겠지만, 앞으로 피지컬 AI가 본격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력이 높은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 진영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습니다.

■ 24일 미·중 정상회담 — '인류의 안전'과 '패권 경쟁' 사이

이제 시선은 오는 24일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으로 향합니다.

양국 정상이 냉전 시기 핵 군축 협상처럼 AI 위험성에 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고, 경쟁의 안전장치를 이야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AI 업계의 속도 조절론을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의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AI 속도 조절론에 대해 "일어나지 않을 일을 꺼내는 부정적 세력이 많다"며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이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해, 현재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AI 위험을 관리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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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기자 (news2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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