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시훈 부산도시공사 조경사업부장 “공원은 도시의 장식 아닌 미래의 기후대피소”
오시리아엔 탄소흡수 식물 ‘황근’
BMC 조경 가이드라인 최초 개발
신도시에 부산형 식재모델 적용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공원. 화려한 꽃이나 수종으로 채우는 ‘과한 화장’ 없이 건축물과 바다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7년 전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산책자의 동선과 시선의 이동까지 고려해 나무를 배치하고, 본디 이 지역에 자라던 탄소 흡수 능력이 탁월한 순비기나무 군락지를 보존·복원한 결과다. 이 같은 섬세한 공간 기획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과거엔 조경이라 하면 데코레이션 공사, 마지막 공정으로 자투리 공간에 나무만 심는 개념이었죠. 물론 예쁜 게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면 공원녹지가 가진 효용가치를 잃을 수 있어요. 최근엔 공원녹지 설계, 조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과거엔 개발 관련 법에 따라 정해진 최소한의 공원녹지 면적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기후대응 인프라로서 공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어요.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식물을 심고 바람길을 만들어 주변 온도를 2~3도씩 낮추죠. 공원은 이제 설계 단계부터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는 핵심 기반시설이 됐어요.”
부산 도심의 공원 기획자라 할 수 있는 부산도시공사(BMC) 오시훈 조경사업부장은 “조경이 곧 도시계획”이라면서 “건축물을 제외한 눈에 보이는 모든 외부 경관이 조경의 대상”이라고 했다. 나무를 심고 가꾸기도 하지만 이용자의 동선과 시선, 생태, 디자인을 모두 고려하는 공간 기획, 공간 설계가 조경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할 당시 선유도 공원, 서울숲, 청계천 복원사업,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보며 조경에 더욱 매료됐다.
지난해 부산시 아름다운 조경상을 수상한 오시리아 워터프론트파크에도 제주에서 데려온 준맹그로브 식물 ‘황근’이 무사히 안착해 있다. 황근은 대표적인 블루카본 식생 중 하나로, 다른 수종 대비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공부하다 10~20년 뒤엔 부산의 기후가 제주도와 유사해질 것이란 걸 봤어요. 이거다 싶었죠. 제주로 가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제주도와 전남 신안군에만 자생하는 황근을 알게 됐어요. 영하의 날씨엔 죽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부산에서 지난겨울 영하권 추위도 견뎌냈어요. 염분에도 강해 바닷물에 잠겨도 생육에 문제 없는 식물이고요. 앞으로 다른 육지에서도 활약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도시계획을 더 공부하고 싶은 갈증이 커진 오 부장은 대학원에 진학했다. 도시계획을 공부하며 부산도시공사만의 조경설계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2023년 부산도시공사 창립 최초로 BMC 조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이 처음 적용된 계획이 센텀2지구 공원으로, 10만㎡ 규모의 중앙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부산형 식재모델도 개발했다. 앞으로 조성될 가덕도 공항복합도시, 제2에코델타시티 등은 이 식재모델을 참고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탄소흡수공원이나 탄소상쇄공원이 최근 많이 부각되고 있어요.” 이와 연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 외부 사업 참여도 검토 중이다. 오시리아 생태숲 등을 대상으로 내년 공원녹지 분야 탄소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환경에 이로운 일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더릭 옴스테드가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했던 말이 유명하죠.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고요.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폭염, 미세먼지 때문에 대피해야 할 때, 지금 확보해둔 공원녹지가 100년 후 미래 세대의 기후대피소가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