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우려에는 ‘공포감’ 기술 견제에는 ‘거부감’…중국에서 본 AI 속도 조절론
중 관영매체 ‘중국견제책’ 비판
해외 AI발 보안 우려에는 촉각
중국 참여하는 거버넌스 원해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속도 경쟁을 이끄는 양대 축이다. AI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규정한 중국에서 ‘속도 조절론’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책으로 이해되며 반발을 사고 있다. 다만 AI가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중국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서방 기업인들이 중국의 AI 우위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위협론을 퍼뜨리고 악의적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AI 글로벌 거버넌스의 진전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이어 “AI 발전은 전 인류의 공동 복지와 관련된 문제”라며 “각 측은 함께 AI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선(善)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 기사에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미국의 ‘기술 우파’로 규정하며 AI 속도 조절론이 냉전 시대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이는 앤트로픽이 AI의 위험성을 주장하면서 중국발 안보 위험을 유력한 근거로 들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사의 생성형 AI 클로드를 활용한 ‘인공지능 오용 탐지 및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알리바바, 문샷AI, 딥시크 등 중국 기업들이 가계정이나 해외 중개서비스를 이용해 각각 수백만 건 이상의 질의를 클로드에 입력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자사 AI를 학습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불법 증류 기법’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비판이다. 해킹, 생물학 무기 개발 등에 클로드를 활용하려 한 사례도 담겼다.
보고서에는 프랑스, 튀르키예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사례들이 담겼지만, AI 속도조절론 제기 과정에서 중국발 위험이 부각됐다. 글로벌타임스는 “AI 안보 문제를 주요 강국 간 협력 과제가 아닌 지정학적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서도 AI의 악용이나 안보 위험에 대한 우려는 깊다. 다만 기술 개발의 속도 조절보다는 사전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한 해결을 선호한다. 중국 기업은 AI 모델 출시 전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에 모델을 등록하고 보안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통상 1~3개월이 걸린다. 지난 7월부터는 AI 챗봇의 가상 연애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등 정서적 의존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도 시행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런 통제 절차의 영향으로 중국보다 미국의 AI 산업이 더 속도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속도전에 나서는 분야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도 속도 조절론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 개발자들은 중국 기업들의 빠른 추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I 핵심 기술은 미국이 앞서 있으며 중국은 응용과 상용화 중심으로 경쟁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빠른 상용화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실생활에서 중국 AI의 점유율을 늘려서 표준을 선점한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자국이 통제할 수 없는 해외 AI로 인한 위험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보안 위험을 경고했으며, 7월에는 클로드 삭제를 권고했다. 그렇지만 미·중이 서로의 AI 기술을 우려해 건별로 규제를 하는 상황은 대중국 기술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하에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AI 분야에서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타국의 안보보다 자국의 안보를 우선시하는 행태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이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안에서 글로벌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안전 대화’를 제의한 배경이다. 로이터통신은 미·중이 오는 24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 중순 AI 안전대화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자국의 AI 발전 전략이나 군사적 활용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중국의 ‘개방형 AI’ 전략에 지식재산권의 잣대를 적용하려는 것에도 반발이 예상된다.
AI 안보 문제는 미·중 대립이 첨예하지만 공통적으로 위태롭다고 인식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규모 보안 연구회사 캘리프가 ‘위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 해킹 방법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프는 위챗의 모회사 텐센트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텐센트는 보안 조처를 했다. 테크 폴리시 프레스 등 AI 감시 비영리 단체들은 이 사례를 미·중 신뢰 구축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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