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복식이 ‘한복’이라니…경주 15억 미디어월 ‘황당’
경북문화관광공사 “시연 중 오류…정식 운영 전 수정”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국제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한복판에 어처구니없는 전시물이 등장해 시민과 관광객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POST APEC 미디어월'이 중국풍의 복식을 우리 고유 전통의상인 한복으로 둔갑시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보문단지 내 수상공연장 뒤편 광장. 2025 APEC 기간 호반광장에 설치했던 시설물을 옮겨와 재설치한 이곳에는 높이 3m, 폭 1m 규모의 대형 전광판이 APEC 21개 참가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패널 앞 관광객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화면 상단에 '중국(China)'이라는 국가명 아래 전통복식 명칭으로 '한복, HANBOK'이 버젓이 표기돼 있었다.
특히 '저고리와 풍성한 치마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대표 전통 복식입니다'라는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정작 배경에는 중국풍 옷을 입은 남성이 서 있는 기괴한 화면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가족들과 산책을 나왔다가 중국 화면에 당당하게 'HANBOK'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요즘처럼 역사 왜곡에 민감한 시기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에서 자칫 한복이 중국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 너무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한복을 자국 소수민족 문화로 편입하려는 이른바 '한복공정'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에서, APEC을 기념하는 공공 시설물에서 이 같은 참사가 벌어진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기가 막힌 것은 이를 관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의 안일한 태도다. 공사 측은 다음 달 1일 준공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시연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공사 관계자는 "10월 1일 정상 가동을 앞두고 기기 모듈 불량이나 콘텐츠 미비점을 찾아내기 위해 시운전을 하는 과정이었다"며 "송출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문제점을 잡아내는 기간인 만큼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며 즉각 수정해 정식 운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연 중이라도 국가 정체성이 걸린 중대한 오류를 방치해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정 난맥이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기획부터 검수까지 기본적 필터링조차 작동하지 않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한 외주업체의 실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