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피’에 갇힌 코스피···유가 100달러 돌파에 ‘AI 속도조절론’까지 가세

김상범 기자 2026. 9.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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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폭등·금리 인상 우려·AI 둔화 ‘삼중고’
FOMC 점도표·국채 금리 5% 재돌파 여부가 관건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주 메디나 남쪽 동서 송유관 일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담은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고, 그 여파로 금리마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코스피 지수가 된서리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공지능(AI) 업계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AI 속도 조절’을 입에 올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에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지수도 13.85포인트(1.69%) 하락한 806.79에 거래를 마쳐 2거래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996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1715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2조9722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다.

가장 큰 악재는 국제유가다. 지난 10일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손상되면서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이 송유관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홍해로 빼내는 사실상 유일한 우회로였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107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지난 11일에는 109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110달러에 근접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기름값이 물가를 밀어 올리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97%까지 올랐다.

AI 속도 조절론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개인 블로그에 ‘우리는 프런티어(최첨단)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AI 모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밝혔다. 학습이나 기술 발전을 멈추자는 게 아니라, 안전성을 검증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업계가 함께 보조를 맞추자는 취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고, 일론 머스크 xAI CEO 역시 “그의 말이 맞다”고 화답했다. 경쟁하듯 돈을 쏟아붓던 AI 선두 기업들이 동시에 제동을 걸자, 시장에서는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이에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AI·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4.05% 내린 24만9000원, SK하이닉스는 6.35% 내린 169만7000원에 각각 마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키옥시아, 대만 TSMC 등도 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정사실화된 9월 금리 인상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AI 속도 조절론으로 인한 업종 전반 약세가 전개되고 있다”며 “FOMC에서의 2026·2027·2028년 점도표 수준과 FOMC 이후 10년물 금리의 5% 재돌파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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