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핑계’ 1조원대 세금 탈루…국세청, 배민·무신사·풀무원 등 41곳 세무조사

허인회 기자 2026. 9. 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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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핑계로 가격을 대폭 올린 뒤, 원가를 부풀리거나 변칙 거래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41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배달의민족과 무신사, 풀무원 등 서민 생활물가와 직결된 주요 플랫폼 및 식음료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이들의 총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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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역외 탈세 배민부터 원가 부풀린 풀무원·무신사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 전가한 시장 교란 행위 포착”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의식주 생활비 관련 물가 불안을 조장하는 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핑계로 가격을 대폭 올린 뒤, 원가를 부풀리거나 변칙 거래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41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배달의민족과 무신사, 풀무원 등 서민 생활물가와 직결된 주요 플랫폼 및 식음료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이들의 총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14일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체감 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관련 업체와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의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 및 외식 프랜차이즈, 배달 플랫폼 등 16곳, 패션 플랫폼 2곳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 8곳과 중소기업 33곳으로, 이 가운데 2곳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다.

국내 배달 플랫폼 1위인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 거래를 거쳐 독일 모기업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세금 1000억원가량을 내지 않은 역외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관계사에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거나,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 등 입점업체에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떠넘긴 정황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를 비롯한 2개 패션 플랫폼 역시 우월적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들은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전가하면서 고의적인 매출 누락,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광고비·용역비 과다 지급 등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사주가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등 사익을 편취한 행위도 포착됐다.

코스피 상장 종합식품업체인 풀무원은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올렸으나,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떠넘긴 혐의를 받는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경비를 대신 지출하고 증여세를 탈루한 정황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또 다른 소스·만두류 제조업체는 퇴직 임원의 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일하는 해외 법인으로 거액을 송금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갑질과 방만 경영도 적발됐다. 전국 2000개 가맹점을 보유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는 사주의 사적 지출을 가맹점 지원 비용으로 위장하고, 사주 자녀 법인에 알짜 직영점을 무상 양도한 뒤 식자재를 헐값에 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또 다른 가맹본부 사주는 법인 명의로 수억원대 슈퍼카 3대를 굴리고, 인테리어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은닉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계란 가격 폭등을 유발해 담합 제재를 받았던 양계농장 11곳도 철퇴를 맞았다. 이들은 거래처에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대금을 차명계좌로 챙겨 수십억원대 수익을 누락하거나, 축산소득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배우자 명의의 유령 양계장을 차려 세금을 탈루했다.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챈 유통업자들도 덜미를 잡혔다. 할당관세 0%로 돼지고기를 수입한 한 업체는 대표 자녀 명의의 유령 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마진을 챙긴 뒤 폐업했고, 저율 관세로 참깨를 수입하던 업체 대표는 빼돌린 법인 자금으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원가 절감 대신 가격을 올리고 거짓 세금계산서와 허위 원가로 이익을 축소해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시장 교란 행위를 포착했다"며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된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집중 검증하고, 차명계좌 은닉 등 조세범죄 혐의가 확인되는 즉시 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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