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피난처’는 백두대간…제주·해안 생태 회복력 취약

반기웅 기자 2026. 9. 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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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중턱에 둥지를 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벌매’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 │한국멸종위기 야생동식물보호협회 양양지회 제공

백두대간을 비롯한 고지대 산림의 생태계 회복력이 해안과 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 국면에서 고지대 산림이 ‘기후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환경연구원, 포유류·지형·기후 자료 분석

14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지난달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게재한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내 포유류 기반 생물기후 생태계 회복력 지수(BERI) 산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 BERI는 0.344로 나타났다. BERI는 지역에 따라 0~0.58의 값을 보였다. 해안과 도시 지역에서는 낮았고, 백두대간과 영남 지역의 고도가 높은 산림에서는 높게 나타났다.

생태계 회복력은 생태계가 교란을 흡수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BERI는 기후변화에 생태계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서식지의 보전 상태와 연결성, 생물 종 구성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연구진은 국내 포유류 29종의 분포와 지형·기후 자료를 분석해 전국의 생태계 회복력을 평가했다.

설악산·지리산 국립공원, 모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높은 생태 회복력 유지

먼저 서식지 상태는 산림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특히 백두대간을 따라 지수가 비교적 높았다. 설악산·오대산·월악산·지리산 등 국립공원은 서식지 상태 지수가 0.9 이상을 기록해 평균(0.69)을 웃돌았다. 반면 수도권과 부산·대구 등 대도시 주변 지역과 서해안 평야 지역에서는 낮은 값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법적 보호 체계가 국내 산림의 서식지 보전성과 연결성 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최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정산은 낙동정맥 남단에서 산림 연속성을 보전하는 거점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의 양떼목장.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미래의 종 구성이 현재와 얼마나 비슷하게 유지될지를 분석했더니, 고위도·고지대 내륙에서는 종 구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남부와 동부 해안, 도서지역에서는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강수량의 계절적 변화가 미래 종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라 포유류가 북쪽이나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고위도·고지대 지역이 기후 피난처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백두대간과 같은 기후피난처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설악산과 지리산 국립공원은 모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높은 BERI를 유지했지만, 태백산~소백산 구간은 중·고배출 시나리오에서 BERI가 낮아졌다. 서식지가 잘 보전된 지역도 기후변화에 따른 종 구성 변화에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백두대간 중부 구간은 서식지 보전성이 높더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종 구성 변화에 취약할 수 있어 해당 구간의 생태통로 연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해안·도서 지역도 서식지 복원을 통한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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