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고물가에 미 통화정책까지⋯한은 긴축 보폭 넓히나

배근미 기자 2026. 9. 14. 14: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가 수일째 100달러 상회⋯중동 리스크에 2%대 물가 안착 '빨간불'
美 연준 긴축 장기화·환율 불안 고조⋯한은 통화정책 시계도 '안갯속'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국제유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산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고물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 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상방 압력이 커져 향후 경로 역시 짙은 안갯속에 갇히게 됐다.

14일 국제금융센터와 런던 ICE·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2% 이상 오른 배럴당 107달러대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2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에 따른 송유관 폐쇄와 이란-걸프국 간 회담 연기로 중동 사태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며 원유 수급 불안이 심화된 영향이다.

이 같은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3.1%로 반등해 단기간 내 물가안정목표인 2% 안착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뜩이나 성장률 호조에 따른 수요 측 상승 압력이 높은 가운데 재차 덮친 공급 충격은 수입물가를 거쳐 가공식품과 서비스 물가로 빠르게 전이될 공산이 크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야기한 고유가인 만큼 현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가까스로 안정화된 환율 상승 압력도 한은의 긴축 시계를 자극하는 뇌관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직후 일제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연준이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 페달을 밟는다면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흐름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확대되는 한미 내외금리 차 역시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을 자극하는 주요 위험 요소다.

시장에서는 복합 변수 속 한은의 딜레마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전제로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점을 살피고 있지만, 국제유가 폭등이 2차 파급 효과로 이어지고 환율마저 흔들릴 경우 긴축 기조를 당초 계획보다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축을 강화하면 고금리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담과 부동산 관련 금융 불안이 가중될 수 있고, 반대로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경우 물가 기대심리와 환율 불안을 다시 자극할 수 있어 진퇴양난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메시지와 향후 점도표 변화, 중동 사태의 향방이 한은 통화정책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 속도조절을 강조해온 한은은 연준의 결정 자체보다 국내 상황을 더 주의 깊게 살피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한은의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고 빨라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1월과 내년 1분기 두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최종금리가 3.5%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미국 통화긴축 여부 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고려해 3.75%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도 높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