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00일 앞두고 제주서 ‘원팀’… 대한항공·아시아나, 남은 건 사람·좌석·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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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7일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 회사가 됩니다.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과 아시아나항공 제주공항서비스지점은 지난 8일과 10일 한라생태숲 야외교육장에서 합동 항공안전·보안 캠페인을 열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를 거쳐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올해 5월 양사는 합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포함한 5개 항공사는 기업결합 시정명령이 적용되는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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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선임순위·협력사 고용·마일리지까지… 조직 안팎 이해관계 조율 과제
청주~제주 좌석 유지 완화 요청도 공정위 심의… 통합 효과, 제주 승객 체감이 관건

오는 12월 17일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 회사가 됩니다.
통합을 꼭 100일 앞둔 지난 8일, 제주에서 두 회사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과 아시아나항공 제주공항서비스지점은 지난 8일과 10일 한라생태숲 야외교육장에서 합동 항공안전·보안 캠페인을 열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항공안전과 보안 지식을 겨루는 퀴즈대회와 모범 직원 표창, 보안문화 실천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행사에서 내건 말은 ‘원팀(One-Team)’이었습니다.
통합을 코앞에 둔 지금 이 말은 사내 캠페인의 구호에 그치지 않습니다. 12월 16일 합병을 거쳐 이튿날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할 예정이지만, 같은 기준과 절차가 현장에 자리 잡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먼저 확인한 안전은 출발점입니다. 조종사 경력과 승진 순서, 공항 협력사 고용, 마일리지, 노선과 좌석 공급까지 조율해야 할 사안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 6년 가까이 달려온 합병… 이제 사람과 현장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2020년 11월 시작됐습니다.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를 거쳐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올해 5월 양사는 합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6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은 1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법인이 하나가 된다고 작업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운항과 정비, 객실에서 예약·발권과 탑승수속, 수하물 처리, 지연·결항 대응까지 두 회사가 따로 운영해온 체계를 연결해야 합니다.
항공안전과 보안에서는 작은 판단 차이도 허용하기 어렵습니다. 항공기 한 편이 뜨기까지 여러 직군의 업무가 맞물리는 만큼 매뉴얼과 교육, 현장 지휘체계까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번 제주 행사가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선언문을 함께 읽는 것보다 어려운 과정은 실제 공항에서 시작됩니다.
■ ‘원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해관계
조직 내부의 분위기가 한 방향으로 정리된 것도 아닙니다.
조종사 사이에서는 선임순위, 이른바 ‘시니어리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기장 승격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각각 쌓아온 경력을 어떤 순서와 원칙으로 배열할지를 놓고 이해가 엇갈립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임단협에는 임금과 휴식시간 등과 함께 합병 이후 조종사 서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꼽힙니다.
대한항공은 양사 조종사의 기존 내부 상대서열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합병으로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공항 여객서비스 협력업체에서는 다른 불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김포공항의 양사 주요 협력업체 투입 인력을 합병 이후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고용 조정 우려가 커졌습니다. 중복 업무를 정리하고 일부 업무를 항공사 내부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됐습니다.
대한항공은 합병에 따른 업무 조정이나 인력 감축을 협력사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인력 재배치가 어느 범위까지 이뤄질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운영 효율과 공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 안정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남았습니다.
■ 마일리지는 10년 보장… ‘가치’에 대한 평가는 남아
승객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마일리지 방안도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기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합병 뒤 10년 동안 별도로 운영됩니다. 고객이 원하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탑승 적립 마일리지는 1대 1, 신용카드와 호텔 등 제휴처에서 쌓은 마일리지는 1대 0.82의 비율이 적용됩니다.
10년의 별도 운영 기간이 끝나면 남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스카이패스로 전환됩니다.
제도가 구체화돼도 소비자의 평가는 따로 남습니다.
기존에 쌓은 가치가 충분히 보전되는지, 보너스 항공권 이용 가능성과 회원 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승객이 체감하는 결과를 좌우합니다.
항공기를 묶는 작업보다 고객이 수년간 쌓아온 권리를 옮기는 과정이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제주 하늘길에선 벌써 ‘좌석’이 쟁점
제주에서는 합병 이후 경쟁 문제와 맞닿은 움직임도 이미 나왔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포함한 5개 항공사는 기업결합 시정명령이 적용되는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현행 기준은 2019년 공급좌석의 90% 이상입니다.
항공사들은 이를 70% 이상으로 낮춰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와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는 요청도 냈습니다.
공정위 심사관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발권 내역 등을 토대로 수요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항공여객 수요 위축이 나타나지 않았고, 기존 시정명령을 변경할 정도의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도 확인하기 어렵다며 기각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최종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론이 내려집니다.
심의 과정에는 또 다른 논란도 겹쳤습니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한항공 본사 현장조사 과정에서 회사와 소속 직원들이 조사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대한항공과 직원 3명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 역시 심사관 의견 단계로 전원회의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항공사의 운영 효율과 소비자의 이동권 사이에서 어디까지 조정을 허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제주 노선에서 먼저 불거진 셈입니다.

■ 몸집은 커진다… 제주가 봐야 할 숫자는 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겹치는 운항시간을 재배치하면 승객이 고를 수 있는 시간대를 넓힐 수 있고, 양사가 따로 구축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항공기 운용과 환승 효율을 높일 여지도 있습니다.
확보한 항공기와 인력을 신규 노선이나 서비스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계 항공시장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 역시 합병을 추진해온 주요 명분입니다.
제주가 볼 지표는 더 구체적입니다.
철도와 고속도로로 다른 지역을 오갈 수 없는 제주에서 항공 좌석은 관광상품이면서 생활 인프라입니다.
대형항공사 두 곳이 경쟁하던 시장이 하나로 합쳐진 뒤 얼마나 많은 좌석이 남는지, 원하는 시간대의 항공편을 고를 수 있는지, 운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제주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국내·국제선 40개 노선에 운임 인상 제한과 공급좌석 축소 금지 등의 조건을 붙인 것도 소비자 선택권 감소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통합 뒤 봐야 할 숫자가 항공사의 자산 규모나 보유 항공기 수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 안전에서 시작한 ‘원팀’… 이제 남은 건 신뢰
제주에서 두 회사 직원 180여 명이 안전과 보안을 놓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공항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입니다.
기상악화와 대규모 결항 때 판단과 지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승객 안내와 수하물 처리는 얼마나 매끄럽게 맞물리는지, 서로 달랐던 교육과 평가 방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지가 실제 운영에서 드러납니다.
사람의 문제는 더 민감합니다.
조종사 경력을 어떤 원칙으로 인정할지, 협력업체 직원들의 업무와 일자리는 어떻게 달라질지, 조직 재편 과정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내부 신뢰를 좌우합니다.
승객에게 돌아올 변화도 선명해야 합니다.
마일리지 가치는 얼마나 보전되는지, 제주 노선의 좌석과 운임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연과 결항 때 서비스 수준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핵심입니다.
합병으로 생긴 효율이 비용 절감에 머물지 않고 선택권 확대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김우철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지점장은 “양 사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보안을 다짐하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통합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성공적인 통합 항공사의 출발을 위해 안전과 보안을 철저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 먼저 꺼낸 ‘원팀’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을 일만 남았습니다.
좌석과 운임, 일자리와 마일리지, 그리고 안전까지. 통합의 크기보다 통합 뒤 무엇이 나아졌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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