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익숙한 시골집, 흔한 가족 이야기… 연극 ‘배:웅’이 남긴 묵직한 울림

김성호 2026. 9. 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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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극단 제98회 정기공연
아버지 임종 앞둔 가족의 어색한 만남
“가족의 무게 담담히 담아내”
20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

지난 12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 인천시립극단의 제98회 정기공연 ‘배:웅’의 커튼콜. 2026.9.12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추석을 앞두고 인천문화예술회관 지난 12일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 인천시립극단의 제98회 정기공연 ‘배:웅’은 관객으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차분하게 다시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은 시골집 마당이 무대 중앙이다. 왼쪽 수돗가에는 세숫대야와 바가지, 플라스틱 목욕의자 등이 놓여있고, 툇마루에는 방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모습이다. 넓은 마당 한가운데 검정 자전거가 놓여있다. 시골 마을 풍경을 그린 대형 수묵 드로잉 작품이 무대 배경을 채운다.

조명이 켜지자 러닝셔츠 차림의 한 노인이 시골집 방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걸터앉고는 라디오를 켠다. 물 주전자에 담긴 물을 컵 없이 들이키려다 빈 주전자임을 알고는 그대로 내려놓는다. 혼자 지내는 삶이 익숙해진 모습이다. 내일 학교에 가려면 어서 들어와 저녁을 먹어야 한다며 아들 민이와 훈이의 이름을 부르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두 아들이 찾아온다. 첫째 아들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며 둘째는 정장을 입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집을 찾는다.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병원 사무장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두 아들은 서로가 못마땅한 복잡한 표정이다.

작품 제목의 ‘배웅’은 떠나가는 손님을 따라 나가서 작별하여 보내는 일을 말한다.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해 고모, 사촌 동생 등 고향 친지들도 모인다. 어색한 재회 속에 서로에 대한 질책이 오가기도 하지만 어느새 웃고 떠드는 모습에 관객도 미소를 짓게 된다.

누군가는 이미 수차례 겪었을 익숙한 풍경, 흔하디흔한 가족 이야기인데,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행동 하나하나에 눈길을 보내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부모와 자녀 등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현재 맡고 있는 자신의 역할에 따라 각자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말없이 웃기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천시립극단 수석단원 출신 김세경 배우가 맡았다. 그의 작은 몸짓, 걸음 하나가 큰 울림을 준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온 고단한 삶의 무게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멱살 잡기를 수차례 나눈, 첫째를 연기한 김태훈과 둘째를 맡은 최재민의 연기 호흡이 인상적이다. 황혜원(며느리)·강주희(고모)·최진영(사촌)·이지향(간호사) 등의 감초와 같은 역할이 극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작품을 직접 감상할 것을 권한다.

이번 작품의 연출과 극작을 맡은 최재성 인천시립극단 제작PD(훈련장)은 “흔한 가족 이야기를 ‘배웅’만의 방식으로 관객 여러분과 만나는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공연은 20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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