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 이기는 자가 이겨”…실리콘밸리 ‘속도 조절론’에 반발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9. 1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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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13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둔베그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골프 대회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에 대해 반발이 나왔다.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며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뒤처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아일랜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제기되는 AI 위험론에 대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꺼내는 매우 부정적인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드레일을 둘 수도 있고 여러 조치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극단적인 AI 위험 시나리오 상당수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나라이고, 나는 우리가 그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AI에서 이기는 자가 이긴다”고 말했다. AI 안전장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위험을 이유로 미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 더 큰 전략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급속히 번지는 AI 개발 속도 조절론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우리는 최첨단 AI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We Must Pace the Frontier)’는 글을 내고 AI의 능력이 안전 기술과 인간의 이해 속도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적인 외부 평가 기관이 AI 기업 내부 직원에 준하는 접근 권한을 갖고 최첨단 모델을 검사하는 방안과 주요 국가 간 안전 기준 마련 등도 제안했다. 이에 경쟁사 수장들도 잇따라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이 같은 속도 조절론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이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이른바 ‘AI 차르’를 지낸 데이비드 삭스도 AI 기업들이 정부 규제를 요구하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삭스는 12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중국이 글로벌 합의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이것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삭스는 AI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향해 “최첨단 기술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들”이라며 “초지능을 만들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신들이 그것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AI 위험을 경고하면서 그 대가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규제 체계를 정부에 요구한다면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으로 비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거대 AI 업체들이 오히려 규제를 이용해 후발 경쟁자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AI 위험을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주요 AI 기업 경영진이 함께 만나는 방안에는 열려 있다면서도 의회가 서둘러 개발 중단이나 광범위한 규제를 강제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AI 안전 문제는 심각하지만 섣부른 규제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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