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치 유튜버가 휘두르는 왜곡된 권력 [영화로 읽는 세상]

김상회 정치학 박사 2026. 9.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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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깊은 레노라(일라이자 스캔런 분)는 마을 교회에 새로 부임한 프레스턴 목사(로버트 패틴슨 분)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신앙심 깊은 레노라는 마을 교회에 새로 부임한 프레스턴 목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프레스턴 목사와 레노라의 괴기스러운 관계는 프랑스 지성의 별이라 불렸던 미셸 푸코(Paul-Michel Foucault·1926~1984년)가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1975년)과 성의 역사(History of Sexuality·1976년) 등에서 그토록 경계한 '목자牧者적 권력(Pastoral Power)'의 손아귀에 떨어진 인간의 비극적 모습 그 자체다.

프레스턴 목사는 레노라의 결핍과 구원에 대한 열망을 이용해 그녀의 몸까지 쉽게 통제하고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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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이코노무비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⑬
기독교 전통서 유래한 목자적 권력
양떼 보살피는 목자의 모습처럼…
보호 명목하에 사생활까지 침범
목자적 권력 쥔 대형 정치 유튜버

신앙심 깊은 레노라(일라이자 스캔런 분)는 마을 교회에 새로 부임한 프레스턴 목사(로버트 패틴슨 분)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의 '수상쩍은 요구'마저 하나님 말씀으로 받아들여 결국 임신까지 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목사가 모든 책임을 레노라에게 뒤집어씌우자 레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둘의 기괴한 관계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경계한 '목자牧者적 권력'과 닮아 있다.

레노라는 프레스턴 목사를 무조건 신뢰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라지지 않는 악마들'의 농간으로 거의 예외 없이 비극에 빠지는데, 레노라의 비극은 그중에서도 참담하다. 레노라의 어머니는 헬렌(미아 바시코프스카 분)이고 아버지는 로이(해리 멜링 분)다.

헬렌은 천애고아天涯孤兒 출신이지만 성품이 반듯하고 신앙심이 깊은 처자인데, 광적인 부흥목사 로이에게 '꽂혀서' 결혼한다. 레노라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로이는 자신에게 부활의 능력이 생겼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내 헬렌을 죽여 놓고 부활의 기도를 올린다.

당연히 헬렌은 부활하지 못하고 로이는 레노라도 버리고 줄행랑친다. 그렇게 '벼락 고아'가 돼버린 레노라를 인자한 러셀부인(할리 베넷 분)이 거둬 친딸처럼 키운다. 레노라는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도 엄마 헬렌처럼 단정하고 신앙심 가득한 소녀로 성장한다.

신앙심 깊은 레노라는 마을 교회에 새로 부임한 프레스턴 목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프레스턴 목사의 '가르침'은 물론이고 '수상쩍은 요구'까지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고 뜻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성 착취'까지 감내한다. 프레스턴 목사는 레노라가 임신 사실을 고백하고 해결책을 구하자, 낙태를 지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책임을 레노라에게 뒤집어씌운다. 레노라를 자신을 유혹한 사탄이자 '간음한 여인'으로 몰아가며 "네가 나를 유혹해서 나와 하나님의 관계까지 망쳤다"고 레노라의 도덕적 파멸을 선언한다.

'17 평생'을 순결하고 경건하게 살며 하나님과 교회를 섬겼던 레노라에게 프레스턴의 선언은 자신의 모든 삶과 구원까지 부정당하는 영적 사형선고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헛간에 들어가 양동이를 밟고 올라서 목을 맨다.

영화가 보여주는 프레스턴 목사와 레노라의 괴기스러운 관계는 프랑스 지성의 별이라 불렸던 미셸 푸코(Paul-Michel Foucault·1926~1984년)가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1975년)」과 「성의 역사(History of Sexuality·1976년)」 등에서 그토록 경계한 '목자牧者적 권력(Pastoral Power)'의 손아귀에 떨어진 인간의 비극적 모습 그 자체다.[※참고: 목자는 양을 치는 사람이란 뜻이다. 기독교에선 성직자를 일컫는다.]

미셸 푸코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해 현대 국가기구로 이식된 권력 형태를 목자적 권력이라고 명명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푸코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해 현대 국가기구로 이식된 권력 형태를 목자적 권력이라고 명명한다. 이는 양떼를 보살피는 목자처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준다는 명목하에 개인들의 가장 깊은 사생활까지 국가가 개입하고 더 나아가 지배하는 권력의 모습이다.

레노라는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의 상처가 있지만, 러셀 부인의 경건한 환경 속에서 자라며 기독교적 윤리를 내면화한 소녀다. 그녀에게 프레스턴 목사의 '말씀'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영혼의 구원과 직결된 절대적 규범이다. 프레스턴 목사는 레노라의 결핍과 구원에 대한 열망을 이용해 그녀의 몸까지 쉽게 통제하고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푸코는 이런 목자적 권력이 작동할 수 있는 결정적 기술을 폭로한다. 푸코는 기독교 전통에서 '고해성사(Confession)'를 통해 기독교 윤리에서 철저히 금기시하고 터부시하는 '성(sexuality)'의 진실까지도 목자에겐 공개하도록 하는 장치로 만들어 그 주체를 권력에 종속시키는 결정적 기술로 삼았다고 폭로한다. 푸코의 관점에서 고해성사는 겉으로는 '죄의 사赦함과 영적 치유'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자가 개인으로부터 가장 은밀한 욕망과 비밀을 추출해내는 장치다.

프레스턴 목사는 '상담과 기도'라는 고해성사적 틀을 통해 레노라의 외로움, 영적 목마름, 17세 소녀다운 성적 호기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레노라가 느끼는 신앙적 죄책감을 유리구슬처럼 들여다본다. 국가는 금융거래를 비롯한 국민들의 모든 내밀한 개인정보도 손금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모든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빅 브라더' 탄생의 비밀이다.

프레스턴은 레노라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하면서 이를 '하느님 안에서의 거룩한 교제' 혹은 '영적 위로'란 '담론 권력(discourse power)'으로 포장한다. 담론 권력이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죄이며 무엇은 죄가 되지 않는지'를 규정하는 힘이다. 레노라는 '상담과 기도(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취약성을 이미 모두 드러냈기 때문에 목사가 설정하는 이 기만적인 담론에 무장 해제된 상태다.

푸코가 「성의 역사」나 「감시와 처벌」을 통해 목자적 권력이나 고해성사의 착취적 메커니즘을 분석했던 1970년대 그 분석대상은 국가, 교회, 병원, 학교 등의 공적 기구들이었다. 오늘날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는 이 권력 상당 부분이 대형 유튜버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푸코가 생존했다면 혹시 이 현상을 '목자적 권력의 외주화와 민영화'라고 명명했을지도 모르겠다.

대중들이 정치 유튜버를 나만의 진정한 목자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푸코에 따르면 목자적 권력의 핵심은 명목상으로는 '양떼 같은 너희를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너희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는 포장에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들의 신체는 물론 의식과 영혼까지 장악한다. 푸코가 보기에 국가나 교회, 병원, 학교가 모두 그렇다.

대중은 푸코의 교화敎化 덕분인지 더 이상 국가, 언론, 정당, 종교단체의 목자적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밤 라이브로 소통하며 세상의 불의, 경제적 위기, 도덕적 타락, 그리고 외로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고 '진실'을 알려주는 각자의 유튜버들을 '나만의 진정한 목자'로 받아들인다. 상처 많은 레노라가 프레스턴 목사에게 빠져들게 된 과정과 퍽이나 닮았다.

쇠락한 폐광촌에서 프레스턴 목사가 휘둘렀던 목자적 권력은 결국 마을 전체의 비극으로 끝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대형 정치 유튜버들이 프레스턴 목사처럼 휘두르는 목자적 권력은 안전한 것들일까.

김상회 정치학 박사|더스쿠프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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