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 마냥 기다려주다간 생각하는 뇌 만들 시기 놓칩니다”

윤혜진 객원기자 2026. 9.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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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최고일까. 16년 동안 사춘기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온 허지원 센터큐 대표로부터 어떤 아이라도 바꿔주는 진짜 사춘기 훈육법을 들었다.

더 위험해진 요즘 사춘기, 부모가 알아야16년 동안 사춘기 아이들을 지켜보셨는데요.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 때문에 지치고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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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꼴등에서 서울대, 사춘기 전문가 허지원 센터큐 대표

사춘기 아이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최고일까. 16년 동안 사춘기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온 허지원 센터큐 대표로부터 어떤 아이라도 바꿔주는 진짜 사춘기 훈육법을 들었다.

정부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해 논의 중이다.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대범해진 것은 물론,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서운 청소년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다 건강하게 보내도록 바로잡아줄 기회가 가정과 학교에서 분명히 있었다. 특히 인성교육의 시작은 나고 자라는 가정에서부터다. 공감과 위로만으로 엇나가는 아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전교 꼴등, 고교 자퇴 등 소위 '문제아’ 소리를 듣던 허지원 센터큐 대표는 그 누구보다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분노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 서울대 철학과에 합격했고, 졸업한 후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사춘기 학생 전문 교육 기관인 센터큐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그를 거친 많은 아이들이 학업을 회복하고 서울대·연대·서강대 등에 진학했다. 그가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아이의 마음을 읽고 기다려주는 게 사춘기 훈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공감과 인내는 한계에 부딪힌다. 허지원 대표는 "누적된 패턴을 읽고 일관된 원칙으로 개입하면 어떤 아이라도 반드시 변화한다"고 말한다. 최근 '세상에 나쁜 사춘기는 없다’를 펴낸 허지원 대표를 만났다. 

더 위험해진 요즘 사춘기, 부모가 알아야

16년 동안 사춘기 아이들을 지켜보셨는데요. 사춘기 아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장 걱정하고 문제라 생각하는 부분은 부모님에 대한 예의가 사라지는 경우입니다. 또 생활 관리가 안 되거나, 스마트폰 중독 문제도 많이 보여요. 여기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등교 거부, 공부 포기, 불법 행위 등이 나타나는데요. 내향적 기질의 학생들 중에는 은둔형 외톨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 성인에 이르러서도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춘기가 초중고에서 멈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기 미래에 대한 준비가 충분한 안 된 상태가 유지된다면 그건 사춘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안 그러던 아이도 갑자기 그런 행동들을 하잖아요. 왜 그런가요.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도 계속 성장을 해나가요. 사춘기 시절의 뇌는 성인처럼 충분히 성숙한 상태가 아닙니다. 욕망을 추구하는 변연계는 성인 못지않게 발달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전전두엽은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예요. 액셀은 밟을 수 있는데 브레이크는 아직 설치가 안 돼 있는 거죠. 여기다가 현재 10대들의 사회 문화는 부모님 때와는 너무나 다릅니다. 뇌 성장 과정에서 10대 때 어떤 경험을 쌓았느냐에 따라 시냅스 가지치기가 이뤄지면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반성하는 뇌의 회로가 설정되는 건데, 요즘은 부모님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요.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보고, 친구와 게임하고 그러면 뇌의 가지치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죠. 그래서 요즘 사춘기가 더 위험하다는 거예요.

게다가 언제부턴가 '중2병’보다 더 빠른 ‘초4병’이 됐어요. 

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요새 소아청소년과에서도 많이 다루는 게 성조숙증이잖아요. 예전보다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더 빨리 성장하고 있어요. 또 SNS를 통해 조금 더 넓은 사회를 경험해볼 기회들이 생겼고요. 초등학생은 호기심이 많고 SNS에 빠져들 시간도 많잖아요. 특히 또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기인데, 이때의 아이들에게는 자극적이고 반항적인 게 멋있어 보여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나도 저렇게 해볼까’ 싶어지죠.

실제로 욕하고, 자해하고, 협박하는 등 극단적 사례가 많은가요. 

일단 부모님 앞에서 욕설을 쓰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혼자든 친구와 대화 중이든 욕설하는 거에 대해 과하게 허용을 해주세요. 습관적으로 욕을 쓰다 보면 부모랑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욕이 튀어나오지 않겠어요. 부모님에 대한 예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스트레스를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으로 나타내고, 이 반항들이 확장되면서 생활이 흐트러지죠. 방 정리를 잘 안 하고, 늦게까지 스마트폰 보고, 자기 멋대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등교 거부도 생기는데, 등교 거부가 쌓이면 공부를 못 따라가게 돼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집착하는 건 쾌락이에요. 사회적으로도 정말 큰 문제입니다.

사회적이라면 어떤 문제들인가요.

먹고 놀고 소비하고 싶은 쾌락만 좇다 보면, 아이의 뇌에 시냅스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고방식과 개념이 안 잡혀요. 공부 잘하고 똑똑하던 아이들도 근간이 흐트러지면 자기 멋대로 하려는 욕망이 자라요. 이 욕망이 강해지면 불법으로 넘어가는데, 대표적인 문제가 도박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접근하기가 너무 쉬워요. 문제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를 괴롭혀 돈을 뺏고, 부모 귀중품에 손을 대죠. 2025년 기준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이 5만1360건이고, 이 중 절도가 전체의 약 50% 정도예요. 상황이 이런데도 애초 부모들은 아이가 도박을 하는지도 몰라요. 부모들이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동네조차도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겪었던 사례인데, 심지어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접근해 도박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부모에 대한 예의 갖추고 생활 관리되면
학습은 저절로 

불법 행위 없이 사춘기를 조용히 넘어가는 아이들도 있지 않나요.

물론 타고난 기질이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 바르고 성실한 아이들은 매우 소수예요. 대부분은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들이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 세계 중에 AI 채팅이 있어요. 불법은 아닙니다만 AI와 야한 채팅을 주고받는 거예요. 역시 불법은 아니지만 은둔형 외톨이 문제도 심각합니다. 국무조정실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만 19~34세 청년 중 5.2%, 즉 54만 명이 집에만 있는 은둔 청년입니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많을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우리와 상담을 시작하고 거의 두 달이 지나서야 아이가 은둔형 외톨이라고 실제 생활을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만큼 숨기고 싶은 거죠. 

부모가 몰라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사춘기니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는 부모도 많지 않나요. 

부모님들은 자신도 사춘기가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잖아요.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사고가 성숙해지는 환경이었죠. 또 한국에서 한 10년 정도 유행했던 부모 교육 주제가 '믿고 사랑해주고 기다리면 아이가 변화하고 성장한다’였는데, 저는 이 유행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두뇌는 생각과 고민을 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근육처럼 훈련하면 성장이 더 빨라집니다. 사춘기 아이는 나쁜 게 아니라 단지 인간이 덜된 거예요. 인간은 반성을 할 줄 압니다. 부모와 교육자는 아이들이 반성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끌어가야 해요. 이 훈련이 바로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 훈련에 대해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저는 이 훈련 시스템을 '황금률’이라고 불러요. 첫 번째가 부모님에 대한 예의와 규칙 준수, 두 번째가 생활 관리, 세 번째가 자기 관리인 학습 시간 누적입니다. 부모에 대한 예의와 생활 관리가 되지 않으면 공부 잘하던 학생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부모를 폭행하고 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지르는 애들조차도 부모에 대한 예의를 잡아나가면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다음 변화로 나아갈 수 있어요. 제가 상담할 때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친구는 서로 배려하며 존중합니다. 어른이자 멘토로 존중받으려면 먼저 아이가 존댓말을 쓰도록 하세요. 존댓말을 하지 않으면 대답을 하지 마세요. 아이가 급하면 "돈 줘"가 아니라 "돈 줘요"라고, 필요해서 하게 됩니다. 여기서 물질적인 혜택, 스마트폰 사용 시간 등을 연동해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생활 관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생활 관리는 단지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능력을 기르는 훈련 그 자체예요. 첫 시작은 방 정리입니다. 아이와 함께 방을 정리하고, 깨끗한 상태를 각도를 달리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찍어놓으세요. 그중 4장을 골라 매일 똑같은 방을 만들도록 하는 거예요. 또 중요한 게 기상 시간보다 취침 시간이에요. 제때 자야 아침마다 깨우느라 싸우질 않죠. 다만 취침 시간은 전자기기 사용, 귀가 시간, 야식 습관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전면전이 될 수 있어요. 이럴 경우는 씻기, 방 정리처럼 시작 장벽이 낮고 성공했을 때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생활 습관 바로잡기도 쉽지 않은데,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의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등교를 거부하고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 게임 중독에 불법 행위를 하던 아이들도 해외 유명한 대학에 많이 보냈어요. 어떻게 가능했느냐, 부모에 대한 예의와 생활 관리를 잘 잡으면 놀랍게도 아이가 공부를 쉽게 시작합니다. 만약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부모 스스로가 먼저 딱 일주일만 생활 관리를 해보세요. 일을 대하는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일할 때 집중력이 달라질 겁니다. 계속 강조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공부는 재미없지만 스마트폰은 재미있어요. 그래서 공부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성취를 느끼게 해줘야 하고, 그러려면 할 수 있는 수준의 공부를 하게 해야 합니다. 이때 다 하면 보상을 줘서, 처음엔 보상 때문에라도 억지로 하도록 유도하세요. '공부했더니 보상을 받네. 내가 이걸 할 수 있네’ 하는 성취감이 누적되면 결과도 향상되기 시작합니다. 

초등 3·4학년이 사춘기 대비 골든타임

대표님이야말로 소위 문제아였는데, 어떻게 방황을 끝내고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나요. 

제가 중학생 때는 공부를 잘했어요.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교와 갈등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혼나면서 학교가 싫어지고 공부도 싫어졌어요. 결국 학생회장 임기가 끝나자마자 고3 때 자퇴했어요. 자해한 적도 있고, 정말 많이 방황했어요. 그러다 '한 번뿐인 삶인데 서울대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서점에 가서 서울대 합격 수기 책을 잔뜩 사 와 노트에 방법을 다 적어봤어요. 그리고 그중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했어요. 예를 들면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해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책상에 앉아라’ 이런 것들이요. 할 수 있는 게 누적되면서 수기에 나온 대부분을 따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머니조차 제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셨는데, 결국 해낸 거예요. 그래서 저처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죠.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 때문에 지치고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지금 지치고 힘들단 얘기는 부모님이 그동안 노력해온 방식이 좋은 방식이 아니란 의미예요.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의 감정이 요동치면 아이도 같이 요동쳐요. 놀랍게도 아이들은 그때 '어떻게 하면 더 내가 원하는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부모의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너무 힘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미리 사춘기를 대비해놓는 게 가장 좋고요. 

사춘기 대비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은가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시작하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아이의 미래를 아름답게 바꿀 수 있어요. 3~4학년 전까지는 일관된 사랑이 굉장히 중요해요. 실수는 용납하되 나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혼내야 해요. 그러다 3학년 때부터 "내년 1월 1일이 되면 엄마, 아빠한테 존댓말을 써야 해. 부모님을 존중하고 방 정리를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네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게끔 허락할 거야"라고 계속 얘기해주는 거예요.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큰 도파민이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하나둘 약속을 지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거예요. 원칙이 없으면 부모도 지치고 아이도 불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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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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