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AI시대, 다시 '인술(仁術)'의 본질을 묻다

2026. 9.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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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 의사의 능력을 뛰어넘는 정확도와 속도로 질병을 진단하고,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 준다.

대전·충청 주민들이 인공지능의 차가운 모니터 화면이 아닌, 따뜻한 의사의 손길에서 위안을 얻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지역의 의사들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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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 본질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요즘 사람의 온기·윤리적 판단 더욱 귀해져
환자 고통 공감하며 신뢰 회복하는 것 중요
남기남 충남대 의과대학 동문회장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 의사의 능력을 뛰어넘는 정확도와 속도로 질병을 진단하고,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 준다. 인공지능이 진단을 보조하고 로봇이 집도하는 수술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 기술이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지금, 의료의 본질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때인 듯하다.

"과연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의사윤리 규범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최첨단 기술 가운데에서 살면서 이러한 고전적인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의사윤리의 기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약속은 시대와 제도가 바뀌어도 결코 흔들릴 수 없는 의료인의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 사회에서 의료계가 겪고 있는 급격한 환경 변화는 이러한 윤리적인 선서를 단순한 당위론만으로는 지켜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 지역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보더라도 지난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많은 의료인을 배출해 왔다. 이들이 현장에서 땀 흘리며 깨달은 가치는 명료하다. '의술(醫術)은 결국 인술(仁術)'이라는 오래된 명제다.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권한은 사회와 환자로부터 위임받은 선의의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현대의료의 환경 속에서 의사윤리를 다시 바로 세우는 출발점은 환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무너진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있다 하겠다.

오늘날 요구되는 의사윤리는 단순히 불법 행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윤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 전문직 윤리)'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세가지 지향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환자의 자율성과 알 권리를 철저히 존중하는 자세다. 복잡해진 의료 기술 속에서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윤리의 기본이다.

둘째, 정직함과 엄격한 자기규율이다. 의료 행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 의사 스스로가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해 도덕적 잣대를 높이지 않는다면,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셋째,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연대의식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필수 의료의 위기 속에서 대전 충청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 지역 의료인들에게 부여된 가장 숭고한 윤리적 책무이자 사명이다.

물론 의사의 윤리의식만을 강요할 수 없는 현실적 난제들도 존재한다. 복잡하게 얽힌 의료 제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신 진료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윤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사회 전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역시 의사가 윤리적 소신을 지키며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의료윤리의 본질은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사람의 온기와 윤리적 판단은 더욱 귀해진다.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거대한 문명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것은 바로 인술이다. 대전·충청 주민들이 인공지능의 차가운 모니터 화면이 아닌, 따뜻한 의사의 손길에서 위안을 얻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지역의 의사들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남기남 충남대 의과대학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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