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한 발의 총성…흔들린 추적 [서지현의 몰입]

서지현 2026. 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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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암살자(들)'은 그날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출발점으로,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이해관계를 따라간다.

다만 처음부터 한 시대 속 기자들의 이야기로 방향을 잡았다면 '암살자(들)'은 더욱 선명한 색깔이었을 것이다.

'암살자(들)'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영화인지, 아니면 그 시대를 살아낸 기자들의 이야기인지 명확하게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 듯한 인상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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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리뷰
영화 ‘암살자(들)’ 리뷰.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뒤흔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영화 ‘암살자(들)’은 그날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출발점으로,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이해관계를 따라간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영화는 그날의 사실적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총성 뒤에 남겨진 사람들과 시대를 향해 카메라를 돌린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의 이야기는 시작과 함께 저격 사건이 벌어지고, 이후 빠르게 사건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경찰 철구(유해진 분)와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박해일 분),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 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건을 마주한다.

영화 ‘암살자(들)’ 리뷰.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특히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은 영화 초반부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인물들의 기억과 증언을 따라 시간을 거꾸로 돌리듯 흑백 화면으로 사건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들은 하나의 추리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중반부에 접어들며 김재환의 존재감이 점점 커질수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따라가던 영화는 어느 순간 언론 탄압과 자유언론을 향한 기자들의 투쟁을 비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물론 당시의 시대상을 이야기하는 데 기자들의 존재는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처음부터 한 시대 속 기자들의 이야기로 방향을 잡았다면 ‘암살자(들)’은 더욱 선명한 색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부 촘촘한 미스터리와 추적극의 재미를 내세웠다가, 중반 이후 기자 정신과 시대의 이야기로 방향을 틀면서 두 이야기를 잇는 연결고리가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다.

영화 ‘암살자(들)’ 리뷰.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결론적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영부인 저격 사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이면보다 그 시대 언론인들이 지켜야 했던 신념에 집중하면서 중심축이 흔들린다. ‘암살자(들)’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영화인지, 아니면 그 시대를 살아낸 기자들의 이야기인지 명확하게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 듯한 인상도 남는다.

더불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영화는 사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누가 진실인지, 무엇이 정답인지 단정하지 않은 채 여러 가능성을 남긴다.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흐름 속 ‘암살자(들)’ 역시 그 연장선임은 맞다.

이번 작품 역시 큰 사건에 가려진 권력의 사리사욕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다만 잘 만들어진 영화와 별개로, 지금 시점에서 이 이야기가 관객에게 던지는 가장 분명한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암살자(들)’ 리뷰.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빈틈을 채운다. 특히 김재환 부장을 연기한 박해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언론 탄압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쉽게 꺾지 않는 인물의 모습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박해일의 대사 한 줄 한 줄엔 확실한 무게감이 있다.

이민호 역시 신입 기자 한영일로 변신해 기존의 이미지를 내려놓는다. 자신에게 익숙한 소위 ‘1롤’, 주인공의 무게를 덜어낸 점도 눈에 띈다. 유해진은 사건의 포문을 여는 경찰 철구로 영화에 안정감을 더한다. 다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기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철구의 존재감이 다소 흐릿해진다.

영화 ‘암살자(들)’ 리뷰.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화려한 특별출연진은 양날의 검이다.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박훈, 류혜영, 장률, 최유리, 류경수, 김대명, 심은경, 박해준, 박성훈, 오정세, 신현빈, 정우성, 엄태웅 등 너무 많은 특별출연이 ‘다음엔 누가 나올까’라는 마음으로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킨다. 심지어 논란을 빚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반감의 여지도 있다.

‘암살자(들)’은 사건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사실을 기록하고자 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야 했던 시대를 보여준다. 추리극으로 시작해 시대극으로 향하는 과정이 조금 더 단단하게 연결됐다면 더욱 강렬한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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