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몇 시간 맞던 항암 치료제, 집에서 5분이면 끝… ‘홈 투약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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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수 시간씩 정맥주사 투여받던 바이오의약품이 5~10분 안팎의 피하주사제로 바뀌면서 약물 치료 공간이 병원에서 집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오토인젝터와 웨어러블 주입기 등이 결합하면 만성질환 치료제처럼 환자가 집에서 직접 항암제나 바이오의약품을 맞는 '홈투약'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해 페스고를 병원이 아닌 환자의 집 등에서 의료진이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기존 인플릭시맙이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돼야 했던 것과 달리 유지치료 단계에서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치료 방식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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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옵디보·티쎈트릭까지 SC 허가
로슈는 유방암 치료제 가정 투여 추진
자가주사·방문간호 결합한 홈케어 확산
“SC 전환, 치료 장소까지 바꿀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주력 바이오의약품을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잇달아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품 '키트루다 큐렉스'를 승인했다. 기존 정맥주사 키트루다에 히알루로니다제를 결합해 피부 아래로 대용량 항체를 투여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키트루다 정맥주사는 통상 30분 가량 투여해야 하지만 피하주사 제형은 이를 수분대로 줄일 수 있다.
경쟁 제품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FDA는 2024년 9월 로슈·제넨텍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피하주사 제품 '티쎈트릭 하이브레자'를 허가했고, 같은 해 12월 BMS의 옵디보 피하주사 제품 '옵디보 큐반틱'을 승인했다. 옵디보 큐반틱은 신세포암·흑색종·폐암·간암 등 기존 옵디보의 주요 고형암 적응증에 사용할 수 있다.
피하주사 전환 경쟁의 다음 단계는 '병원을 떠나는 것'이다. 로슈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페스고(Phesgo)'가 대표적이다. 페스고는 정맥주사로 각각 투여하던 퍼제타와 허셉틴을 하나의 피하주사로 합친 제품이다. 초기 투여에는 약 8분, 이후에는 약 5분이 걸린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해 페스고를 병원이 아닌 환자의 집 등에서 의료진이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먼저 의료기관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환자에 대해 추후 의료인이 집을 방문해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슈의 통계를 살펴보면 관련 조사에서 환자의 91%가 병원보다 가정 투여를 선호했다. 회사는 서유럽에서 피하주사 전환으로 치료 투여 비용을 최대 80%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피하주사 전환을 단순히 '주사를 빨리 맞는 기술'로 봐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항암제와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은 정맥로 확보와 약제 조제, 주입, 이상반응 관찰 때문에 환자가 정기적으로 대형 병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SC 제형으로 투여 시간이 수분대로 짧아지면 외래 진료실은 물론 방문 간호를 통한 가정 투여도 가능해진다. 병원 입장에서는 주사실 병상과 간호 인력 부담을 줄이고 환자는 이동·대기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교육을 받은 환자가 셀트리온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품 '램시마SC'를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다. 기존 인플릭시맙이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돼야 했던 것과 달리 유지치료 단계에서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치료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 업계뿐 아니라 주사기와 오토인젝터, 웨어러블 약물주입기, 방문간호, 디지털 환자관리 산업까지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몸에 부착한 뒤 일정 시간 자동으로 약물을 넣어주는 웨어러블 인젝터가 보편화되면 지금은 의료진이 투약해야 하는 고용량 바이오의약품도 향후 가정 치료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자체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한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SC'의 유럽 허가를 신청했다. 기존 허쥬마 정맥주사는 투여에 최대 90분 가량 걸리지만 SC 제형은 약 5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테오젠 역시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바꿀 수 있는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피하주사가 곧바로 '환자 자가투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항암제는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와 면역 관련 이상반응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 제품에서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첫 투여는 병원에서 하고 이후 안전성이 확인된 환자에 한해 방문간호 방식으로 전환하는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신약 경쟁력이 약효뿐 아니라 '어디서, 얼마나 편하게 투약할 수 있느냐'로 확대될 것이다"며 "병원 중심의 고가 신약 치료가 본격적인 홈 헬스케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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