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늘 신선한 배우이고 싶어… 결혼은 기적 같은 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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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는 영화 '암살자(들)'의 영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그렸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민호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영일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활어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리허설 때부터 움직임을 많이 써봤는데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매 장면마다 영일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제 안에는 신선하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은 못 봤다',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워요. 끊임없이 연기하면서도 계속 같은 정서나 느낌만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뭔가 하나씩 첨언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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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과 치정 멜로 찍어보고파"
"유튜브로 세상을 본다… AI와 대화는 안 해"

배우 이민호는 영화 ‘암살자(들)’의 영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그렸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기를 전달하는 활어 같은 사람이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민호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영일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활어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리허설 때부터 움직임을 많이 써봤는데 감독님이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매 장면마다 영일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영일의 능청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쌍화차’ 대사도 이민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원래 대본에는 상대에게 정보를 얻기 위한 대사가 길게 담겨 있었지만, 그는 장면이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물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이를 익숙한 방식으로만 표현하지 않으려는 고민이었다.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움직임과 대사에 변주를 주며 자신만의 영일을 완성했다.
이민호에게 ‘암살자(들)’은 30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마흔이라는 숫자를 앞두고 느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있어요. 다만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워지는 쪽으로 인생의 마인드셋을 하려고 합니다.”
변화에 대한 부담 속에서도 그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신선함’이다. 오랫동안 연기해온 배우지만, 이미 보여준 감정과 익숙한 이미지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제 안에는 신선하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은 못 봤다’,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워요. 끊임없이 연기하면서도 계속 같은 정서나 느낌만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뭔가 하나씩 첨언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한 갈증은 멜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어른 멜로의 대가’로 불리는 허 감독과 언젠가 짙은 치정 멜로를 함께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감독님께 여쭤본 적이 있어요. 마지막 한 작품은 멜로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의 감성으로 치정 멜로를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아직 해보지 못한 종류의 멜로라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허 감독님이 찍는 치정 멜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더라고요.”
이번 현장은 이민호에게 단순히 자신의 촬영분만 소화하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었다. 촬영 일정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찾았다. 그 중심에는 박해일이 있었다.
“해일 선배가 본인의 촬영이 있든 없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회차에 오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안 갈 수 있겠어요. 가족이나 식구처럼 편안한 현장이기도 했어요. 현장이 궁금한 날에는 직접 가서 그 현장감을 느꼈습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해일은 무게감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닌 배우였다. 이민호는 그에게서 어른과 소년의 모습을 함께 발견했다.
“해일 선배를 보면서 고뇌하고 많은 짐을 짊어가는 어른의 모습과 아직도 궁금한 게 많은 소년의 모습을 동시에 느꼈어요. 그런 양면성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선배님의 목소리로 전달했을 때 그 이야기가 투명하게 보이는 배우였어요.”

이민호 역시 하나의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다. 전쟁에 관심을 갖게 되면 사건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이면과 지리학적 배경을 살핀 뒤 경제 패권까지 들여다본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도 결국 사회라는 틀 안에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주요한 창구 중 하나는 유튜브다. 최근에는 1인 유튜버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콘텐츠를 보면서 기술이 사람의 정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AI 음악을 접한 뒤에는 새로운 창작 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작곡도 해보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아직 AI와 관련된 법적인 테두리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서 본격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어요.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언젠가 정말 꽂히는 것이 생기면 해보지 않을까요?”
AI 배우의 등장에 대해서는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간만이 지닌 온기를 떠올렸다. 그는 사람이 직접 커피를 만드는 브이로그라면 손의 움직임만으로도 10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만큼은 사람과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이민호 특유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동안 드라마에 비해 영화 출연이 많지 않았던 이유를 묻자, 그는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대 때 극장에 가도 제 또래나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를 잘 보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느끼고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했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른이 넘어서 영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옅어졌지만, 20대 때는 ‘인기만 좇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어요. 이제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사회를 바라보는 저만의 정서나 시선도 생길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작품들이 우선시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맞게 될 40대의 모습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리지 않았다. 배우로서 세워둔 계획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변화를 겪느냐가 연기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을 꾸리거나 인생에서 큰 변화가 생기면 저도 확 달라질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변화라기보다 인생의 변화가 배우 이민호가 가진 향기에도 영향을 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워요.”
결혼에 대해서도 꾸밈없는 답이 돌아왔다.
“결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이혼이나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현상도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저만 결혼을 어렵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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