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평선의 '흰 점'이 200m 날개로…신안 앞바다 해상풍력 가보니 [전남해상풍력단지]

신안(전남)=김해욱 기자 2026. 9.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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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넘는 거대 터빈…신안 앞바다서 전력 생산
96MW 첫 단지 가동…2031년 900MW로 확대
조수간만·강풍·파도까지…바다 위 발전의 변수들
전남풍력산업단지 내 터빈의 모습.(사진제공=한국풍력산업협회)


10일 방문한 전남 신안 앞바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자 수평선 위로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가느다란 흰 막대처럼 보이던 풍력발전기들은 배가 가까워질수록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졌다. 발전기 바로 아래에 다가서자 블레이드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약 200m에 달하는 날개가 머리 위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들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귀에 먼저 들어온 것은 바람과 파도 소리였다. 선체가 물결을 가를 때마다 파도 소리가 이어졌고 터빈의 회전음은 좀처럼 귀에 잡히지 않았다.

이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덴마크 CIP와 공동개발해 작년 5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전남해상 풍력 1단지다. 총 96메가와트(MW) 규모다. 자은도에서 가장 가까운 발전기까지 거리는 약 9km다.

바다 위에서 바라본 풍력발전기는 수면 위로 보이는 부분이 전부가 아니다. 이 해역의 평균 수심은 약 15m다. 그 아래에는 지점에 따라 40∼60m에 이르는 하부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수면 위 구조물까지 더하면 해저에서 블레이드 최고점까지의 높이는 200m를 넘어선다.

거대한 블레이드도 단순히 바람에 밀려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센서가 풍향을 감지하면 발전기 상부가 바람이 부는 쪽으로 자동 회전한다. 풍속에 맞춰 블레이드 각도도 계속 바뀐다.


하지만 발전소가 서 있는 곳은 어디까지나 바다다. 이곳은 조수간만의 차가 약 5m에 달한다.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선박 운항부터 영향을 받는다. 겨울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 때문에 발전기에 문제가 생겨도 작업자가 곧바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겨울철 언제까지 실제 작업이 가능한지까지 분석해 공정계획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닷속 지반도 변수다. 1단지는 철골 구조물을 연결한 자켓 방식의 하부구조를 사용했다. 제작 과정에서 용접할 부분이 많아 시간이 걸린다. 2·3단지는 설치가 상대적으로 빠른 모노파일 방식을 기본으로 검토하지만, 해저 지질에 따라 일부는 자켓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발전단지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업자는 2003년 해상풍력 연구를 시작해 2017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23년 3월 육상공사에 들어갔고 같은 해 9월부터 해상공사를 시작해 2024년 12월 터빈 설치를 끝냈다.

전남풍력산업단지 내 터빈의 모습. 김해욱 기자 haewookk@


공사만큼 자금 마련도 쉽지 않았다. 2023년 착공을 앞두고 약 6000억원이 필요했지만, 금융시장 경색과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해외 금융기관까지 끌어들여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성사시켰다.

회사 측은 1단지 EPC(설계·구매·시공) 기준 국산화율이 약 70%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전남해상풍력단지는 이제 각각 400MW급인 2·3단지를 추진한다. 2028년 착공해 2031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모두 완공되면 이 일대 발전용량은 약 900MW 규모로 늘어난다.

배가 발전단지에서 멀어지자 눈앞을 압도했던 거대한 터빈은 이내 수평선 위 흰 바늘처럼 작아졌다. 육지에서는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거대한 발전소가 바다 위에서는 이미 전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제 신안 앞바다의 과제는 96MW의 첫 경험을 900MW 규모의 산업과 국내 공급망, 지역 일자리로 이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