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등단 56년 조정래 작가…"1분 1초, 채찍질하며 집필"

안나경 앵커 2026. 9. 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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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내가 최초 독자…지적 반영해 완성"
"소설은 앞뒤 문장 밀고 당기는 긴장 중요"
"AI는 작가 상상력 못 따라와…'발명품'일 뿐"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안나경
■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글 감옥에 있는 것 자체가 인생의 즐거움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그려온 한국 문단의 거목 조정래 작가님을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조정래/작가 :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혹시 오늘도 분장을 사모님께서 해주셨을까요?

[조정래/작가 : 아닙니다. 그 전에 손석희 앵커가 있을 때 했는데 실패해서 오늘은 방송사에서 해준 그대로 했습니다.]

[앵커]

아주 멋있게 잘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올해로 이제 등단 56년째인데요. 앞서 제가 소개해 드렸듯이 글 쓰는 삶을 '글 감옥'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왜 감옥이라고 표현할까요?

[조정래/작가 : 9시에 글을 시작하면 점심 12시 반에 먹고 6시 반에 저녁 먹고 새벽 2,3시까지 계속 써서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한강' 10권을 만 20년 만에 써냈습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작업을 계속해야 되기 때문에 오로지 괴로울 뿐이죠. 이게 감옥에 갇힌 죄수와 같기 때문에 '글 감옥'이라고 제가 이름을 지었습니다.]

[앵커]

지금도 그렇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조정래/작가 : 지금도 손으로 쓰는데 그렇게 강행군을 못 하고 이번 '서리꽃'은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만 썼습니다. 체력 안배를 해야 하니까요. 제가 늙었잖아요.]

[앵커]

이번에 내놓으신 책 '서리꽃'은 슬픈 사랑 이야기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왜 슬픈 사랑 이야기를 생각하셨어요?

[조정래/작가 : 사랑이 슬플 때 그 사랑의 절정의 아름다움이 꽃피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야만적인, 비인간적인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이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어떤 결과로 사랑을 파괴하고 비극을 만들어내는가 그 연결 속에서 이번 사랑 이야기를 써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앵커]

아내 분께서 늘 최초의 독자가 되어 준다고 하셨는데 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짚어주시기도 한다고. 이번 '서리꽃'에도 그런 게 있었나요?

[조정래/작가 : 그렇습니다. 이제 제 모든 작품을 제일 먼저 읽는 사람이고 제일 가혹한 평가를 하는 사람인데 이번 소설도 1권을 계속 읽어나가다가 그 기록해 놓은 종이 끝에다가 낙서를 해놨어요. '이 바보야 이것도 소설이라고 쓰냐' 집사람이 지적해 놓은 것은 그가 시인이기 때문에 올바른 지적을 하니까 틀린 말을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일일이 다 고쳐서 이번 소설을 내놔서 책이 나와서 일주일 2주일 만에 베스트셀러 1위가 됐는데.]

[앵커]

사모님의 역할이 아주.

[조정래/작가 : 전적으로 집사람의 공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서리꽃'을 쓰시면서 사모님하고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순간도 있었어요?

[조정래/작가 : 예. 이번에 제가 소설을 쓰면서 이재이라고 하는 남자 주인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인물이고 존재할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는 이재이보다 더 뜨겁게 깊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앵커]

사모님하고요?

[조정래/작가 : 예.]

[앵커]

오늘 같이 출연하셨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모든 작품을 육필로, 그러니까 원고지에 손으로 직접 쓰시잖아요. 여러 직업병들이 생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바꿔볼 생각은 안 하셨어요?

[조정래/작가 : 소설 문장이라고 하는 것은 앞문장이 뒷문장을 밀고 뒷문장이 앞문장을 끌어당기는 긴장, 절제의 힘 이것이 있어야 되는 것인데 컴퓨터 가지고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손이 마비되고 병원을 다니고 하는 고난을 실으면서도 지금까지도 써왔고 이제 앞으로 쓸 날이 많지 않으니까 팔을 서서히 주물러가면서 운동해가면서 손으로 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AI가 소설도 쓴다고 하고 별걸 다 하는 세상이잖아요.

[조정래/작가 :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소설은 쓸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이번에 '서리꽃'에서 결말을 그런 식으로 내리라고 하는 것을 어떤 AI가 상상했겠습니까? 못 따라옵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탁월해도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한 것입니다.]

[앵커]

혹시 써본 적도 있으세요?

[조정래/작가 : 저는 전혀 앞으로 안 쓸 겁니다. 휴대폰을 안 쓰듯이. 저는 지금도 휴대폰이 없습니다. 컴퓨터 안 하듯이.]

[앵커]

그럼 전화는 어떻게 하세요?

[조정래/작가 : 집사람이 다 받아주고요.]

[앵커]

아 사모님 폰으로. 장편 소설은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어요. 왜 그렇게 정하셨을까요?

[조정래/작가 : 제가 복부 대동맥 큰 수술을 한 다음에 이 '서리꽃'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제 나이가 지금 84입니다. 체력의 한계? 그런 것을 제가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장편을 쓰면서 멀리 했던 단편, 명상록 그리고 붓글씨 같은 걸 쓰면서 나머지 인생을 정리할 겁니다.]

[앵커]

최근에 뭐 뉴스로 접해보신 소식들 중에 이 문제는 한번 다뤄보고 싶다라거나 눈여겨보신 것들도 있으세요?

[조정래/작가 : 제가 변함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통일의 문제죠. 통일은 과거이면서 현재이면서 미래의 민족적 과제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학의 본질이 분단이라고 하는 것을 잊지 말고 작가들이 그 문제도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끝내는 통일이 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조정래/작가 : 옵니다. 반드시 옵니다. 우리 민족이 함께 살아온 세월이 5천년입니다.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참고 기다리면 통일의 그날은 반드시 옵니다.]

[앵커]

'인생은 막이 내릴 때까지 내가 주체가 돼서 움직이는 것이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주체적인 삶은 어떤 걸까요?

[조정래/작가 :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계속 컨트롤 해 나갈 수 있어야 됩니다. 지배하고 존중하고 '너 어떻게 살아야 하지? 잘 살아왔어?' 하고 매일 거울을 보고 물어야 합니다.]

[앵커]

그러면 작가님도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스스로와의 대화를 많이 하세요?

[조정래/작가 : 그렇습니다. 저는 단 1분 1초를 저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말을 달리는 스스로를 저를 말로 삼아서 저를 두들겨 패고 채찍질을 가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정신 차리라고. 그래서 56년 동안 글을 쓰면서 68권, 68권의 책을 썼습니다.]

[앵커]

마지막 소원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서 생을 마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게 30대부터 바라온 소망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마음이 담겨 있나요?

[조정래/작가 : 굉장히 욕심을 부린 소망인데요. 제 글 쓰는 치열성을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인데 그 하늘이 돌보아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앵커]

앞으로 오래오래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조정래/작가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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