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中 테크 IPO가 韓에 던진 ‘경고장’

강현철 2026. 9. 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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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선이 중국 증시로 쏠리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라는 거대한 외풍 속에서,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 자립을 목표로 자국 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중국 테크기업들이 올들어 8월까지 상하이 과창판과 선전 창업판 시장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133억위안(약 22조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3% 증가했다.

또한 중국 지방정부들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주요 기술기업에 투자한 뒤, IPO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 지방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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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선이 중국 증시로 쏠리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라는 거대한 외풍 속에서,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 자립을 목표로 자국 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앞세운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테크기업들이 올들어 8월까지 상하이 과창판과 선전 창업판 시장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133억위안(약 22조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3% 증가했다. 반도체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7월 27일 666억위안,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8월 19일 61억위안을 유치했다.

중국 당국은 적자 상태의 기술기업이라도 R&D(연구개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관련 특례를 AI 기업에도 확대했다. 수년까지 소요되던 상장 심사 기간도 예비심사제도를 적용해 수개월로 단축해줬다.

이런 정책 지원에 힘입어 2027년 상반기에는 IPO를 통해 중국 낸드플래시 1위 기업 양쯔메모리(YMTC)가 330억위안을, AI기업 딥시크가 100억위안 이상을 각각 과창판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 자본의 대규모 공습이 확인된다. 텐센트가 지원하는 AI 칩 설계 전문 기업 엔플레임(Enflame)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80% 넘게 폭등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엔플레임과 함께 '중국산 GPU 3대장'으로 꼽히는 무어스레드, 비런 테크놀로지 등도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며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인 실탄을 확보했다. 이뿐만 아니라 로봇 공학 분야의 유니트리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00% 이상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픈소스 AI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상장 행보는 글로벌 자금의 흐름도 바꾸고 있다. 기업가치 약 100조원을 목표로 IPO를 추진중인 딥시크(DeepSeek)나, 홍콩과 상하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문샷 AI(Moonshot AI) 같은 AI 기업들이 초저가 가성비 오픈소스 모델을 시장에 전격 투하하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중심의 고비용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지출 둔화 우려, 즉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을 촉발시키고 국내 반도체주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기술기업의 상장 확대가 첨단투자를 촉진시키고 R&D 효율을 개선할 것으로 평가했다. 기존에는 다수의 기술기업들이 지방정부 자금 지원과 국유은행 대출에 의존하면서 무분별한 기업 설립과 일부 방만한 자금 운영이 반복돼 왔으나 증시 상장을 통해 기술력과 수익성을 기준으로 자금이 배분되고, 수익금의 재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또한 중국 지방정부들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주요 기술기업에 투자한 뒤, IPO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 지방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테크 기업들의 상장 붐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는다. 기술 경합 최전선에 서 있는 대한민국 경제와 첨단 산업 생태계의 미래 성장판을 직접 위협하는 요소다.

가장 치명적인 파고는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몰아치고 있다. 상장 자금을 수혈받은 CXMT와 내년 중 상장예정인 YMTC 등 중국의 반도체 신흥 강자들은 범용(레거시) 메모리 분야에서 대폭 설비 증설에 나섰다.

이들이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가성비 위주의 밀어내기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랜 기간 지배해온 중저가 스마트폰 및 PC용 D램 시장의 점유율과 수익성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과거 3~5년 이상 벌어져 있던 기술 격차도 최근 중국이 차세대 초고속·저전력 메모리인 LPDDR6 양산에 성공하는 등 턱밑까지 좁혀진 상태다. 중국이 자체 생태계 내에서 국산화를 달성하는 순간, 한국 반도체는 거대한 고객을 잃음과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와 전면전을 벌여야만 한다.

중국의 테크 IPO 붐은 대한민국 제조업에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과거의 기술적 우위에 안주하는 범용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는 다가올 파고를 넘을 수 없다. 한국 반도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최첨단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과 차세대 HBM 기술에서의 압도적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피지컬 AI의 핵심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태계 확보에도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의 자본 역습이 시작된 지금, 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전방위적 국가 전략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할 때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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