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자 자식들 돌변했다…'상속 전쟁' 역대 최대

김수현/이인혁 2026. 9.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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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상속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원을 통해 재산 분할을 요구한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2014년 771건에서 지난해 3612건으로 약 다섯 배로 늘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과거엔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부모가 정해준 분할 비율을 따랐다면 요새는 본인 권리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추세"라며 "집값과 주가 상승으로 상속재산 파이 자체가 커진 점도 분쟁을 격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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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분쟁 사상 최대
커지는 '유언신탁'
집값·주식 치솟자 유산다툼
상속신탁 70% 급증
불붙은 재산분할 소송
연간 첫 4000건 돌파 예상
유언·보험신탁에 중산층 가세
올해만 3.6조 늘어
AI 생성 사진


상속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가치가 상승해 유산 규모가 커지고, 이를 배분받는 상속인의 권리의식이 강해진 결과다. 상속 분쟁에 대비하는 유언대용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등 관련 금융상품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1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 분할 청구 사건은 209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처음으로 연간 4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분할 청구 사건은 3612건으로, 2024년(3075건)보다 17.5% 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상속재산 분할 사건 중 84.5%(3051건)는 소송가액이 1억원 이하였다. 부모 재산이 많지 않은 가정에서도 상속 갈등이 일반화됐다는 얘기다.

금융회사에 재산 관리와 처분을 맡기는 상속신탁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유언장보다 실용성이 높고 상속 분쟁을 줄여주는 장점이 부각돼서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7조6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4조5024억원) 대비 70.4% 증가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 금융회사에 자산 관리를 맡기고, 사망한 뒤엔 가입자가 정한 방식대로 유산을 배분하는 금융상품이다. 증인이 필요한 유언장과 달리 법률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자녀나 친족이 신탁 계약서 작성에 개입하지 못해 상속 재산 분할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 판매액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사망보험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고 계약자가 정한 방식대로 나눠줄 수 있는 상품이다. 삼성 한화 교보 등 3대 생명보험회사의 지난달 말 기준 보험금청구권신탁 누적 판매액은 1조140억원으로 지난해 말(6014억원)보다 68.6% 늘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속 분쟁과 함께 고령 치매 환자가 보유한 ‘치매 머니’도 급증하고 있어 상속신탁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엔 '부모 뜻대로'…지금은 '법대로'
'장남' 이유만으로 권리 보장 안돼…패륜 주장까지하며 상속분 요구도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자산가뿐만 아니라 중산층·서민 가정으로 확산하자 법적 다툼이 증가하고 있다. 장자에게 재산을 더 물려주던 관행이 빠르게 약해지는 가운데 본인 몫 상속분을 ‘법대로’ 요구하는 상속인이 늘면서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서 ‘장남에게 재산을 더 많이 물려주겠다’는 고령층 비율은 2008년 21.3%에서 2023년 6.5%로 줄었다. 상속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원을 통해 재산 분할을 요구한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2014년 771건에서 지난해 3612건으로 약 다섯 배로 늘었다.

최근에는 부모 사후 세 자녀에게 재산이 3분의 1씩 상속됐는데 부모가 생전 한 자녀에게 증여한 2억원을 나눠야 한다며 나머지 두 자녀가 유류분(피상속인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유산의 최소 비율) 청구 소송을 낸 사례가 있었다. 유류분을 산정할 때 부모가 사망 당시 보유한 재산뿐 아니라 생전에 증여한 재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과거엔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부모가 정해준 분할 비율을 따랐다면 요새는 본인 권리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추세”라며 “집값과 주가 상승으로 상속재산 파이 자체가 커진 점도 분쟁을 격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첫째는 아파트를, 둘째는 토지를 물려받기로 가족끼리 협의를 마쳤는데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둘째가 마음을 바꾸고 법원 문을 두드리는 식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3월부터 민법 개정으로 상속권 상실 선고 대상이 기존 직계존속에서 배우자·형제자매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된 것도 상속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동생이 “형은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고 패륜을 저질렀으니 상속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부모를 누가 얼마나 부양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자녀 간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는 추세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생이 생전 부모에게 폭언 내지 폭행한 적이 있다’ ‘아픈 부모를 10년간 내가 오롯이 모셨다’고 주장하며 더 많은 상속 지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수현/이인혁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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