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베팅했더니.. '손실' 왜 커졌나

손유지 2026. 9. 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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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개인투자자 몰리며 16조원 급팽창…고수익 기대 뒤에 손실 위험
647억원 수수료 챙긴 증권사…잇단 규제에도 괴리율 논란 이어져
출시 앞당긴 배경부터 검증 절차까지…레버리지 ETF 검찰 수사
[지데일리] 국내 증시에 등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100일을 넘긴 가운데 투자자 손실과 시장 왜곡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 100일을 넘기며 투자자 손실과 규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음의 복리와 괴리율 문제가 불거졌고, 도입 과정의 위험 검증을 둘러싼 검찰 수사도 시작됐다. ⓒ픽사베이

고수익을 기대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빠르게 몰렸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 위험도 함께 확대됐다. 여기에 상품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위험 검증이 이뤄졌는지를 둘러싼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제도 설계와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국내 시장에 처음 상장됐다.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최대 2배 수준으로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두 종목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시장의 관심도 상당했다.

출시 이후 자금 유입은 빠르게 늘었다. 6월에는 16개 상품의 순자산이 16조원에 이르고 거래대금도 20조원에 육박했다. 고수익 기대가 투기적 거래를 자극하면서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크게 늘었고, 증권사들은 거래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8개 증권사가 약 석 달 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에서 벌어들인 수수료만 647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주가가 기대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 나타났다. 기초자산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매일 수익률을 재조정하는 레버리지 ETF의 특성상 장기간 보유할수록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과 상품 수익률 사이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다.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투자자가 보유한 레버리지 상품의 가치가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급락장에서는 손실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어 고위험 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가격이 상품의 가치보다 낮게 형성되는 음의 괴리율 문제도 불거졌다. ETF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만큼 수급과 투자심리에 따라 기준가와 시장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가 시장가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매매하면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논란이 커지자 7월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광고를 제한했다. 기본 예탁금 기준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이후 음의 괴리율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했고, 지난달 19일부터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시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상품이 출시된 뒤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상품 도입 과정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충분한 위험성 검증 없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제도를 추진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일 김용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고발인은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이 위원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했다. 

금융위가 지난 1월 마련한 보고서에서는 단일종목 ETF를 허용하되 법령 개정과 시스템 개발을 거쳐 하반기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행령 개정이 4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빠르게 진행됐고 상품은 5월 말 시장에 등장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다.

특히 상품 출시 전 스트레스 테스트 등 위험 검증이 충분했는지도 논란이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시장 충격과 투자자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면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고발 내용의 혐의 성립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며, 현재 단계에서 관련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는 금융상품의 혁신 속도와 투자자 보호 장치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레버리지 ETF는 시장 참여자에게 새로운 투자 수단을 제공하지만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 손실 위험도 크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복리 효과, 괴리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단기 수익만 바라보고 뛰어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출시 이후 규제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도입 단계부터 위험성을 면밀히 검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도입 과정과 스트레스 테스트 여부, 규제 기준 마련 시점, 증권사의 판매·광고 방식 등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레버리지 ETF 논란의 핵심은 상품 자체의 존폐보다 고위험 금융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