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이 알리고 김기덕이 정점 찍었다…이창동이 이은 韓영화 '베니스 45년'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정민 기자]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품에 안았다.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4년 만에 나온 한국영화의 베네치아 경쟁 부문 수상이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은 2등상이다. 한국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수상 후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와 베네치아의 인연은 1981년 시작됐다. 이두용 감독의 ‘피막’이 제3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ISDAP상인 특별감독상을 받았다.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본상은 아니었지만, 한국영화가 베네치아에서 거둔 첫 수상 기록이었다.
공식 경쟁 부문 첫 수상은 6년 뒤인 1987년에 나왔다.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가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주연을 맡은 고 강수연이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한국영화가 지금과 같은 국제적 위상을 갖추기 전이었다는 점에서 강수연의 수상은 더욱 주목받았다. 강수연은 해외에서 먼저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네치아에서 두 개의 본상을 받았다. 이 감독이 은사자상 감독상을, 문소리가 신인 배우에게 수여하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을 각각 수상했다.
‘오아시스’는 사회에서 소외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과 설경구·문소리의 연기가 호평받았으며, 당시 신인이었던 문소리는 이 작품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까지 받았다.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같은 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사마리아’로 은곰상 감독상을 차지했다. 한 해에 베를린과 베네치아에서 연이어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2012년 ‘피에타’로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가 베네치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칸·베를린·베네치아를 통틀어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그러나 ‘피에타’ 이후 베네치아 경쟁 부문에서 한국영화의 수상 소식은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다. 여러 작품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14년간 이어진 공백을 깬 주인공은 다시 이창동 감독이었다.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베네치아 경쟁 부문에 돌아온 그는 ‘가능한 사랑’으로 자신의 두 번째 은사자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남편 상우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가 만나 각자의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설경구와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본상 발표에 앞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이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베네치아에서 2관왕에 올랐다. 2002년 ‘오아시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은사자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함께 받은 것이다.
1981년 이두용 감독의 ‘피막’에서 시작된 한국영화의 베네치아 수상 기록은 ‘씨받이’, ‘오아시스’, ‘빈집’, ‘피에타’를 거쳐 ‘가능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24년 만에 자신의 베네치아 수상 기록을 추가하는 동시에, 14년간 이어졌던 한국영화의 경쟁 부문 수상 공백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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