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서 썼는데 집주인이 다른 사람한테 팔았다고?

허준수 변호사 2026. 9. 13. 17: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인생 첫 내 집 마련을 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계약금까지 내고 집주인과 계약서를 썼는데 중도금을 내기 전날 계약서가 무용지물이 된 것.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했는데 매도인이 몰래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버리는 일이다.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 관계가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 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 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때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단순히 편승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제2매수인 역시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준수 변호사의 ‘법·알·부·보’(법을 알아야 부동산이 보인다)] 등기 마치기 전이라면 제2매수인에 집 넘어갈 수도

● 계약서 쓰고도 웃돈 준다는 사람에게 파는 ‘이중매매’
● 중요한 건 등기…등기 넘어갔다면 되돌리기 어려워
● 중도금 받고 이중매매한 집주인, 형사처벌 대상
● 처분금지가처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로 예방 가능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전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동일한 부동산을 두 명 이상의 매수인에게 이중으로 매도하는 ‘이중매매’가 일어나기도 한다. 동아DB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인생 첫 내 집 마련을 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계약금까지 내고 집주인과 계약서를 썼는데 중도금을 내기 전날 계약서가 무용지물이 된 것. 집주인이 더 높은 가격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며 계약금을 2배로 돌려줬다. A씨는 "인생 첫 집이자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생각에 설렜다"며 "이사 준비를 하던 중에 계약이 깨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사건을 '부동산 이중매매'라고 말한다. 동일한 부동산을 두 명 이상의 매수인에게 이중으로 매도하는 일이다. A씨보다 상황이 심각한 경우도 있다.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했는데 매도인이 몰래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버리는 일이다. 

매도인과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까지 지급한 제1매수인으로서는 이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대출 등을 통한 잔금 조달 방안을 마련했을 터다. 그런데 갑자기 제2매수인에게 아파트가 팔려 등기까지 넘어갔다고 한다면 예측하지 못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받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웃돈을 주겠다며 부동산을 자신에게 팔라고 하면 매도인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AI 생성 이미지

계약서보다 중요한 것은 등기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기에 있거나 부동산 경기가 좋은 경우에 이중매매 상황이 흔히 발생한다. 가격이 상승할 것이 명확히 예측되는 부동산은 당연히 인기가 높다. 그렇다 보니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더 높은 금액을 주겠다며 자신에게 부동산을 팔라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특정 부동산을 반드시 매수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직장 이전, 학업문제, 종교적 이유 등)에 처한 사람도 있다. 이 경우 경제적 이득과 무관하게 매도인에게 웃돈을 지불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어찌 됐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유형의 이중매매가 과연 유효한 것일까. 계약을 이중으로 체결한다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부담하게 될까. 

이해를 돕기 위해 전형적인 이중매매 유형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어느 토지소유자가 제1매수인에게 땅을 팔기로 결심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상황이다. 그런데 갑자기 팔기로 한 그 땅이 개발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나돌며 주변 땅값이 크게 올랐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미리 땅을 판 것을 후회할 수 있다. 이때 기존 계약보다 더 비싼 값을 부르는 제2매수인이 등장한다. 매도인으로서는 제1매수인과 한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고 제2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해 등기를 넘겨주고 싶게 된다. 하지만 제1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파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때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준 경우 3자 간 법률적 효과가 어떠한지가 바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핵심이다. 

헌법은 사인 간에 계약체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우리 민법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매도인은 사적자치의 원칙, 계약체결의 자유 보장에 따라 다수의 매수인과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자치의 원칙, 계약체결의 자유를 강조한 나머지 이를 무제한 허용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중매매와 같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계약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이에 우리 사법 질서는 헌법적 기초 아래 일정한 사적자치의 형식과 한계를 설정해 계약체결의 자유를 도모하되 사회질서에 부합하는 법률행위만을 유효로 인정하고 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유효한 행위는 무엇일까. 

우선 매도인이 원래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만 지급받은 상태라면 매도인은 자유롭게 다른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넘겨줄 수 있다.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경우에는 원래 매수인에게서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때에는 계약의 구속력이 발생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과 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잔금을 받음과 동시에 등기를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다. 

민법은 등기와 관련해 공시주의를 취하고 있다. 민법 제186조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은 등기를 완료한 사람에게 귀속된다.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줘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이중매매로 다른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주었다면 등기를 마친 사람이 실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때 부동산을 사려고 계약을 먼저 진행했던 매수인은 억울하지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쥘 수 없다. 대신에 그가 입은 손해(계약금, 중도금 및 기타손해)에 대해 매도인에게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중도금 받았는데도 이중매매, 형사처벌 받을 수도

그런데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이중매매로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줘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단순히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에게 등기가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는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위반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보아 무효가 된다. 

여기서 '적극 가담'이란 단순히 앞선 매매계약의 존재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팔라고 권유하거나 회유하는 행위가 수반돼야 한다. 위와 같은 이중매매의 배임행위에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이 적극 가담한 경우라고 한다면, 이 매수인 명의로 등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권을 정당하게 취득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먼저 계약을 진행한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중도금까지 받았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팔았다면 매도인은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한편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이후 매매 목적물인 부동산을 다른 매수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 관계가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 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 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때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단순히 편승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제2매수인 역시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처분금지가처분'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로 예방 가능

그렇다면 부동산 이중매매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 방안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라고 한다면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되므로 먼저 계약을 진행한 매수인으로서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관계에서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이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사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이중매매 정황을 인지했다면 최대한 서둘러 그 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 처분금지가처분이 인용되면 매도인이 매물을 가로챈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주는 것을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방안으로 계약 즉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있다.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순위보전적 효력이 있다. 가등기를 마친 후 본등기를 하게 되면 애초에 가등기를 마친 시점으로 소급해 순위가 보전된다. 결과적으로 제3자에 우선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가처분과 가등기조차 미처 하지 못한 경우라고 한다면, 결국 사후적으로 매도인에게 이미 지급한 계약금 및 중도금 등을 반환해 달라고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방법만 남는다. 

사적자치의 원칙상 매도인이 계약금만을 지급받은 단계라고 한다면 그 배액을 배상하고 얼마든지 매도인은 제3자와 계약을 또다시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인이 이미 계약금뿐만 아니라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라고 한다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사무'가 아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므로 계약 내용에 따라 매수인에게 반드시 소유권을 이전해 줘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사적자치의 원칙이 매도인에게 위와 같은 경우에까지 제3자와 또다시 이중계약을 체결할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 취득에 급급해 경솔하게 그 임무를 위반한다면 먼저 계약을 진행한 매수인에게 금전적 손해를 배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형사 처벌을 면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다. 

허준수
●1978년 출생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現 법무법인 프라이어 대표변호사

허준수 변호사 nold1027@hanmail.net

Copyright © 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