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美 로봇시장, 최대 격전지 부상…韓 기업은 '조건부 승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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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글로벌 로봇 공급망 재편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미국은 국내 로봇 산업 최대 수출 시장이자 비중국 공급망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핵심 시장이다.
미국은 규제 부담이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비중국 로봇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기회 시장이기도 하다.
인증과 심사 대기는 단기적으로 부담이지만, 미국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국내 기업에는 공급망 대체 수요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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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글로벌 로봇 공급망 재편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미국은 국내 로봇 산업 최대 수출 시장이자 비중국 공급망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핵심 시장이다. 다만 까다로운 현지 생산과 공급망 요건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대응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제에 따르면, 로봇을 미국에서 제조하고 부품 공급망에서 미국산 비중을 65% 이상 확보해야 수입 금지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중소·중견 로봇 기업이 단기간에 현지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로봇기업 대표는 “미국은 높은 인건비와 물류비 탓에 현지 생산 원가가 기존 대비 최대 230% 수준까지 오른다”며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기업은 당장 조건부 승인을 받아 수출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미국 수출길을 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조건부 승인이다. 하지만 심사는 일반적인 제품 인증보다 기업·공급망 실사에 가깝다는 점에서 업계 부담이 크다.

◇제품 인증 넘어 지배구조·공급망까지 들여다본다
신청 기업은 법인명과 설립 관할, 본사 소재지는 물론 모회사·자회사·특수관계자·조인트벤처 등 전체 지배구조와 5% 이상 지분을 가진 실질 소유주 정보를 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과 경영진의 국적·거주국, 외국 정부의 소유·통제·영향력 여부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공급망 관련 요구는 더 구체적이다. 상세 부품명세서(BOM), 모든 부품과 로봇 설계의 원산지, 소프트웨어·펌웨어 공급 주체, 제조·최종조립·시험 장소를 제출해야 한다. 국가별 공급망 집중도 역시 금액과 생산량을 기준으로 공개해야 하고, 특정 부품을 단일 공급사나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지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제품 사양뿐만 아니라 핵심 공급처와 원가 구조, 생산량, 공급망 취약점 등 경쟁력과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까지 심사 과정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美 생산계획까지 심사…사실상 '사업구조' 평가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는 향후 미국 내 생산계획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신청 기업은 미국 제조 확대 계획과 일정, 담당 조직, 현재 미국 내 조립 비율과 인력 규모, 생산시설 위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승인 이후 향후 1~5년간 추가 채용 예정 인원과 생산시설 증설 규모, 미국 내 투자계획 등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로봇 제품의 기술적 적합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앞으로 미국 내에서 어떤 공급망과 생산체계를 구축할지까지 들여다보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새로운 시장 진입장벽으로 보고 있다. 이제 막 첫 수출이나 고객사 확보에 나선 중소·중견 로봇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규제 적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길어질수록 미국 고객사 입장에서도 신규 발주를 주저할 수 있다. 이미 계약을 확보한 기업은 납기 일정이 흔들릴 수 있고, 첫 수주를 추진하는 기업에는 인증 불확실성 자체가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대 수출시장 美…비중국 공급망 재편 기회 선점해야
미국은 국내 로봇 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 수출에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로봇 수출액 1조2578억원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4939억원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규제 영향권에 놓인 기업 상당수가 미국을 핵심 성장시장으로 삼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미국 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억8000만원 대비 3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5억원 적자에서 11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동형 휴머노이드 로봇 'RB-Y1' 공급 확대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티로보틱스도 북미 배터리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류자동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미국 제조업 시장에서 공급 실적을 쌓아왔다.
미국은 규제 부담이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비중국 로봇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기회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산 로봇 대체 수요가 커질수록 비중국 공급망 재편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인증과 심사 대기는 단기적으로 부담이지만, 미국 시장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국내 기업에는 공급망 대체 수요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규제 대응과 현지 진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FCC 규제 문언상 특정 국가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데다 심사 과정에서 지분 구조와 부품 원산지, 미국 내 생산 계획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되고 있어 통상 문제보다 안보와 공급망 관점이 강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인증과 심사 지연이 부담이지만, 비중국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할수록 국내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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