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면전에서 “전쟁 반대·유엔 존중” 외친 여성 대통령 [이 사람@World]

김태훈 2026. 9.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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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긴 하지만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아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뒤 아일랜드 대통령실은 "코놀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쟁과 집단학살의 일상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일랜드 국민의 강한 견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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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캐서린 코놀리 아일랜드 대통령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불량배’라고 불러
“전쟁·집단학살 일상화 결코 안 돼” 못박아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긴 하지만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아니다. 평화주의 전통이 뿌리깊은 이 나라는 상비군 규모가 1만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작아 설령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서방의 안보 강화에 기여하긴 힘들다. 중동 가자 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유럽 국가가 바로 아일랜드다.
캐서린 코놀리 아일랜드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1월11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코놀리는 대선 당시 좌파와 민족주의 진영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AP연합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트럼프는 아일랜드 서부 둔베그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장을 갖고 있다. 그는 이날부터 13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그곳에서 열리는 아이리시 오픈 골프 대회 참관을 위해 아일랜드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현직 국가원수 신분인 만큼 골프장으로 이동하기 전 더블린에서 캐서린 코놀리(69) 아일랜드 대통령과 잠시 만나 환담을 나눴다.

코놀리 대통령은 진보 성향 정치인으로 지난 2025년 대선 당시 좌파와 민족주의 진영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히긴 하지만 실권은 거의 없다.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외교·안보를 포함해 국정을 총괄하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의례적·상징적 역할만 수행한다. 그렇더라도 임기가 7년에 이르는 대통령은 가뜩이나 굴곡진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에서 국민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코놀리는 트럼프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교전이 개시한 이래 미국은 일관되게 맹방인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했다. 코놀리는 트럼프를 ‘불리’(bully·약자를 괴롭히는 불량배)라고 부르며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의 책임을 트럼프에게 물었다. 트럼프의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이유로 이란에 가하는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캐서린 코놀리 아일랜드 대통령의 환영을 받은 뒤 함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정상의 얼굴 표정에서 긴장감이 묻어난다. EPA연합
그래서 트럼프와 코놀리 대통령의 만남을 앞두고 양국 외교부는 혹시 ‘불상사’라도 벌어질까봐 노심초사했던 것이 사실이다.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뒤 아일랜드 대통령실은 “코놀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쟁과 집단학살의 일상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일랜드 국민의 강한 견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면전에서 미국의 이란 전쟁, 가자 지구에서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놀리 대통령은 19세기 대기근, 영국의 오랜 식민 지배, 테러 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활동기의 분쟁과 폭력 등 아일랜드가 겪은 역사적 시련들을 소개하며 “우리는 평화로 가는 길이 길고 험난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나라”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아일랜드 국민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놀리 대통령은 유엔을 폄훼하며 미국 몫 분담금 납부에도 소극적인 트럼프에게 유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비록 소규모 군대를 갖고 있으나 유엔 평화유지군(PKF) 파병에 앞장서는 등 유엔 활동을 돕는 데 적극적이다. 트럼프는 코놀리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뒤 “에너지와 수자원을 포함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며 “코놀리 대통령은 굉장했다”고만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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