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굴려주는거 아니었어?"…퇴직연금 계좌 '깜짝'

양지윤 2026. 9. 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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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을 '알아서' 굴려 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 3년을 넘겼지만 적립금의 85.4%(45조5000억원)는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인 '안정형'에 묶여 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에서 이 같은 '안정형 쏠림'을 현행 디폴트옵션의 핵심 문제점으로 꼽았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2분기 디폴트옵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안정형 상품의 최근 3년 평균 누적 수익률은 10.4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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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연금 노후부자]
디폴트옵션 85.4%, 안정형에 집중
자본연 "TDF·TRF 중심 상품 재편"
같은 적극형도 3년 수익 1.9배 차이
장기 수익률, 편입 자산 등 따져야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연금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퇴직연금을 '알아서' 굴려 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 3년을 넘겼지만 적립금의 85.4%(45조5000억원)는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인 '안정형'에 묶여 있다. 안정형 상품의 작년 수익률은 2.63%.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1%)을 간신히 웃돈다. 

 자본연 "원리금보장형 제외해야"

자본시장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에서 이 같은 '안정형 쏠림'을 현행 디폴트옵션의 핵심 문제점으로 꼽았다. 가입자가 디폴트 상품을 다시 선택해야 하는 '옵트인(opt-in)' 구조와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한 상품 체계가 가입자의 자산을 장기 분산투자로 유도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남재우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100% 원리금보장상품을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에서 제외하고 연령에 따라 주식-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위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타깃리스크펀드(TRF) 등 자산배분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경제부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결국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디폴트옵션'이라는 이름과 달리,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운용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디폴트옵션은 2023년 7월 본격 시행된 제도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한다.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형, 안정투자형, 중립투자형, 그리고 적극투자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안정형 10% 오를 때 적극투자형은 68%↑

pixabay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자신이 어느 위험등급을 선택했느냐다. 안정형은 정기예금이나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 등 원리금보장 상품으로만 구성된다. 안정투자형부터는 TDF와 밸런스드펀드(B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활용해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한다.

위험등급에 따라 장기 운용 성과가 크게 다르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2분기 디폴트옵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안정형 상품의 최근 3년 평균 누적 수익률은 10.4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안정투자형(28.83%), 중립투자형(46.67%), 적극투자형(68.93%) 수익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위험등급이 높아질수록 성과도 높아진 셈이다. 다만 위험자산 비중이 높을수록 증시 하락기에 손실 폭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위험등급을 정했다고 상품 선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같은 등급 안에서도 장기 성과가 크게 갈렸다. 금감원 공시 상품 중 적립금 1000억원 이상 상품을 비교한 결과 적극투자형의 3년 수익률은 최고 58%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신한은행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포트폴리오1'이 최근 3년간 64.72% 오를 때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은 123.34%의 수익을 냈다. 다른 위험등급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립투자형도 40.07~61.98%, 안정투자형도 20.91~50.8%로 격차가 컸다.  

 위험등급 같아도 수익률 2배 차이

pixabay


같은 위험등급에서도 성과가 갈리는 건 실제로 담고 있는 자산과 운용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적극투자형 가운데 3년 성과가 가장 높았던 한국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은 '한국투자MySuper알아서' 펀드로 운용된다. 나스닥100과 미국 대형 성장주, KRX 금현물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상품을 고를 때는 단순히 '적극형', '중립형'이라는 이름만 볼 게 아니라 실제 구성상품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TDF가 들어 있다면 어느 빈티지 상품인지, BF라면 주식과 채권을 어떤 비율로 담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최근 1년 성과보다 3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수십 년간 운용하는 장기 자산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디폴트옵션은 단기 시장 변동에 따라 자주 변경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활용하되, 연 1회 정도 수익률과 운용 현황을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용도 빼놓을 수 없다. 적립금 1000억원 이상 상품을 기준으로 합성총보수는 안정투자형이 연 0.13~0.61%, 중립투자형이 연 0.36~0.75%, 적극투자형이 연 0.57~0.91%였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복리로 운용되는 만큼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작은 보수 차이도 장기적으로 최종 적립금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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