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의 상처로 세계 울린 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니스 심사위원대상

2026. 9.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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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이 해고 노동자의 상처와 사랑을 그린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한국영화의 새 기록을 썼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폐막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에 앞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까지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가능한 사랑'의 수상은 한국영화의 국제적 성취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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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의 쾌거
신작 '가능한 사랑', 한국영화 최초 심사위원대상
'가능한 사랑' 속 전도연과 조인성. 넷플릭스 제공

이창동 감독이 해고 노동자의 상처와 사랑을 그린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한국영화의 새 기록을 썼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폐막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2012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이 감독에게도 24년 만의 베니스 수상이다. 그는 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로 2002년 감독상을 받고 배우 문소리에게 신인배우상을 안긴 바 있다. 이후 ‘밀양’ ‘시’ ‘버닝’ 등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사회 현실을 집요하게 들여다본 이 감독은 이번에는 노동과 계급,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윤리로 질문을 확장했다.

‘가능한 사랑’은 2009년 국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파업 진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 감독은 ‘버닝’을 함께 쓴 오정미 작가와 각본을 공동 집필했다.

해고 과정에서 겪은 일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서로 다른 계급에 속한 두 부부는 예지의 인터뷰 제안을 계기로 가까워지고, 상대의 삶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감춰뒀던 욕망과 균열을 드러낸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심사위원인 홍콩 감독 두기봉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이 영화에 생명을 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네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는 조여정과 관련된 유쾌한 일화도 공개했다. 이 감독은 “조여정 씨가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샀다. 한국에는 그런 풍습이 있는데 그 꿈이 이런 행운을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 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영화에 담긴 고민에 대해서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 감독은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을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기봉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성숙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디테일과 그 안에 담긴 성찰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절대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해외 평단도 작품의 사회적 통찰과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가능한 사랑’을 “불안한 시대의 사랑과 갈망을 섬세하게 그린 드라마”로 소개하며, 계급의 간극 속에서도 타인과 연결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오만함보다 다정함이 더 강한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설경구가 연기한 호석을 영화 전체를 뛰게 하는 ‘고통스러운 심장’에 비유했다.

버라이어티는 작품에 대해 “재치와 영혼, 사회적 통찰을 품었다”고 평하며 전도연의 연기를 호평했다. 가디언 역시 두 부부의 관계를 통해 착취와 우정의 경계를 탐구한 “섬세하고 우아하며 아름답게 연기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가능한 사랑’은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에 앞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까지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이 작품을 착취와 계급, 사랑과 욕망, 이야기를 소유하고 재현하는 윤리를 다층적으로 탐구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축하를 전했다. 최 장관은 13일 자신의 SNS에 “2002년 ‘오아시스’에 이어 24년 만에 베네치아에서 거둔 눈부신 쾌거로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끊임없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감독님의 깊은 예술혼이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과 제작진에게도 축하를 전하며 “늘 한국 영화계의 큰 자랑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의 수상은 한국영화의 국제적 성취를 넘어선다. 노동자의 상처와 계급의 간극,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의 윤리처럼 쉽지 않은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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