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 베이도 탐낸 포도...파일럿이 하늘서 점찍은 명당 “말보로 와인 성지로”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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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비행기 파일럿 마이크 틸러(Mike Tiller)는 매일 같은 하늘 길을 날았습니다. 그렇게 와인의 길로 들어선 그가 세운 와이너리는 오늘날 말보로를 대표하는 부티크 와이너리, 이사벨 이스테이트(Isabel Estate)입니다.
졸업후 특이하게 법의학 디플로마를 거쳐 포도재배 및 양조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와인의 길로 들어섭니다.
'말보로 와인 쇼 2025'와 '뉴질랜드 인터내셔널 와인 쇼 2025'에서 나란히 골드 메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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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간 놓고 말보로 맨 땅에 와이너리 이사벨 설립
클라우디 베이에 포도 공급하다 1994년 직접 생산
2017년 에어뉴질랜드 와인 어워즈 ‘올해의 와인’



우연한 발견이 인생을 바꿨으니 사실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었나 봅니다. 마이크와 아내 로빈 틸러(Robyn Tiller)는 그 땅에 와이너리를 지었습니다. 이름은 마이크의 어머니 이사벨(Isabel)에서 따왔습니다. 1980년대 내내 두 사람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소비뇽 블랑, 리슬링을 차례로 심었습니다. 땅은 기대 이상으로 화답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 등 말보로의 유명 와이너리들이 뛰어난 품질을 알아채고 이 밭의 포도를 앞다퉈 찾았습니다. 그렇게 재배한 포도를 다른 와이너리에 공급만 하던 이사벨은 1994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싱글 빈야드 피노 누아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사벨 이스테이트가 내세우는 철학은 단순합니다. ‘땅을 존중하고, 각 품종이 가진 본연의 개성이 스스로 빛나게 둔다’. 이 원칙 아래 와이너리는 100% 에스테이트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합니다. 밭의 구획을 세밀하게 나눠 소량씩 따로 양조하는 것도 원칙입니다. 구획마다 다른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합니다. 토착 효모를 사용하고 프렌치 오크를 섬세하게 다뤄, 화려함보다는 절제와 미네랄리티가 살아 있는 정통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현재 이사벨의 와인은 수석 와인메이커 제레미 맥켄지(Jeremy McKenzie)가 책임집니다. 그는 와인 평론 매체와 업계에서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의 아이언맨이자, 테루아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해내는 장인”으로 불립니다. 실제 그는 사이클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Canterbury) 지역의 농가에서 자란 그는 원래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였습니다. 졸업후 특이하게 법의학 디플로마를 거쳐 포도재배 및 양조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와인의 길로 들어섭니다. 뉴질랜드의 전설적인 와이너리인 빌라 마리아(Villa Maria)와 앨런 스콧(Allan Scott)에서 시니어 와인메이커로 활약했고, 프랑스 부르고뉴, 호주 야라 밸리(Yarra Valley), 캐나다, 미국 등 전 세계 유수의 와인 생산지에서 뼛속 깊이 경험을 쌓았습니다.


제레미는 이를 바탕으로 2022년 ‘뉴질랜드 내셔널 와인 어워즈’에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됩니다. 또 2024 뉴질랜드 내셔널 와인 어워즈(National Wine Awards NZ)에서 헤리티지 로즈볼 트로피(Heritage Rosebowl Trophy)를 수상합니다. 이 트로피는 10년에 걸쳐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 와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이사벨 싱글 빈야드 샤르도네가2023·2020·2015 빈티지에서 보여준 탁월한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와이너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사벨을 특별하게 만드는 독특한 포도밭의 입지, 오래된 포도나무, 뛰어난 양조 기술을 이 상이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이사벨만의 명성 높은 샤르도네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고 자평했습니다.

이사벨 와인은 주주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수입됩니다.
▶이사벨 말보로 소비뇽 블랑
패션프루트와 잘 익은 자몽의 화사한 향이 먼저 피어오르고, 소비뇽 블랑 특유의 블랙커런트 잎과 으깬 허브 향이 뒤를 잇습니다. 입안에서는 시트러스 계열의 강렬한 풍미가 중심을 잡고, 부싯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와 일부 오크 발효에서 나온 크리미한 질감이 겹겹이 쌓입니다. 길고 깔끔하며 신선한 여운이 인상적입니다.
갓 찐 홍합이나 통째로 구운 생선 바비큐가 잘 어울립니다. 마늘 버터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신선한 석화와도 잘 맞고, 아스파라거스나 완두콩을 넣은 허브 향 리조토와도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톡 쏘는 산미의 염소 치즈나 페타 치즈 샐러드와 매칭하면 와인의 산미와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유주 레몬과 쌉싸름한 자몽의 활기찬 향이 잔에서 올라오고, 패션프루트와 달콤한 바질 향이 그 위에 층을 더합니다. 입안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팔레트를 지배합니다. 루비 자몽과 허니듀 멜론, 키 라임의 풍미가 겹겹이 쌓이며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오크 발효에서 온 질감과 백악질 미네랄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염소 치즈와 페타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 신선한 석화, 마늘 버터 소스를 곁들인 바닷가재 구이나 봉골레 파스타, 그릴에 구운 해산물 요리와 멋진 궁합을 보여줍니다.


잘 익은 백도와 화사한 스톤프루트 향이 중심을 잡고, 샤르도네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부싯돌 향과 고급스러운 화약 연기 뉘앙스가 매혹적인 층을 이룹니다. 입안에서는 백도와 시트러스의 응축된 풍미에 바닐라 빈의 부드러운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고, 절제된 산미와 섬세한 미네랄리티가 길고 우아한 피니시로 이어집니다.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운 로스트 치킨이나 부드러운 칠면조 요리와 환상적인 균형을 보여줍니다. 구운 관자 요리나 레몬 버터 소스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 크리미한 랍스터 파스타와도 잘 맞고, 버섯 크림 리소토나 까망베르, 브리 같은 부드러운 숙성 치즈와도 훌륭하게 어우러집니다.


잘 익은 레드 체리와 라즈베리, 크랜베리의 활기찬 향이 코를 사로잡고, 화사한 장미 꽃잎과 섬세한 제비꽃, 말린 허브의 스파이시한 뉘앙스가 그 위에 층층이 피어오릅니다. 입안에서는 블랙 체리와 블루베리의 농축된 풍미가 중심을 이루고, 정교한 프렌치 오크가 배경을 받쳐줍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타닌이 뼈대를 잡아주며 순수한 과실 풍미가 아주 긴 여운으로 이어집니다.

새 프렌치 오크(30%)와 중성 배럴을 섞어 11개월간 효모 앙금과 함께 숙성하며 자연 말로락틱 발효를 거칩니다. ‘말보로 와인 쇼 2025’와 ‘뉴질랜드 인터내셔널 와인 쇼 2025’에서 나란히 골드 메달을 받았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신선한 체리와 라즈베리, 장미, 말린 오렌지 껍질 향에 조밀한 타닌과 짭조름한 미네랄리티를 갖춘 매우 신선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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