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선 사라지고 무주에선 살아난다...엇갈린 반딧불 운명

김고원 기자 2026. 9.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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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일부 서식지 관찰 수 늘어
광주 대촌천은 5분의 1로 급감
늦어진 겨울에 유충 성장 기간 늘어
폭염·가뭄 속 먹이 감소로 개체수 위협
어두운 숲길 주변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 무리.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같은 여름, 두 지역의 반딧불이 운명이 엇갈렸다. 전북 무주에서는 일부 서식지의 반딧불이 관찰 수가 늘어났지만, 광주 대촌천에서는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두 지역 모두 원인으로 달라진 날씨가 지목됐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무주에서는 늦게 찾아온 겨울 추위가 유충의 성장 기간을 늘려준 반면, 대촌천에서는 여름 폭염과 가뭄이 먹이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과거 '개똥벌레'라는 정겨운 이름으로도 불린 반딧불이는 한때 여름밤의 상징이었다. 어두워진 논밭과 개울가를 따라 반짝이며 날아다니던 모습은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기억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이 곤충을 소재로 한 노래가 큰 인기를 끌며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반딧불이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개발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밤을 밝히는 인공조명이 늘면서, 전국 곳곳에 흔했던 반딧불이는 이제 특정 지역에서나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그리고 올해는 이 반딧불이에게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다.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여름 날씨가 반딧불이의 생애주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겨울 늦게 오니 유충 더 오래 자란 무주 

무주에서는 반딧불이가 출현하는 장소가 줄었지만 남아 있는 일부 서식지에서는 오히려 관찰 수가 늘었다.

정재훈 무주군농업기술센터 기술연구과 팀장은 19년간 무주 현장에서 반딧불이를 조사해 왔다. 그는 "한 서식지에서 관찰되는 반딧불이가 예전보다 많아진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출현 장소가 줄어드는 현상과, 남은 서식지에서 개체 수가 느는 것은 서로 다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배경으로는 유충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 점이 꼽힌다. 겨울 추위가 늦게 찾아오면 유충이 가을에도 먹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고, 비가 자주 내려 습한 환경이 유지되면 먹이인 달팽이도 풍부해질 수 있다.

정 팀장은 "과거에는 9월 말부터 10월로 넘어갈 무렵 월동을 준비했다면, 이제는 10월까지도 충분히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충 시기의 토양 수분이 이듬해 성충의 관찰 수와 관련된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트레이시 에번스 연구진이 2019년 국제학술지 『생태곤충학』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성충이 관찰되기 5∼19개월 전 토양 수분이 낮으면 성충 관찰 수가 감소하고 토양 수분이 높으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유충이 땅속에서 성장하는 동안의 수분 환경이 이듬해 관찰되는 성충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올해 무주에서는 폭염의 영향도 함께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지대 늦반딧불이의 출현 시기는 늦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정 팀장은 고지대에서는 늦반딧불이가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지만,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지대에서는 출현이 크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여름 이어진 고온과 가뭄 때문에 습한 환경을 선호하는 유충의 성장이 더뎌졌고, 이에 따라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나오는 시기도 늦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전체 관찰 수에 대해서는 "크게 줄었다는 느낌은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 대촌천 늦반딧불이 5분의 1로 급감

반면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도 있다. 광주 대촌천에서는 올해 관찰된 늦반딧불이가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칠석보 인근 2.3㎞ 구간에서 관찰된 늦반딧불이는 300여 마리였다. 같은 구간에서 보존회가 관찰한 개체는 2023년 1100여 마리, 2024년 1300여 마리, 2025년 1500여 마리였다. 해마다 늘던 수치가 올해는 크게 꺾였다. 

보존회는 올해 장기간 이어진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반딧불이의 먹이 부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박병옥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 회장은 "과거에는 더워도 중간중간 비가 왔다"며 "올해는 무더위와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반딧불이의 먹이인 육상 달팽이가 활동하거나 알을 낳기 어려웠고, 이를 먹는 반딧불이 유충도 영향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올해 여름 남부지방에 폭염과 가뭄이 나타난 사실은 기상청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기상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여름철 기후 분석에 따르면 7월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 남부지방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나타났다. 전국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76.1%에 그쳤고, 강수일수도 평년보다 7.3일 적었다.

대촌천 늦반딧불이에게는 물가 주변의 습한 땅과 풀이 중요한 생활 터전이다. 늦반딧불이 유충은 물속이 아닌 땅에서 살며 명주달팽이 등 육상 달팽이를 잡아먹는다. 달팽이가 살 수 있도록 습기가 유지되는 하천과 계곡 주변이 유충의 주요 서식 공간이 되는 이유다. 김경호 반딧불이천문대 연구사는 "폭염이 이어지면 달팽이가 돌 등에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아 유충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만으로 단정하긴 일러"...개발·빛공해도 변수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관찰 수 감소를 폭염과 가뭄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천 주변의 제초 작업과 인공조명, 반딧불이의 자연적인 개체 수 변동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태만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박사는 "고온·건조에 따른 먹이 부족은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설명이지만, 10월 초 뒤늦게 나타나는 성충까지 관찰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빛으로 짝짓기 상대를 찾는 반딧불이에게 주변 불빛이 번식에 큰 영향을 줬을 수 있고, 풀을 베어 지표의 습기가 줄어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박사는 "과거 반딧불이가 많았던 곳에 도로 공사나 건물 신축으로 야간 조명이 들어선 뒤 다시 찾았을 때 반딧불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가로등에서 멀리 떨어진 어두운 산길에서는 여전히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식지 훼손과 빛공해는 세계적으로도 반딧불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바이오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서식지 감소와 빛공해를 주요 위협으로 지목했고, 2024년 북미 동부 시민과학 관찰자료 2만4683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도로·건물로 덮인 면적이 넓고 밤이 밝은 곳일수록 반딧불이 개체 수가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