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필독②] 안선회 교수 인터뷰, "교육정책 BIG3, 취지는 맞고 방법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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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앞서 살펴본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제', '서울대 10개 만들기', '수능 서·논술형 도입'은 교육 현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정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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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책의 취지와 실제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인력과 시설, 지역 일자리, 평가와 채점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새로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먼센스>는 교육행정·교육정책을 전공한 안선회 중부대학교 사범학부 교수에게 세 정책의 실효성과 실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건, 그리고 보완책을 물었다.

초등 1·2학년 대상, 오후 3시 하교제
Q.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실제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면 이른 하교에 따른 돌봄 공백을 일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규수업을 일률적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부모의 퇴근 전까지 남는 돌봄 공백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의 피로와 교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사교육은 돌봄뿐 아니라 학업 경쟁과 부모의 교육적 기대에서 비롯되므로, 하교가 늦어진다고 사교육비가 그만큼 줄어들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운영 중인 늘봄학교·초등돌봄교실·방과후학교·지역돌봄이 분절적으로 운영되거나 프로그램의 질과 이용 기회에 차이가 난다면, 새로운 제도를 추가하기보다 기존 정책을 통합·개선하는 방향이 더 낫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규수업 시수는 유지하되, 기존 돌봄·늘봄·방과후 프로그램을 놀이·예술·체육·독서 중심으로 내실화하고, 희망 학생이 지역과 학교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이용하도록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오후 3시 하교제는 기존의 학교·지역 돌봄체계를 통합하고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할 때 돌봄 공백과 사교육 의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습니다.
Q. 초등 1·2학년이 오후 3시까지 정규 수업을 받는 것이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 우려는 타당하다고 봅니다. 저학년에게는 교과 학습뿐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놀이, 신체활동, 문화·예술 활동과 또래 관계를 통한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것'과 '오후 3시까지 정규수업을 받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초등 1학년의 5교시 교실을 직접 보면 수업시간 연장을 쉽게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학년의 발달 단계와 오후 시간대의 피로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수업을 6~7교시까지 늘리면 학생의 피로와 학교생활 부담이 커지고 교사의 업무 부담과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교 시간을 일률적으로 늦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돌봄과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Q. 모든 학생의 하교 시간을 늦추는 대신 필요한 가정에 돌봄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모든 학생의 정규수업을 일률적으로 연장하기보다, 희망하는 학생에게 질 높은 방과후·돌봄을 보장하는 방식이 더 적절합니다.
학교는 안전한 돌봄 거점으로 활용하되 전용 공간을 우선 확보하고, 일반교실을 사용할 경우 시설·물품 관리와 원상복구 책임은 돌봄 전담체계가 맡아야 합니다. 돌봄 운영도 교사의 수업·생활지도 업무와 분리해 교육청·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전담인력과 전문 코디네이터가 담당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은 교과 보충이나 문제풀이 중심으로 운영하기보다, 휴식·놀이·독서·예술·체육과 사회성 발달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지역 돌봄기관과 안전하게 연계해야 합니다. 동시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소득 보전을 강화해 부모가 저학년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돌봄 책임을 교사에게 추가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인력과 체계를 갖춰 학교 안팎의 돌봄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
Q. 정부가 부산대·전남대·충남대를 첫 집중 지원 대학으로 선정하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이 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일부 거점국립대에 재정을 집중해도 수도권 대학 쏠림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교육력뿐 아니라 서울 소재 여부, 학벌과 인적 관계망, 수도권의 일자리와 생활 여건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역마다 지리적·사회적·산업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광역시의 거점국립대만 집중 지원할 경우, 지역의 학생·인재·재정이 다시 광역 대도시로 쏠릴 수 있습니다. 일부 광역 대도시권은 성장하더라도 주변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의 대학·산업 기반은 상대적으로 더 약해질 수 있고, 그 결과 지역 내부에서도 광역시와 중소도시 간 격차가 커져 지역소멸을 오히려 가속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지역별 특성화에 성공한 대학을 육성하는 '지역강소대학 100개 만들기'가 수도권 쏠림과 지역소멸을 함께 완화하는 타당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Q. 학생들이 서울의 대학 대신 지역 거점국립대를 선택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학생들이 서울의 대학 대신 지역 거점국립대를 선택하게 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대학이 학생의 공통핵심역량과 전공·직무역량을 실제로 높이는 교육경쟁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입학 당시의 역량과 재학·졸업 단계의 역량을 비교해 대학이 학생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평가하는 대학 교육력 지표와 학생성장지표를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논문 수나 취업률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학생의 역량 향상, 수업의 질, 졸업 후 직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산업의 수요에 맞게 학과와 교육과정을 개편해 높아진 학생의 역량이 양질의 지역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학생이 선택하는 대학은 정부가 지정한 거점국립대가 아니라, 객관적인 교육력과 학생성장지표를 통해 학생을 실제로 성장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학이어야 합니다.
특히 국립대는 교수의 신분이 안정되고 대학 운영에서 교수의 권한이 큰 만큼, 교수와 대학의 교육 노력 및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책임과 보상에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 기반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고 지역 산업과 고용이 자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산업구조와 미래 성장 분야를 분석해 필요한 인재·기술·연구개발 수요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대학은 이에 맞게 학과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연구·현장실습·취업을 연계해야 합니다.
정부는 대학을 직접 선정하고 통제하기보다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지역의 산학관 협력체제를 지원해야 합니다. 지원 대상도 거점국립대에 한정하지 말고, 설립 유형과 관계없이 지역산업 발전과 학생 성장에 성과를 내는 대학을 선정해야 합니다.

30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평가 도입
Q. 현행 객관식 수능이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십니까?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학습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현행 선다형 수능이 학생의 논리적·비판적·창의적 사고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서·논술형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평가하고, 선다형이라고 해서 사고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형식보다 어떤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묻느냐입니다. 실제로 현재 고등학교 내신의 일부 서·논술형 문항보다 수능의 선다형 문항이 더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 체계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수능의 형식부터 서·논술형으로 바꾸면 오히려 취지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사교육에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기보다 정해진 논증의 틀에 핵심어를 끼워 넣거나, 유형화된 답안 구조와 작성 요령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서·논술형 평가 역시 또 하나의 '시험 기술'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또한 채점 기준에 맞춘 정형화된 답안 작성과 사교육 훈련이 확산되어 오히려 평가의 타당성이 낮아질 우려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도가 충분한 준비 없이 도입됐다가 공정성 논란과 사교육 확대 등의 문제로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이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서·논술형 수능뿐 아니라 수능 체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가장 큰 쟁점은 채점의 공정성입니다. AI 채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AI 채점은 채점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부분적으로 높이고, 평가자 간 편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필이나 수정 흔적을 잘못 인식하면 문자 변환 단계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기반 답안 작성으로 문자 인식 문제를 줄이더라도, 인간이 만든 루브릭(평가기준표)과 채점 자료에 의존하는 AI가 학생의 논리성·비판성·창의성을 타당하고 일관되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AI는 답안 분류, 채점 편차 탐지와 재검토 대상 선별 등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최종 채점과 책임은 복수의 전문 평가자가 담당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평가 전문가를 장기간에 걸쳐 양성하고, 반복적인 사전 연수와 모의 채점, 교차 채점과 채점 조정이 가능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인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논술형 수능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도입하더라도 내신 서·논술형 평가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뒤, 그 성과를 검증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Q. 서·논술형 대학 입학 시험은 프랑스와 일본 등 해외에서도 실시되고 있거나 실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와 무엇이 가장 다르고 우리나라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갖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해외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려 했지만, 대규모 수험생의 답안을 공정하게 채점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결국 철회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바칼로레아의 서·논술형 시험만으로 모든 학생의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특히 그랑제콜 등 일부 상위 교육기관은 별도의 선발 절차를 운영합니다.
또한 프랑스 사례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대학 입학시험의 형식보다 교육과정 전체입니다. 프랑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 수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글로 표현하는 훈련을 꾸준히 받습니다. 바칼로레아(프랑스의 대학입학 시험)의 철학 논술이 가능한 것도 대입 직전에 갑자기 논술을 가르치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교육 안에서 오랫동안 읽고 생각하고 논증하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려면 수능 문제부터 바꾸기보다 학교 수업과 내신 평가에서 이런 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하면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창의적인 사고 역시 충분한 지식과 기본 소양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면 먼저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초·중·고 시기는 그런 기초지식을 쌓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것이 많은 학생일수록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필요한 정보를 골라 더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식교육과 사고력 교육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지식 위에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평가와 수업을 함께 바꿔야 합니다.
정주원 기자 simple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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