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임박했나.. 시민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

홍성민 2026. 9. 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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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여 단체 서울 도심 집결…호르무즈 파병 반대
시민사회 “미국 요청 따른 파병은 헌법 위배”
재한 이란인도 반발…“한국이 전쟁 당사국 될 것”
정부, UAE 현지조사 착수…11월 결정설에 긴장 고조

[지데일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한국 사회의 거리로 번졌다. 

12일 서울 도심에서 540여 개 단체가 호르무즈 파병 반대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정부가 UAE 현지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시민사회는 헌법 정신과 국민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픽사베이

12일 서울 도심에는 540여 개 단체가 모여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제동을 걸었다. 참가자들은 전쟁에 한국군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고,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중동 정세가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군사적 개입을 선택할지, 외교와 평화를 앞세울지를 놓고 논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참여연대 등 540여 개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에서 파병 반대를 외친 뒤 주한미국대사관 앞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거리에는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며, 전쟁에 연루될 수 있는 파병 결정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시민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파병의 성격이다. 미국의 요청에 따른 병력 파견이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에 한국이 직접 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참가 단체들은 침략전쟁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정부가 동맹 관계나 외교적 압박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적 선택은 한번 결정되면 철회하기 어렵고, 병력과 국민의 안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한 이란인들도 파병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군이 호르무즈 지역에 투입되면 한국이 중동 분쟁의 한쪽 당사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군사작전의 목적이 해상교통로 보호나 자국 선박 안전에 있더라도 상대국이나 주변국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한국 교민과 기업, 선박의 안전에도 새로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관련 상황을 살피고, 조사 결과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파병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결정 시한을 11월로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정세와 작전 환경, 우리 국민 및 선박 보호 필요성,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병 논의가 안보와 동맹이라는 틀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군사적 개입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국민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가 핵심이다. 

파병 목적과 임무, 교전 가능성, 철수 조건, 장병 안전대책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채 결정이 추진된다면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회와 시민사회의 검증 절차 역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인 에너지와 물류가 오가는 핵심 항로인 만큼 한국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경제적 필요성이 곧바로 군사적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파병이 긴장을 낮추는 데 기여할지, 오히려 한국을 분쟁의 위험에 노출할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날 시민대행진은 정부의 파병 검토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장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헌법적 원칙, 국익을 어느 수준까지 고려했는지가 향후 거센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군사·외교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의 판단력뿐 아니라 민주적 통제와 국민적 동의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