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존 후보 중 재제청하라”... 조희대 대법원장에 압박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인 중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재청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12일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대법관 인사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현재 대법관 두 자리가 공석이고,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반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요구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 공백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국민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제공하는 것이 사법부가 지켜야 할 헌법적 책무”라고 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법부 수장의 힘을 과시하거나 대통령의 임명권과 맞서기 위한 권한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산된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에서 4인을 추천받아 그중 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제청했지만 이 대통령이 반려했다. 그렇다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기존 후보 중에서 제청하도록 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추천위 추천 4인 중 1인을 대법관으로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나 전 원내대변인은 “혹여 이미 추천된 후보자를 제쳐두고 추천위부터 다시 구성해 후보군을 원점에서 다시 짜려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대법관 인선을 장기화하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제청권 몽니로 대법관 공백을 장기화하지 마라.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이 사람을 제청하라’고 요구할 권한이 헌법 어디에 있느냐”고 따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는 대법관을 대법관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절차로 나눠 삼권분립의 균형을 명확히 세워놨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후보를 찍어 제청하라고 요구할 권한까지 생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권이 특정 후보를 골라 재제청하라고 압박한다면 이는 단순한 인사 의견이 아니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는 요식 절차로 전락시키려는 노골적인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 기막힌 것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며 “야당 시절에는 대통령의 대법관 인사 개입을 두고 ‘삼권분립 파괴’ ‘헌법 파괴’라며 맹공을 퍼붓더니, 정권을 잡고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일을 버젓이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천위를 존중하라’는 주장은 결국 김민기(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청하라는 소리”라며 “김민기를 대법관 만들어 기어코 이재명 무죄 선고 받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어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 위에 있다는 발상은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고, 독재의 시작”이라며 “히틀러도 ‘선출 권력’을 내세워 나치 독재 정권을 구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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