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다’던 철학과…SKY 수시 경쟁률 폭발한 이유

2026. 9.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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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5.44대1, 고려대 113대1, 연세대 78대1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판적 사고,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한 역량은 인문학에서 길러진다고 말한다. 제미나이 이미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 철학과가 인문계열 학과 중 경쟁률 상위에 올랐다. 흔히 인문학의 대표 격으로 ‘문학·사학·철학’을 꼽고, 2000년대 이후로 이들 학과를 나오면 “밥 굶는다”는 말이 따라다닌 터다. 철학과의 위상 변화를 두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사고력 배양에 필요하다는 인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종로학원이 지난 9일 마감한 수시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철학과는 9명 모집에 139명이 지원해 경쟁률 15.44대 1을 기록했다. 사회학과(18.6대 1)·사회복지학과(16.57대 1)에 이어 인문계열 학과 중 세 번째로 높다.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2021학년도(12.5대 1)에 ‘10대 1’을 넘은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려대 철학과는 4명 모집(특별전형 제외)에 452명이 지원해 113대 1 경쟁률을 기록해, 경영대학(198.33대 1)·자유전공학부(114.2대 1)에 이어 인문계 학과 중 3위다. 연세대 철학과의 경쟁률이 78대 1(4명 모집, 312명 지원)로, 인문계 19개 학과 중 9위다.

AI 시대의 도래가 철학과 등 인문학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철학과가 수험생들에게 AI 시대에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전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 기술 발달로 어학이나 경제·경영학과로 지원하는 학생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늘었다. 합격선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사장은 지난 2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 공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은 미래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논리적 글쓰기, 추론 능력을 훈련하는 철학과의 커리큘럼이 로스쿨 입박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권영우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주간경향에 “LEET 문제가 논리적 추론을 하는 것이라서 로스쿨 진학 지망생들은 철학을 전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입시전문가들, 교수들과 학생들의 말들을 종합하면 대학 입시 경쟁률 수치가 보여주는 ‘철학과 인기’라는 현상 이면에는 AI 시대를 대비하는 선택부터 철학에 대한 순수한 관심, 로스쿨 진학, 범용 학문으로서의 효용 등 다양한 이유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질문하는 자가 살아남는다…AI 시대, 인문학의 쓸모에 관하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51074?sid=102


☞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취재 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51155?sid=103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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