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 25인의 경고…“AI의 문제풀이 경쟁 우려스러워”
“통찰이라는 목표 달성 위한 도구”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학계 최고 권위를 지닌 필즈상 수상자들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미해결 수학 문제 풀이 경쟁에 우려를 제기했다. 문제의 답을 빠르게 내놓는 AI의 능력이 수학의 본질인 개념적 이해와 통찰, 인간의 지적 활동 전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해 테런스 타오 등 필즈상 수상자 25명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수학에서 AI의 심각한 목표 불일치’라는 제목의 공동서한을 통해 AI의 수학 문제 풀이 경쟁이 수학계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학에서 문제 풀이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 필즈상 수상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대리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학적 이해와 통찰을 얻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AI가 수학 연구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수학계뿐 아니라 AI 기업과 사회 전체가 대응 방안을 시급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같은 문제가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적 활동 전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즈상 수상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애초 그 일이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수학계와 AI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시급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즈상 수상자들의 공동서한은 오픈AI가 최근 AI를 이용해 수학계의 대표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88시간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한 직후 공개됐다.
문제 해결에는 수천개의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문제 해결을 위해 에이전트들이 270만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약 1300억개의 토큰을 썼다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픈AI가 다른 수학자들의 연구 아이디어를 이용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미국 뉴욕대(NYU) 쿠란트 수리과학연구소의 트리스탄 벅매스터 교수와 앤트로픽 소속 수학자 레벤트 알푀게는 오픈AI의 발표 직전 AI를 이용한 관련 방정식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벅매스터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 내용이 알려진 뒤 오픈AI가 같은 문제에 뛰어들었다면서 자신들이 수개월에 걸쳐 개발한 독특한 접근법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벅매스터 교수의 연구에 접근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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