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재원' 놓고 갈등…삼성전자 노조는 왜 쪼개지나

정용진 2026. 9.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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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쟁점]
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갈등 속 DS 중심 조직 재편 추진
전사 성과급 재원 놓고 노조 간 입장 차이 갈수록 확대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패널티 개선도 핵심 교섭 의제
노조 분화 가속화에 내년 삼성전자 교섭 지형 급변 전망
[지데일리]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내년부터 조합원 가입 범위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12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다음달 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내년 임금 및 단체교섭과 관련한 3개 안건을 표결할 예정이다. 조직의 외연을 넓히기보다 반도체 부문의 이해관계와 교섭력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셈이다.

총회에서는 성과급 분배 전사 기준 통합 요구안과 초기업노조 가입 자격을 DS 부문으로 한정하는 규약 변경안,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패널티 개선 요구안이 표결 대상에 오른다. 조합원 투표에서 의결된 내용은 내년 교섭 요구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초기업노조는 출범 당시 DS와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을 함께 아우르는 조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올해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재원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공동 교섭 체계에 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DX 부문 조합원이 다수인 동행노조가 전사 재원을 활용한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며 공동 교섭단에서 이탈했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전사 기준의 성과급 재원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노동자들의 보상과 직결되는 핵심 쟁점이다.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큰 만큼 어느 범위의 재원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느냐에 따라 조합원별 보상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부문이 호황을 누릴 때는 DS 성과가 조직 전체의 성과급 재원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가 중요한 논쟁이 되고, 반대로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때는 특정 사업부의 손실이 다른 조직 구성원의 보상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의 조직 재편을 선택한 배경에도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공동 교섭을 통한 단일한 목소리보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성과 보상 문제에 집중하는 편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가입 자격을 DS 부문으로 제한하면 조직의 요구사항도 반도체 사업의 실적과 인력 구조, 연구개발 환경 등에 보다 밀접하게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패널티 개선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적자 사업부의 경영 성적이 성과급 산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반영되면 해당 조직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노력과 무관한 사업 성적 때문에 보상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런 구조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적자 패널티 완화를 핵심 교섭 의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노조 조직의 분화가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반드시 높여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보다 선명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조가 각자의 성과급 재원과 보상 체계를 요구하며 경쟁할 경우 삼성전자 내부의 노사 협상 구조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전사 재원을 요구하는 노조와 DS 부문 성과를 중시하는 노조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회사 측과의 교섭 과정에서도 요구안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노조 지형 변화는 부담 요인이다.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대응을 위해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한 시점에 임금과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업 성과와 보상 사이의 연결고리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노조 간 갈등과 별개로 불만이 누적될 수 있다.

이번 총회는 초기업노조의 조직 방향뿐 아니라 삼성전자 노조 전체의 세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DS 중심 재편이 확정되면 전삼노와 동행노조 등 다른 조직과의 교섭 전략 차이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핵심은 어느 노조가 더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사업부문의 성과와 위험을 어떤 기준으로 보상에 반영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 못하면 조직 재편이 끝난 뒤에도 보상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