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전부터 한반도 통일을 포기했다

윤수현 기자 2026. 9. 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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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로동신문은 통일·남조선 등 한국 관련 언급을 줄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로동신문은 북한이 한국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인식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통일·북남관계 등에 대한 언급을 줄여왔다.

로동신문은 북한 노동당에서 발행하는 기관지로, 류 박사는 13년간 로동신문에 나온 사설·논평 등 텍스트 1만4223건을 키위파이파이, 사이킷런, 패스트텍스트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로동신문은 미국에 대한 적대적 담론을 줄였으며, 일본에 대해선 '전쟁국가'·'군국주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적대적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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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대상 언론] AI로 분석한 북한 로동신문
'한반도 통일' 언급 사라지고 미국 적대적 표현 줄어
대북제재 이후 자력 갱생·핵 보유국 지위 확립 언급 증가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북한 로동신문.

3줄 요약
- 북한 로동신문은 통일·남조선 등 한국 관련 언급을 줄이고 있다.
- 미국에 대한 적대적 보도도 줄어들었지만, 대신 일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증가했다.
- 대북제재 이후엔 '자력 갱생'·'핵 보유국 지위 확립' 등 언급이 증가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AI로 분석해 김정은 체제 북한의 대외정책과 담론을 알아보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로동신문은 북한이 한국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인식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통일·북남관계 등에 대한 언급을 줄여왔다. 또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김정일 시대 통치 담론을 주창해왔지만, 이후 이 언급을 줄이고 제도적인 부분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류현정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조선비즈 기자)는 지난 7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대 로동신문을 AI로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 <김정은 시대 로동신문에 대한 계산사회과학적 연구>를 발표했다. 로동신문은 북한 노동당에서 발행하는 기관지로, 류 박사는 13년간 로동신문에 나온 사설·논평 등 텍스트 1만4223건을 키위파이파이, 사이킷런, 패스트텍스트를 통해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연구에 따르면 로동신문은 미국에 대한 적대적 담론을 줄였으며, 일본에 대해선 '전쟁국가'·'군국주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적대적 모습을 보였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노이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동신문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미제(미국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1만 회 넘게 사용했으며, 반미라는 표현 역시 2037회 등장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해당 표현은 각각 409회·127회 등장에 그쳤다. 2023년~2024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였지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류 박사는 “북한은 미국을 향해 무력 시위를 벌이거나 원색적 비난을 퍼부어 미국의 관심을 끌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지렛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2023년부터 미국의 패권과 경제 질서를 진단하는 관찰자적 시선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로동신문을 통해 일본을 내부 결속을 위한 공동의 적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동신문에서 일본·일본군국주의·일본반동 등 단어가 2012년~2019년 1만2671회에서 2020년~2022년 884회로 줄었지만, 2023년~2024년 1529회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북한은 '미제'와 '제국주의'로 대변되는 부정적 타자를 설정하고 이를 비난해 내부를 결속하는 방식으로 통치 기반을 다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담론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무난한 표적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의 핵무기 언급은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 직전인 2016년 급격히 증가한 뒤 이후 대폭 감소했다. 북한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핵보유'를 1372번, '핵무력'을 1716번 언급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이들 단어는 각각 20번·109번 언급되는 것에 그쳤다. 류 박사는 “핵 지위는 지면에서 거듭 주장하며 쟁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며, 당연하기에 언급할 필요가 없는 어휘가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한반도 정책 변화도 감지됐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2012년~2014년) 남조선(1만4469회)·북남 관계(4531회)·조국 통일(3850회)·자주통일(1073회) 등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 통일을 단순한 정책적 의제가 아닌 정권의 정통성으로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집권 후기(2022년~2024년) 조국통일·북남관계·자주통일 등 단어가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류 박사는 “대남·통일 정책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2021년 폐기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후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하고 헌법의 통일 조항 삭제를 지시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에서 선군·강성 조선 등 김정일 시대 통치 담론을 상징하는 단어가 줄어든 점도 특징이다. 로동신문은 김정은 집권 초기 선군조선·강성국가 등 단어를 수백 차례 사용했으나 2018년 이후 이들 단어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충성심·정치의식·당규율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어휘는 대폭 증가했다. 정치의식·당규율 등 단어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2022년 이후 각각 673회·65회 등장했다.

▲남한과 북한. ⓒGettyimages.

로동신문의 담론도 '이념'에서 '제도'로 이동했다. 로동신문이 김정은 체제 초창기 이념 담론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 강화를 꾀했다면, 이젠 내부 통제 제도화를 중심에 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념'을 중심 담론으로 한 글이 43%에 달했으나, 2018년 이후 이 비율이 20~30%대로 하락했다. 반면 이 시기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글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북한은 2020년 이후 종교와 한국·미국 등 해외 문화를 배격하는 문화통제 법안인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 세대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강요하는 '청년교양보장법' 등을 제정하며 주민 통제 수단을 제도화했다. 이후 로동신문 등에선 제도 담론이 급격히 늘어났다. 류 박사는 “과거 '선군'·'수령 계승'을 강조했다면 이젠 '당 조직'·'전원회의 결정'·'규율' 등을 앞세우는 어휘가 대체되고 있다”며 “담론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라고 했다.

로동신문은 비교적 최근인 2022년부터 2024년까진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자력 갱생, 핵 보유국 지위 확립 등 담론을 강화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원료와 자재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국산화·경공업 등 자립 능력 강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늘어났고, 스스로를 '핵 보유국'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늘었다. 또 북한은 정상외교에 나선 후 자신들을 '국가'·'우리 국가'로 부르고 있다. 과거 한국과 자신들을 하나로 묶는 단어인 '동족' '민족' 등의 표현이 많았다면, 이젠 본인들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류 박사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권력 기반이 군 중심에서 당·국가 제도로 재편됐다는 정치학적 관찰을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적대적 두 국가' 노선 역시 돌출적 선언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진행된 국가 형태의 재조립 과정이었으며 담론 재편은 그 과정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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