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만 치다 끝나는 하루, 우리는 '진짜 기사'를 쓰고 있을까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2026. 9. 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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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료가 신세를 푸념했다.

예전에 두세 명이 나눠 하던 일을 한 명이 맡는다.

얼마 전 '신문사 엑소더스'라는 표현을 봤다. 젊은 신문 기자들이 비전을 찾지 못하고 줄줄이 회사를 떠난다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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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 노트북, 기사 작성. 사진=gettyimagesbank

며칠 전 동료가 신세를 푸념했다. 낯선 모습이었다. 밤낮없이 일하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멍'이었다. 아무리 챙겨도 채울 수 없는 빈틈. 그 공백을 귀신같이 짚어내는 사람이 데스크다. 동료는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이 이상 어떻게 더 일하나 싶었나 보다. 내가 봐도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사람이 쓸 수 있는 힘에는 총량이 있다. 열 장짜리 카드패에서 여덟 장만 고를 수 있다고 해보자. 반드시 두 장은 버려야 한다. 몇 번을 다시 골라도 여덟 장만 가질 수 있다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일도 비슷하다. 출력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못 챙기는 영역은 남는다. 매번 버려지는 두 장이 달라질 뿐이다.

지역언론에서 일한 지 9년째다. 해가 갈수록 한 기자가 맡는 취재 영역은 넓어진다. 사람이 야금야금 줄어서다. 예전에 두세 명이 나눠 하던 일을 한 명이 맡는다. 사람이 줄었다고 출입처가 없어지는 것도, 지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남은 사람들이 빈자리를 나눠 갖는다.

얼마 전 '신문사 엑소더스'라는 표현을 봤다. 젊은 신문 기자들이 비전을 찾지 못하고 줄줄이 회사를 떠난다는 기사였다. 지역언론은 좀 다르다. 한 명이 떠난다.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다. 그래도 어찌저찌 회사는 돌아간다. 또 한 명이 떠난다. 이번에도 남은 사람들이 일을 나눠 맡는다. 그래도 신문은 어찌저찌 나온다. 사람을 줄여 인건비를 감당하고, 그 여력으로 남은 사람들의 임금도 조금씩 올린다.

한꺼번에 사람이 빠져나가면 비상대책이라도 세울까. 야금야금 줄면 위기에도 적응한다. 위기가 오래 이어지면 위기는 일상이 된다. 사람은 줄었는데 백화점식 보도는 그대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있고 그 아래 수많은 출입처가 있다. 유구한 전통이다. 기자는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겨야 한다. 두세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맡으면서도 챙겨야 할 것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하나를 깊게 파고들 여유부터 사라진다. 결국 여기저기 잽만 치고 다닌다. 버거운 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효능감이 사라지는 일이다. 하루 종일 구멍만 메우다 보면 기자로서 욕심도 조금씩 닳는다. 잽, 잽, 잽. 사고 없이 지면을 채우고 퇴근한다. 내일 또 잽을 친다. 그렇게 잽만 치는 월급쟁이가 된다.

신문사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콘텐츠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자주 들여다본다. 요즘 전략은 오히려 좁아지는 쪽이다. 모두를 적당히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타깃을 좁히고, 그 사람들이 외면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든다. 이것도 저것도 조금씩 잘하는 채널보다 “이건 여기서 봐야 한다”는 이유 하나가 분명한 채널이 강하다. 그런데 신문은 반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이 많을 때 만들어진 백화점에서 사람만 줄이고 있다. 진열대는 그대로 둔 채 점원만 줄이는 셈이다. 그러면서 모든 진열대를 예전처럼 관리하라고 한다. 그러니 구멍이 생긴다.

▲ 자료 조사. 사진=gettyimagesbank

이제 환상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정치부도 사회부도 없다. 출입처도 잠시 잊는다. 사안이 생기면 부서를 막론하고 기자들이 프로젝트로 모인다. 둘이 붙든 다섯이 붙든 지역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 하나를 고른다. 치열하게 취재하고 검증한다. 필요하면 데이터를 뒤지고 영상을 만든다. '챙기는' 기사 열 개를 버리고 우리만 쓸 수 있는 기사 하나를 만든다. 지역민에게 신문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보도. 그걸 만드는 게 생존 전략 아닐까? 나는 그게 지역언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아, 분명 이게 저널리즘을 지키는 일 같은데'라고 생각하다 보면 환상에서 깨어난다. '그래서 돈은 어디서 어떻게 벌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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