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고충 민원’은 윤리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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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또 그로 인해 식약처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며, 그 사실은 검찰의 불기소장(불기소 결정서)에 명확히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앞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24년 8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관련 청탁을 식약처장에게 전달하고 그 알선 대가로 강씨, 양씨로부터 후원금 명목 5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알선수뢰죄 중에서 알선뇌물약속)로 김 후보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7일 이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국민적 검증 과정으로 알고 있다.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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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또 그로 인해 식약처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며, 그 사실은 검찰의 불기소장(불기소 결정서)에 명확히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26년 9월7일 취재진 앞에 서서 한 말이다. 김 후보자는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듬해인 2021년 10월, 사업가 양아무개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식약처장에게 연락해 강세찬씨가 운영하는 제약회사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ES16001)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IND)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약품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의약품을 사용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승인해줄 것을 신청하는 절차다.
불구속 기소→기소유예, 왜?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 국부 유출도 걱정되어 말씀드렸습니다.’ 김 후보자가 2021년 10월12일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이후 식약처는 2주 뒤인 10월26일 제넨셀이 만든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김 후보자는 이것을 ‘코로나19 치료제를 국외 수입에 의존하여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차원의 고충 민원 전달’ 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24년 8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관련 청탁을 식약처장에게 전달하고 그 알선 대가로 강씨, 양씨로부터 후원금 명목 5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알선수뢰죄 중에서 알선뇌물약속)로 김 후보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김 후보자의 일명 ‘코로나19 신약 로비 의혹’을 공론화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서울 서부지검이 김 후보자 수사 과정에서 생산한 문서 내용, 관련 인물들의 통화 녹취록을 소셜미디어에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의원은 9월4일 페이스북에 서부지검이 작성했다는 기소 계획 문서 일부 내용을 올렸다. 이 글을 보면, 서부지검은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김 후보자가 뇌물을 수수하지 않은 점 등 참작할 사유가 있으나, 김 후보자의 알선 행위로 강씨와 양씨가 거액의 불법적 이익을 얻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기소와 징역 8개월 구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서로 정리해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서부지검의 최종 결론은 기소유예로 바뀌었다. 기소유예는 범죄사실은 인정되나 범인의 연령, 성행(동종 범죄 전력 등), 범행 결과 등을 참작해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하는 처분이다.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에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9월6일 서부지검의 2024년 12월27일자 불기소 결정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당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상황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식약처장에게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을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식약처에서는 위와 같은 청탁에도 불구하고 본건에만 이례적인 규정 위반이나 매뉴얼 위반 없이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며, 본건 뇌물에 대해 실제 수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약속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이 김 후보자와 양씨 등의 녹취록 원문을 짜깁기해 공개하고 있고, 자료의 출처가 의심된다며 그를 비판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9월9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의원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빚어낸 캐비닛 유출, 증거 조작 등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확인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며 “한동훈 의원이 현재 제기하고 있는 여러 주장은 검찰 내에 협력자가 없으면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고, 협력자가 없고 근거가 없는 거라면 거짓 유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식약처장 “특정 제품 민원은 처음”
고충 민원이란 행정기관이 각종 민원(국민이 행정기관에 원하는 바의 처리를 요구하는 일)을 처리하면서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해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주는 경우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김 후보자가 한 일을 그의 주장처럼 ‘고충 민원’으로 볼 수 있을까. 한겨레는 김강립 전 식약처장이 2023년 9월과 12월 서부지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 한 진술 내용을 2026년 9월9일 보도했다. 김 전 처장은 ‘국회의원이 특정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하여 잘 챙겨달라고 말한 경우가 이 사건 외에도 있었나’라는 물음에 “특정 제품을 지칭하면서 잘 챙겨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전 처장은 그런 요청이 “예외적인 것은 맞다. 특히 개별 회사를 언급한 것은 더욱 그렇다”고 진술했다. 김 후보자의 민원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의 피감기관인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직접 연락해 특정 회사의 고충을 잘 살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행위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하는 공직윤리가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가 수행하는 공적 직무의 권한은 국민에게서 나오므로 국민의 이익 이외의 목적, 예컨대 사적 정치이념이나 사적 이익의 관철, 자신의 지배권력 향유 등을 위해 공직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그런 점에서 공직은 사익화 배제, 고도의 청렴성·도덕성, 객관적 중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김재광, ‘한국의 고위공직자에 요구되는 청렴성, 도덕성의 기준’, 공법학연구, 2008) 이와 더불어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아 이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취소를 주장하며 이 대통령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한 일 역시 같은 취지에서 공직윤리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한 ‘고충 민원’이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기미수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2024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권성수)는, 강씨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에 관한 거짓 내용을 기재하거나 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와 ‘위성정당 참여’ 등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7일 이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국민적 검증 과정으로 알고 있다.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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