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1억 넣었는데…'1.3억 vs 2.2억' 노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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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763만원 vs. 2억2013만원.
퇴직연금 계좌에 똑같이 1억원을 넣어둔 두 사람이 있다.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금액도 2023년 9조원에서 2024년 21조원, 지난해 48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IRP계좌로 이전한 뒤 일시금으로 수령할지 연금으로 나눠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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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763만원 vs. 2억2013만원.
퇴직연금 계좌에 똑같이 1억원을 넣어둔 두 사람이 있다. A씨는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돈을 묵혀뒀고, B씨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굴렸다. 10년 뒤 A씨와 B씨의 자산 격차는 9200만원이 넘는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노후자산의 ‘앞자리수’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12개 증권사 확정기여(DC)형 계좌의 장기 수익률이 운용 방식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이 평균 2.47%에 그친 반면 실적배당형은 8.21%에 달했다. 앞서 언급한 A씨와 B씨의 사례는 각각 이 수익률로 1억원을 10년간 운용했다고 단순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내 퇴직금 직접 굴리는 시대

퇴직연금 수익률이 중요해진 건 퇴직연금을 직접 굴리는 직장인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확정급여(DB)형이 주류였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진다. 회사가 운용을 잘하든 못하든 근로자는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퇴직급여를 받는다.
DC형은 다르다. 회사가 근로자 퇴직계좌에 정해진 부담금을 넣어주면, 이후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는 근로자가 직접 결정한다.운용수익이 나면 그만큼 퇴직급여가 늘어나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그 역시 가입자 몫이다. 퇴직연금 운용의 주도권과 책임이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실제로 퇴직연금의 무게중심도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335조9000억원 가운데 DB형이 57.3%(192조4000억원)를 차지했는데, 2024년에는 49.7%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45.7%에 이어 올해 2분기에는 40.5%까지 낮아졌다. 반면 DC·IRP 비중은 2022년 42.7%에서 올해 2분기 59.5%로 높아졌다.

돈을 굴리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DB형 적립금의 91.9%는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됐다. 반면 DC형의 펀드, ETF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비중은 33%, IRP는 44.3%로 각각 전년 대비 9.7%포인트, 10.8%포인트 상승했다.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금액도 2023년 9조원에서 2024년 21조원, 지난해 48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맡기는 연금'에서 '투자하는 연금'으로의 변화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약진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퇴직연금 내 ETF 거래가 상대적으로 편리한 증권사 계좌로 연금자산이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65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16.5% 늘어났다. 은행권 증가율은 6.6%에 그쳤다. 증권사의 전체 적립금은 아직 은행보다 작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을 활용한 적극적인 운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증권업권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임금 오르면 DB, 운용 잘하면 DC

그렇다고 DC형이 누구에게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과 근속연수 등을 토대로 받을 퇴직급여가 결정된다. 회사가 투자로 손실을 보더라도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깎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넣으면 이후 운용손익이 그대로 근로자의 퇴직급여에 반영된다.
결국 핵심은 향후 임금상승률과 기대 운용수익률이다. 승진이나 호봉 상승으로 임금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DB형의 매력이 높다.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거나 급여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자는 DC형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투자 손실을 고스란히 근로자가 감당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최근 증시가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갈아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DC형을 선택한 뒤에는 '어떻게 굴리느냐'가 중요하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이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매년 1000만원씩 총 2억원을 적립식으로 납입했다고 가정해 실제 수익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적극적으로 자산 배분을 한 경우 적립금이 4억2948만원으로 불어났지만, 대부분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한 경우 2억7220만원에 그쳤다.

실제로 수익률 상·하위 가입자의 포트폴리오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해 말 기준 수익률 상위 10%에 든 DC형 계좌는 전체 자산의 81.9%를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한 반면 하위 10%는 예·적금과 보험, 대기성자금 등을 포함한 원리금보장형에 77.8%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굴리는 건 오롯이 개인의 몫

DC형 가입자가 가장 먼저 버려야할 착각은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다. 회사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고 정해진 부담금을 납입하며 제도를 안내하지만 어떤 상품을 살지는 가입자가 정해야 한다.
다만 개별주식과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거래가 제한된다. 회사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고 정해진 부담금을 납입하며 제도를 안내하지만 어떤 상품을 살지는 가입자가 정해야 한다. 다만 개별주식이나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거래가 제한된다. 해외에 상장된 ETF도 매매할 수 없다.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은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는 규칙도 있다. ETF 중에서도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 일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계좌에 100% 한도로 담을 수 있다.
시장 변화로 자산 비중이 크게 달라졌다면 정기적인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한 번 선택한 상품을 퇴직할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유 상품을 매도해 다른 상품으로 바꾸거나 예금 등의 만기 이후 운용처를 지정할 수 있다. '예금에 두면 손해가 없다'는 생각도 절반만 맞다. 명목상 원금이 보장돼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면 자산의 가치는 줄어든다.
퇴직 이후에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IRP계좌로 이전한 뒤 일시금으로 수령할지 연금으로 나눠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율의 100%를 부담하지만,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율의 30~40%를 감면받는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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