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공유로 교단도 흔들… “학습자료 충분히 제공되면 안 해” [녹취·리셀로 얼룩진 강의실·(下)]

김지수·박소영·성은찬·오민성 2026. 9.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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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막으려 교수자가 음파교란 장비 사용
“복습 활용 못해 불편” 일부는 수강 철회
녹음 의존 적은 수업환경 변화 필요성 제기도
‘저작권 보호’ 인식 높지만 공유 경험 60%대

경기도내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경인일보DB

교육 콘텐츠 불법 공유는 교단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교수자가 직접 불법 녹취 금지에 나서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1학기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재학생 박서윤(가명)씨는 평소처럼 휴대폰 녹음 앱을 켜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확인한 녹음본에는 평소와 다른 잡음이 섞여 강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박씨는 휴대폰의 일시적 오류라고 생각하며 다음 수업에서도 녹음을 이어갔으나 잡음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씨는 얼마 뒤 담당교수에게서 잡음의 이유를 알게 됐다. 교수자 스스로 강의 녹음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음향 기술을 사용해 음파교란을 하고 있다 밝히면서다.

담당 교수의 조치 이후 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녹음을 그만둔 학생도 있었지만, 평소 AI 녹취·요약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일부 학생은 해당 과목의 수강을 철회하기까지 했다. 녹음을 복습에 활용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박씨는 “공과대학 고학년 전공 강의라 내용이 어려운데 녹음이 제한되니 복습 기회가 줄었다”고 말했다.

녹음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현장도 찾을 수 있었다. 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최민아(가명)씨는 “교수님께서 수업을 녹음하고 이를 사고 팔다가 걸리면 법적으로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들이 녹음이 불가능한 것을 쉽게 납득했다고 덧붙이며 “암기할 필요가 없는 수업이라 납득하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정윤주(가명)씨 또한 “교수님 말씀대로 토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어 녹음이 불가능한 것을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업 방식에 따라 녹음 제한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론 설명의 비중이 큰 강의에서는 복습 기회를 빼앗긴다는 불만이 나온 반면, 토론 중심 강의에서는 녹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배경에서 강의 녹음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대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재학생 김은서(21)씨는 토론식 수업에서 녹음이 적었다는 최씨의 사례에 공감하면서도 전공에 따른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씨는 “토론식 수업이 늘어나면 녹음도 줄어들겠지만 공학계열 수업은 과목 특성상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강의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녹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PPT 같은 자료가 늘어난다면 녹음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도 충분한 학습 자료가 녹음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설인영(22)씨는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은 과목을 수강하고 있지만 학습 자료가 충분히 제공돼 따로 녹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학습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면 녹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두 학생의 의견은 녹음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수업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토론 중심 수업 확대와 충분한 학습 자료 제공 등 과목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한이나 처벌뿐 아니라 학생들이 녹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학습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한 것이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벌인 ‘사교육 시장 내 저작권 침해 인식 수준 조사’에 따르면, 학생 응답자의 29.4%가 ‘친구나 지인과 학원 또는 과외 수업 자료를 공유한 경험’이 있으며 33.3%는 ‘친구나 지인과 학원 또는 과외 수업 자료를 공유한 경험’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교육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공유하거나 공유받은 경우가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33.3%로 조사됐다.

공유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6, 그렇지 않은 경우가 4일 정도로 공유 경험은 광범위했던 것이다.

이 조사에선 모순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학생 응답자의 인식은 높았지만 반대로 불법 자료를 이용하는데는 거리낌이 없는 모습도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사교육 자료의 저작권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높다고 응답했으나 응답자의 54.5%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콘텐츠 이용 의향’에 동의하며 불법 자료 이용에는 수용적 태도를 보인 부분이 그렇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위 조사를 고려하면 불법성은 어느 정도 인지하지만 행위의 위법성까지는 인식하지 않는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사들은 어떨까.

재수 전문학원으로 알려진 강남대성학원의 정석준(생명과학) 강사는 최근 자신이 직접 만든 교재가 불법으로 유포되는 일을 겪었다. 정 강사는 “학생들의 제보를 통해 유출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동종 업계 강사들 역시 이 문제를 걱정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어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자발적인 자정 작용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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