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 열풍의 명암②] 마운자로값 아끼려다 보험사기?…빈틈 노린 청구
금감원, 개인 넘어 ‘의료기관 주도형’ 보험사기 집중점검
마운자로가 '살 빼는 주사'를 넘어 의료와 보험의 기존 경계를 흔들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서 비만 관리까지 사용 영역이 넓어지고 처방이 빠르게 늘면서 건강보험·실손보험 적용, 진료기록과 보험금 청구, 적정 처방과 오남용 관리 등 새로운 쟁점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2/552795-r1dG8V7/20260912103616577nfqx.jpg)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마운자로 등 고가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실손보험의 빈틈을 파고든 우회청구로 이어지고 있다. 비만 치료 목적의 약제비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기 어렵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이를 체외충격파 등 다른 비급여 진료비로 바꿔 청구하도록 한 사례가 나타나면서다.
단순히 가입자가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허위청구를 시도하는 수준을 넘어, 의료기관이 진료기록과 청구 방식에 관여하는 유형까지 포착되고 있다. 과거 미용·성형 분야에서 반복됐던 실손 우회청구가 고가 비만치료제로 옮겨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개별 가입자보다 병·의원 단위의 청구 구조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의료인이 주도하는 비만치료제 관련 보험사기를 하반기 집중 기획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혐의가 확인된 병·의원을 중심으로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사 특별조사조직(SIU) 등 약 100명을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과도 공조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최근 의료인이 주도하는 비만치료제 관련 보험사기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비용, 다른 비급여로 '둔갑'
최근 드러난 우회청구 사례에서는 환자에게 마운자로를 제공한 뒤 보험사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체외충격파 등 다른 치료를 시행한 것처럼 기재하는 방식이 확인되고 있다. 실손보험의 통원 한도에 맞춰 진료비를 나눠 청구하는 이른바 '영수증 쪼개기' 방식도 함께 나타났다.
마운자로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제다. 현재 두 경우 모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지만, 실손보험에서는 실제 질병 치료를 위한 처방인지와 가입 약관 등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치료 목적과 보장 기준의 차이를 틈타 실제와 다른 진료비로 바꾸는 사례가 발생하는 셈이다.
의료기관이 여기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 문제의 성격도 달라진다. 가입자가 스스로 허위 서류를 만들어 보험금을 청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이 비급여 치료제를 제공하면서 보험금 청구 방식까지 제시한다면 의료기관이 보험사기 과정에 개입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고의 내용 등에 관해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보험사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알선·유인·권유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보험금을 취득한 당사자뿐 아니라 보험사기행위를 알선·유인·권유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이 개별 청구보다 의료기관의 역할을 들여다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동일한 방식의 청구가 반복된다면 한두 명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은 문제를 넘어 병·의원이 비급여 치료와 실손보험을 결합한 하나의 영업방식으로 활용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실손 적용 여부를 묻는 소비자 문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2/552795-r1dG8V7/20260912103617882wxwa.jpg)
허위청구 넘어 진료기록 왜곡 우려까지
우회청구가 반복되면 보험금 누수와 별개로 진료기록의 신뢰성 문제도 남게 된다.
진료기록은 환자의 증상과 진단, 치료 과정을 담는 의료정보다. 실제로 받지 않은 치료나 존재하지 않는 증상이 기재될 경우 향후 다른 의료진이 병력을 확인하거나 보험사가 치료 이력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할 수 있다.
마운자로처럼 하나의 약이 여러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기록의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 같은 약이라도 비만 관리와 당뇨병 치료는 보험에서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운자로를 처방하는 한 의료진은 "비만치료제는 BMI와 동반질환, 기존 질환과 복용약 등을 확인한 뒤 치료 필요성을 판단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진료기록에도 실제 환자의 상태와 처방 목적이 정확하게 남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 청구를 위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질환이나 시행하지 않은 치료를 기록하는 것은 정상적인 진료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기록은 이후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질병코드가 입력됐다고 해서 해당 정보가 모든 민간 보험사에 자동 공유되거나 곧바로 보험 가입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보험금 청구나 신규 가입 과정에서 해당 진료 이력을 확인하게 될 경우 실제 치료 내용과 기록이 다르면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나 소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 책임 역시 가담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의료기관의 설명을 정상적인 보험 처리로 믿은 경우와 실제 받지 않은 치료라는 사실을 인지한 채 허위 서류를 이용해 보험금을 반복적으로 청구한 경우를 같은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
보험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것도 마운자로라는 약 자체가 아니다. 실제 치료와 보험사에 제출된 청구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특정 병·의원을 중심으로 동일한 방식의 청구가 반복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실제 받은 진료와 보험사에 제출된 기록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며 "특정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비급여 청구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개별 가입자의 청구만 볼 게 아니라 의료기관 단위의 패턴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정상적인 질병 치료에 따른 청구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되지만, 의료기관이 개입해 보장 대상이 아닌 비용을 다른 진료비로 바꾸는 우회청구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관행이 확산할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고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