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인치] 한동훈이 살아남는 법…판 바꾸는 ‘일당백 정치’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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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멀리서 조망할 때와 가까이서 들여다볼 때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한 장면을 가까이 '줌인'해 들여다보고, 다시 '줌아웃'해 그 장면을 만든 배경과 맥락을 짚어봅니다.
한동훈 한 명과 거대 민주당이 맞붙고, 그 싸움이 정치 뉴스를 집어삼키는 풍경은 한 의원이 정치에 등장한 뒤 반복돼왔습니다.
'일당백'으로 살아남아 온 그가 '백 명의 우군 사이 한 명'이 되는 정치도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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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아웃] ‘빠’와 ‘까’ 모두 흔든다…스포트라이트의 역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정치는 멀리서 조망할 때와 가까이서 들여다볼 때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정치 1인치]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한 장면을 가까이 '줌인'해 들여다보고, 다시 '줌아웃'해 그 장면을 만든 배경과 맥락을 짚어봅니다. 익숙한 정치의 풍경을 조금 다른 거리와 각도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줌인] 페북·기자회견 '풀가동'…민주당 흔든 열흘
하루 50여 건. 최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페이스북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짧게는 몇 분 간격으로 게시물이 쏟아졌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하고, 김 후보자의 해명이 나오면 곧바로 반박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격하면 다시 맞받았습니다. 후보자 지명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처음 의혹을 꺼내든 뒤 공세는 열흘 넘게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한 번 물면 좀처럼 놓지 않는 한 의원 특유의 '공격수 정치'가 페이스북을 무대로 다시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화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습니다. 김 후보자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특정 업체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당시 식약처장에게 연락했다는 의혹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김 후보자와 브로커 간 통화 녹취 등을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했습니다. 녹취에 등장하는 '오빠'를 고리 삼아 '특수 관계를 바탕으로 한 특혜'로 의혹을 규정했고, 김 후보자에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페이스북 담벼락을 넘어 국회에서도 연일 기자회견과 백브리핑을 열며 쉴 새 없이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돼 있던 청문 정국의 무게중심도 한 의원의 연속 폭로를 거치며 김 후보자 쪽으로 점차 기울었습니다. 당초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도했다는 의혹 등에 머물렀지만, 신약 청탁 의혹이 더해지면서 판이 커진 겁니다.
김 후보자 방어에 주력하던 여당은 한 의원을 향해 화살을 겨누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수사자료 유출 게이트'로 규정하며 의원직 제명 또는 자격정지를 거론했고,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자료가 '짜깁기'됐다며 입수 경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한 의원도 "이빨을 다 뽑아드리겠다"는 등 강도 높게 실시간으로 맞받았습니다. 국무총리실 직원의 '국회 질문 논란'까지 불거지며 양측의 충돌은 한층 격화했습니다.
당적도 없는 무소속 의원 한 명을 상대로 여당 대표와 지도부, 범여권 법사위원들이 잇달아 참전했습니다. 한 의원 특유의 '일당백 정치'가 다시 한 번 극대화된 열흘이었습니다. 한동훈 한 명과 거대 민주당이 맞붙고, 그 싸움이 정치 뉴스를 집어삼키는 풍경은 한 의원이 정치에 등장한 뒤 반복돼왔습니다. 과거 이 싸움은 양쪽에 무엇을 남겼을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또 무엇이 남게 될까요.

[줌아웃] '빠'와 '까' 모두 흔든다…스포트라이트의 역설
'때릴수록 커진다.' 4년 전 서초동에 몸을 두고 여의도를 자주 오가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단골로 따라붙던 평가였습니다. 시간은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였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그를 상대로 17시간30분의 마라톤 청문회가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다수 의원과 한동훈 한 명이 번갈아 맞붙는 공방이 이어졌고, 민주당은 끝내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한 의원에겐 전국에 자신을 알린 정치 데뷔 무대가 됐습니다.
장관이 된 후에도 법사위와 대정부질문, 예결위 등을 오가며 민주당 의원 여러 명과 한 장관 한 명이 맞붙는 '일대다' 공방은 반복됐습니다. 2022년 10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당시 한 의원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의 설전 중 "장관직을 걸겠다"며 정면으로 맞받았습니다. 이후 핵심 제보자가 의혹을 부인하면서 한 의원의 체급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민주당과 맞붙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팬덤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나를 띄운다"던 2023년 한 의원의 말은 이 역설을 스스로 설명한 셈이었습니다.
2023년 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에는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하며 총선 전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끌어갔습니다. 그러나 체급이 커질수록 팬덤과 함께 '안티'도 빠르게 늘어갔습니다. 거침없는 언사로 즉각 맞받고 때로는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겨냥하는 특유의 전투 방식은 '검사 이미지'와 맞물리며 반감의 한 축이 됐습니다.
한 의원의 이 같은 '싸움의 기술'은 상대 진영을 향할 때는 강력한 무기였지만, 같은 진영 안에서 발휘될 때 되레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은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였습니다. 한 의원이 경쟁자 나경원 의원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을 공개하며 거세게 몰아붙이자 당내에서는 "검사 습관" "비열하다" 등 민주당이 한 의원에게 쏟아내던 것과 닮은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 김승원 후보자 관련 공방에서 쏟아지는 민주당의 집중포화는 한 의원에겐 사실상 고마운 일입니다. 이번에도 민주당의 공세를 먹고 한 의원의 정치적 체급은 또 한 번 불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지원사격이 미온적인 건 한 의원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결국 한 의원이 돌아가야 할 집이기 때문입니다.
친한계에선 한 의원을 복당시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투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다수 의원들은 관망하고 있고, 지도부에선 "혼자 밖에서 노시라"(조광한 최고위원)며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같은 곳(김승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같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 의원의 '일당백'은 스스로 선택한 무기인 동시에, 혼자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만들어낸 숙명이기도 합니다.
민주당과 잘 싸우는 최전방 공격수를 다시 한 팀으로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꾸만 묘한 경계심이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금 한 의원의 활약을 불편하게 보는 우리 당 사람들의 머릿속엔 '저 독설이 언젠가 또 우리를 향할 수 있겠다, 중요할 때 혼자 돋보이려 하겠구나, 피곤하다' 이런 생각들이 강한 것 같다." 홀로 찌르고 막으며 정치적 무대를 넓혀 온 장점이, 함께 싸울 동료의 자리를 좁히는 '스포트라이트의 역설'입니다.
더 크고 긴 정치적 승부를 앞둔 한 의원에게 이제 필요한 건 혼자 백 명과 싸우는 힘이 아니라, 자신 옆에 백 명을 세우는 힘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한동훈의 다음 승부는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뜨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자기 곁에 남기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 '일당백'으로 살아남아 온 그가 '백 명의 우군 사이 한 명'이 되는 정치도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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