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일주일 새 14달러 급등했는데 주유소 기름값은 17주째 하락...왜?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확산으로 국제 유가가 일주일 새 배럴당 14달러 넘게 뛰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7주 연속 하락했다.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는 데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 가격제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 급등분이 아직 국내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이달 말부터 기름값에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 17주 연속 하락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6~1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859.1원으로 전주보다 1.1원 내렸다. 17주 연속 하락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전주보다 1.3원 내린 1905.3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0.9원 하락한 1832.1원으로 가장 낮았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1862.3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가 1849.2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도 전주보다 0.5원 내린 1844.0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유소와 달리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이번 주 배럴당 114.7달러로 전주보다 14.4달러 급등했다. 일주일 만에 약 14% 오른 것이다. 국제 휘발유 가격도 9.9달러 상승한 131.2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5.6달러 오른 170.4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확산하면서 원유 생산과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 영향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데 국내 주유소 가격은 오히려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차’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다음 날 주유소 가격표가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와 경유로 정제하고 이를 주유소에 공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유소도 이전 가격에 공급받아 저장해 둔 재고를 먼저 판매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이번 주 국제 유가가 급등했더라도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에는 2~3주 전 국제 유가의 영향이 더 크게 남아 있는 셈이다. 최근 국제 유가 급등분은 이달 말 이후 국내 기름값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최고가격제도 방파제…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천천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도 국내 가격의 변동 폭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9차 석유 최고 가격을 8차와 동일하게 지정했다. 휘발유는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최고 가격은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휘발유 L당 1784원 이하로 묶는 제도가 아니다. 정유사 등이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단계에서 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세금과 유통 비용, 주유소 마진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실제 주유소 판매 가격은 이보다 높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정유사가 상승분을 국내 공급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주유소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때는 국내 가격 하락 폭 역시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기에 최고 가격제로 국내 공급 가격 상승 폭이 이미 제한된 만큼 이후 국제 유가가 내려도 국내 가격에서 빠질 수 있는 폭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유소가 보유한 재고와 유통 과정의 시차까지 더해진다.
현재의 높은 국제 유가가 이어지면 최근 상승분이 이달 말부터 국내 주유소 가격에 차례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달 말 10차 석유 최고 가격을 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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