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도 호캉스도 ‘찰떡케미’… 올 추석엔 전통주로 다 같이 ‘짠’[이설의 한입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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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식재료의 탄생과 변화, 맛에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들여다봅니다.
입안을 깨끗이 씻어 주고 묵직한 뒷맛을 정리해 줄 전통주가 필요하다.
한두 잔만으로도 다채로운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거나, 색과 디자인이 뛰어나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선사하는 전통주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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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식재료의 탄생과 변화, 맛에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들여다봅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의 풍요로움은 여전하지만, 연휴를 보내는 방식은 다채로워졌다. 대가족 모임을 비롯해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나 홀로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연휴를 어떻게 보내든 명절 기분을 내는 데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특히 민족 고유의 명절인 만큼 전통주를 찾는 이가 많다.
최근 전통주는 막걸리와 약주는 물론 증류식 소주, 한국 와인 등으로 다변화했다. 전통주를 고를 때는 브랜드나 도수보다 음식과의 궁합, 함께 마시는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전진아 박사, 방송인 겸 전통주 소믈리에 김민아 씨가 추석에 즐기기 좋은 상황별 맞춤 전통주를 소개한다.

명절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
전, 갈비찜, 잡채, 산적 등 추석 음식은 보통 기름지다. 입안을 깨끗이 씻어 주고 묵직한 뒷맛을 정리해 줄 전통주가 필요하다. 시원한 탄산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하고 기분 좋은 과일 향을 남겨주는 술이 제격이다.
손막걸리(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을 지녔다. 기름진 음식과 탄산은 찰떡궁합이다. 치킨과 생맥주, 피자 햄버거와 콜라, 푸아그라와 샴페인 조합에서 보듯 시원한 탄산이 입안을 상쾌하게 씻어준다. 손막걸리는 병뚜껑의 미세한 구멍으로 탄산이 빠져나가는 일반 생막걸리와 달리 탄산을 용해시켜 샴페인만큼 강렬한 탄산을 지녔다. 전통 누룩(麴)에서는 사과 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우렁이쌀 청주(양촌양조)
‘우렁이쌀 청주’는 충남 논산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무농약 찹쌀을 장기 저온 숙성해 만든 술이다.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은은한 곡물의 단맛과 정갈한 풍미가 돋보인다. 맑은 질감과 산뜻한 산미가 기름진 명절 음식의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 준다. 향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기품 있다.
담골드(내올담)
‘담골드’는 경기미 멥쌀만을 사용해 빚는다. 5주간 발효하고 10주간 숙성해 완성된다. 풍부한 과실 향과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 그리고 산뜻한 산미가 텁텁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갈비찜 같이 양념이 강한 음식이나 나물류와도 좋은 조화를 이룬다. 2026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약주 부문 대상을 받은 제품이다.

선물하기 좋은 전통주
명절 선물용 전통주는 지역성, 원료, 제조 방식, 숙성 과정, 그리고 술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역 대표 농산물을 사용하거나 지역 문화와 생산자 철학을 담고 있는 술은 선물의 의미를 더한다.
고운달(오미나라)
진정한 선물의 가치는 내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것을 주는 데 있다. ‘고운달’은 경북 문경 오미자를 발효해 3년에 걸쳐 만든 와인을 프랑스 샤랑트 증류기로 내려 백자(白瓷)에서 숙성시켰다. 52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은은하게 차오르는 여운이 일품이다. 한 병에 36만 원으로 귀한 자리에 어울리는 선물이다.
자자헌주(석이원주조)
조선시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명주 ‘황금주’를 모태로 빚은 17도 약주다. 임금에게 진상하던 국화 품종 어자국(御滋菊)의 쌉쌀함과 솔잎의 상쾌함이 균형을 이룬다. 세 번 덧술하는 삼양주(三釀酒) 방식으로 발효 층위를 차분히 쌓아 올렸다. 첫 향에서는 떡을 찌는 듯한 구수함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고, 뒤이어 국화 특유의 쌉쌀한 풍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한다. 정성 들여 빚어내는 과정 자체가 선물의 품격을 더한다.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수도산와이너리)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는 경북 김천의 청정 환경에서 유기농 재배한 산머루로 만든 한국 와인이다. 산머루는 기후와 수확 조건에 따라 매년 풍미가 달라져 빈티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쳐 깊고 복합적인 향을 자랑한다. 수준 높은 한국 와인의 정수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혼술하기 좋은 전통주
혼술은 편하지만 다소 적적한 느낌도 준다. 이럴 때는 술맛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중요하다. 한두 잔만으로도 다채로운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거나, 색과 디자인이 뛰어나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선사하는 전통주가 적지 않다.
추사50(예산사과와인)
‘추사50’은 한국 위스키의 길잡이라고 불린다. 충남 예산 사과를 발효한 뒤 증류하고 오크통에서 숙성한 50도 사과 증류주다. 단단한 오크 향 뒤로 이어지는 은은한 과실 향과 매끄러운 목 넘김으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매년 품절 대란을 일으킨다. 도수는 높지만 인위적인 단맛이 없어 사과 본연의 깊은 맛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브라운 아울 포트 캐스크 100프루프(온 증류소)
‘브라운 아울 포트 캐스크 100프루프’는 경기 광주 참살이 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를 포트와인 캐스크에서 3년가량 숙성했다. 위스키 잔에 따랐을 때 빛나는 옅은 갈색과 은은하게 도드라지는 미네랄 풍미가 매력적이다. 이름의 ‘100프루프’는 알코올 도수 50도를 의미한다. 묵직함이 부담스럽다면 얼음을 띄운 온더록이나 하이볼로 가볍게 즐겨도 좋다.
담은(포천일동막걸리)
‘담은’은 생쌀을 발효시켜 만든 프리미엄 생막걸리다. 우유처럼 하얗고 몽글몽글한 질감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인공 감미료 없이 쌀 특유의 고급스러운 단맛과 구수한 풍미를 극대화해 목 넘김이 부드럽다. 탄산이 적고 크리미한 질감 덕분에 가벼운 주전부리만 곁들여도 근사한 혼술상이 완성된다.

가족과 여행 가서 마시기 좋은 전통주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개성이 뚜렷한 제품보다 호불호가 적은 술이 어울린다. 부드러운 과실주나 단맛과 산미가 균형을 이루는 술이라면 세대 간 취향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차차(술담화)
차례(茶禮)란 차를 올려 예를 갖춘다는 뜻으로 불교를 국교로 삼은 고려시대 진다(進茶) 문화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차 문화가 사라지고 제의에는 술을 올리게 됐다. 술담화의 증류주 ‘차차(CHATCHA)’는 이렇게 갈라진 차와 술을 다시 이어 붙인 술이다. 경북 예천산 사과 오미자 단수수를 발효해 증류한 원액에 오크 숙성 대신 찻잎을 직접 우려내 향과 여운을 입혔다. 원액 그대로도, 얼음을 넣은 하이볼로도, 따뜻한 물에 타 차처럼도 응용이 가능해 여행지에서 나눠 마시기 좋다.
베리와인1168 캠벨 스위트(블루와인컴퍼니)
충북 영동군에서 재배한 캠벨얼리 포도 100%로 빚어낸 한국 와인이다. 풍부한 포도즙과 붉은 베리류, 딸기잼을 연상시키는 달콤한 풍미가 특징이다.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뛰어나고 타닌이 떫지 않아 레드 와인이 낯선 부모님 세대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차갑게 칠링하면 신선한 과실 향이 더욱 살아나며 치즈, 과일, 디저트뿐 아니라 치킨이나 닭강정과도 두루 어울린다.
천비향 약주(좋은술)
경기 평택의 최고급 쌀과 누룩으로 다섯 번 빚어내는 오양주 기법을 적용한 프리미엄 약주다. 3개월 이상 장기 발효와 숙성을 거쳐 오묘하고 깊은 풍미를 완성했다. 은은한 과실 향과 꿀처럼 맑고 영롱한 빛깔이 여행 분위기를 돋운다. 쌀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시작해 정갈한 산미와 묵직한 바디감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입안에 맴도는 부드러운 잔향은 가족 간의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촉매제가 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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