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엔 ‘파병’, 우크라엔 ‘천궁’…트럼프의 ‘안보 청구서’

김은별 미국 통신원 2026. 9.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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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향해 전방위적인 '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에 한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를 위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를 활용해야 한다는 미국 내 주장까지 등장했다.

해당 칼럼을 쓴 마크 티센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 지원을 거부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분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요격미사일을 한국이 공급하면 미군의 패트리엇 공급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한국으로서는 관계를 개선할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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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에 휘말린 한국…통상·외교 얽힌 복잡한 손익계산서
참여하면 중동발 역풍, 거부하면 동맹 부담…다가온 ‘선택의 시간’ 

(시사저널=김은별 미국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향해 전방위적인 '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에 한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를 위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를 활용해야 한다는 미국 내 주장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방부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보내면서 파병 가능성에 대비한 실무 검토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호르무즈 공조 방안이 논의되는 등 외교적 움직임이 빨라진 가운데, 안보와 통상이 고차방정식처럼 얽힌 한미 동맹의 복잡한 손익계산서에 워싱턴DC와 외신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이란, "위험한 선택엔 대가 따른다" 공개 경고

트럼프는 한국이 이란 전쟁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축소까지 결정했다. 백악관이 한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 통보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백악관은 현재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는 있는 상황이다. 

천궁-Ⅱ 문제는 또 다른 압박 카드다. 트럼프는 9월4일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해야 한다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직접 공유했다. 이 역시 백악관의 공식 요구와는 구분해야 하지만, 트럼프가 직접 관련 주장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에 군사적 대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안보와 통상을 하나로 묶어 흔드는 '패키지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요구에 대해 "동맹국에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지우는 대신 미군의 자원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일관된 고립주의, 자국 우선주의 노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천궁-Ⅱ 우크라이나 지원론 역시 철저히 계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칼럼을 쓴 마크 티센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 지원을 거부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분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요격미사일을 한국이 공급하면 미군의 패트리엇 공급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한국으로서는 관계를 개선할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주장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는 실익이 크다. 호르무즈에서는 미군의 작전 부담을 동맹국과 나눌 수 있고, 천궁-Ⅱ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면 미국산 패트리엇의 부담도 일부 줄일 수 있다.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요구에 얼마나 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효과도 있다.

반면 한국의 셈법은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선 호르무즈해협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은 호르무즈해협에 걸린 경제적 이해관계가 막대하다. 원유 수입량의 약 61%, 나프타 수입량의 약 54%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미 중부사령부가 해상 공세를 강화하며 해협 통과 원자재 선박이 하루 한 자릿수 수준까지 급감한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봉쇄되거나 이란의 보복 공격이 구체화하면 국제유가 폭등과 물류비 상승으로 한국의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편 청구서에 적힌 안보 리스크는 더 혹독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파병 움직임과 관련해 SNS에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한글 경고문까지 게시하며 한국의 군사적 개입을 미국의 침략 행위 공모로 간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천궁-Ⅱ 역시 방산 업계에는 기회일 수 있지만, 만약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해석되는 순간 러시아와의 관계 파탄 및 북·러 군사 밀착의 명분을 제공해 한반도 안보를 악화시키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한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이라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에 묶여 있지만, 미국의 군사작전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 국내의 거센 반발과 중동 내 외교적 고립이라는 가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이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했을 때 따르는 후폭풍과 자국 국익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마주한 가장 복잡한 딜레마"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은 이미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 경제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역할을 요구받는다면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얼 위해' '어디까지' 기여할지 정하는 게 핵심

미국의 동맹국이 모두 이런 군사적 요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란 점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 3월 일본과 호주 등은 호르무즈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독일과 그리스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선을 그었다. 영국 역시 해협의 재개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과 이란 전쟁 자체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라고 구분했다. 한국이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요구에 먼저 군사적으로 응할 경우 동맹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미국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전면 거부하기보다 역할의 범위와 조건을 명확히 설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호르무즈에서는 항행 안전과 수색·구조 등 방어적 임무에 집중하고,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직접 편입되는 것은 피하는 방식이다. 만약 파병이 이뤄지더라도 작전 범위와 지휘체계, 유사시 철수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산 수출과 직접적 군사 개입을 구분하는 방안 등도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이 글로벌 안보 부담 분담을 요구한다면, 한국도 한반도 방위에 대한 확장억제와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향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나 다른 지역의 군사적 역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지금 계산해야 할 것은 단순히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기여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미 동맹은 유지하되 모든 미국 군사작전에 자동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세우는 것,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가 정부의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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