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은행'이 온다…은행원이 된 AI

임유경 2026. 9. 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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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은행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 산업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영업점 없이도 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AI 네이티브 은행은 AI 에이전트가 각종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은행 내부의 운영 구조까지 바꾸려는 시도다.

단순한 질의응답이나 자료 검색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업무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최재홍 가천대 교수는 "현재 국내 은행들의 AI 에이전트 도입은 내부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어 비교적 빠르게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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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은행, 공장 로봇서 착안한 ‘AI 네이티브 은행’ 실험
은행 인프라에 AI 내재화…조직·운영 AI 중심으로
월가도 AI 에이전트 확산…BNY, AI에 ID 부여
대규모 감원보다 직무 재편…AI 고급인력 수요 커져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은행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 산업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영업점 없이도 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AI 네이티브 은행은 AI 에이전트가 각종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은행 내부의 운영 구조까지 바꾸려는 시도다. 이 과정에서 인력과 조직 구조의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독일 은행의 AI 네이티브 은행 실험

독일 은행 솔라리스(Solaris)는 지난 3월 ‘유럽 최초의 AI 네이티브 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약 6개월째 은행의 업무와 조직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솔라리스는 독일에서 정식 은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서비스형은행(BaaS)과 임베디드 금융 등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다.

솔라리스는 지난 10일 공개한 글에서 AI 네이티브 은행을 기존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추가하는 ‘AI 퍼스트’ 은행과 구분했다. AI를 은행 인프라에 내재화해 업무 프로세스가 설계·통제·운영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상품 차별화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더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 뒤에서 작동하는 업무 프로세스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라리스는 현재 약 400명의 직원 가운데 20%를 감축하는 등 조직 재편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모든 업무를 AI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반복 업무는 자동화하되, 복잡하거나 고객과 정서적 소통이 필요한 업무는 사람이 주도하고 AI가 이를 보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미지=AI 생성
솔라리스의 실험은 은행의 새로운 운영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슈테펜 옌치 솔라리스 최고경영자(CEO)가 AI 네이티브 은행의 아이디어를 얻은 계기는 제조업 현장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장에서 소수의 사람이 수많은 로봇의 작업을 감독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융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생산성 혁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월가도 AI를 ‘직원’으로…업무·직무 재설계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시작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BNY, UBS,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씨티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자산관리와 고객확인, 트레이딩, 자금관리 등으로 AI 에이전트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이에 맞춰 사람과 AI의 역할도 새롭게 나누기 시작했다. 피터 토렌테 KPMG 미국 은행 부문 대표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은행들과 함께 전체 직무를 분석해 사람만 담당할 업무와 사람·AI가 함께할 업무, AI 에이전트가 담당할 업무를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PMG가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은행의 51%가 AI 에이전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는 AI 에이전트를 직원들의 업무 보조로 활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계좌와 회의 내용, 이메일 등을 분석해 재무상담사에게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고, 상담사가 고객과 거래를 결정하면 AI가 후속 거래와 자금이체까지 처리할 수 있다. UBS는 AI를 통해 재무상담사가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업무 시간의 70%를 고객과 대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NY는 여기에서 한 단 계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를 아예 ‘디지털 직원’으로 부른다. 특정 업무를 배정하고 로그인 아이디(ID)를 부여해 실제 내부 시스템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 관리자는 AI를 교육하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점검한다.

골드만삭스도 앤스로픽과 손잡고 트레이딩과 거래 회계, 고객 검증·온보딩 등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기업 자금관리 분야를 에이전틱 AI가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씨티도 AI 기반 가상 자산관리 ‘팀원’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은행도 AI 에이전트 확산…업무 현장 속으로

국내 금융권도 AI 에이전트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KB 위드(With) AI’ 전략 아래 영업현장·고객상담·컴플라이언스 등 59개 주요 업무 영역에 연말까지 3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질의응답이나 자료 검색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업무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각 부서가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발굴·개발하는 ‘1부서 2에이전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전 계열사에 총 1800개의 AI 에이전트를 구축·적용한다는 목표다. 일부 부서에 AI를 시범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재홍 가천대 교수는 “현재 국내 은행들의 AI 에이전트 도입은 내부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어 비교적 빠르게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음 단계는 고객 상담이나 계약 전 단계까지 AI가 담당하는 대고객 서비스로의 확장”이라며 “내년부터 금융권의 AI 활용이 내부 업무를 넘어 고객 접점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I 에이전트가 은행 업무와 운영 전반에 확산하면서 은행 인력 구조도 달라질 전망이다. 반복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줄어드는 반면 AI를 개발·관리하거나 고난도 상담과 의사결정을 담당할 인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AI 확산이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케임브리지대 저지비즈니스스쿨이 올해 발표한 ‘2026 글로벌 금융서비스 AI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회사 응답자의 58%는 AI 확산으로 자신의 회사에서 순고용이 늘거나 기존 인력의 재교육·직무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순고용 감소를 예상한 응답은 24%였다.

최 교수는 “AI 도입으로 은행 인력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기존 직원들은 금융업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AI 활용 역량을 더하는 방향으로 재교육되고 역할도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앞으로는 특정 기술과 전문 지식을 갖추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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