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KAI, 공정위 재심사 땐 '공급망 봉쇄'가 변수

노경은 기자 2026. 9. 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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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독과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실제 한화가 KAI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기준은 단순히 '방산 빅4가 빅3가 되느냐'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 지분 구조에서는 한화가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일반심사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화의 KAI 인수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공정위 심사는 사실상 다시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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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15.89%는 지배관계 미형성 판단···최대주주·임원 겸임 땐 재심사
수직결합 핵심은 ‘시장봉쇄 효과’···KAI 조달 독립성·한화 시너지 함께 따질 듯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사진=한화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독과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실제 한화가 KAI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기준은 단순히 '방산 빅4가 빅3가 되느냐'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KAI와 한화 계열사가 완제기와 핵심 부품·장비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가 KAI의 공급망에 접근할 기회를 제한하는 시장봉쇄 효과가 향후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공정위가 승인한 것은 한화의 KAI 지분 15.89% 취득이다. 한화가 KAI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결합 자체를 심사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현 지분 구조에서는 한화가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일반심사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화의 KAI 인수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공정위 심사는 사실상 다시 출발하게 된다. 공정위는 한화가 향후 KAI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 또는 대표이사를 겸임하면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는 시장 획정부터 시장점유율, 경쟁제한 효과 등을 살피는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15.89% 승인과 'KAI 인수' 심사는 다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현재 KAI의 2대 주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해 합산 지분율은 15.89%다. 최대주주는 26.41%를 가진 한국수출입은행이며 국민연금공단도 8.75%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두 기관의 지분을 합친 정부 측 지분율을 35.16%로 보고, 현 단계에서 한화가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화가 향후 수출입은행 지분 등을 넘겨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상황은 성격이 달라진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지배관계가 형성된 결합에 대해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시장집중도와 경쟁제한 효과 등을 단계적으로 판단한다. 특히 생산·유통 단계가 서로 연결된 기업 간 '수직결합'에서는 시장봉쇄 효과와 사업자 간 협조 가능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KAI는 KF-21 등 군용 항공기를 설계·제작하고 각종 장비를 하나의 완제기로 통합하는 체계종합업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을, 한화시스템은 KF-21의 AESA 레이다를 비롯해 임무컴퓨터, 다기능시현기, 음성신호제어관리시스템, 전자광학 타게팅 포드, 적외선 탐색·추적장비 등 핵심 항전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경우 공정위가 따져볼 수 있는 핵심 가운데 하나가 시장봉쇄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말하는 시장봉쇄는 결합기업이 경쟁사의 원재료나 부품 조달, 판매처 접근 등을 어렵게 만들어 경쟁할 기회를 축소하는지를 뜻한다. 단순히 한화의 전체 방산 매출이 커지는지를 따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실제 심사 단계에서는 KAI의 공급망 운영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화가 KAI를 지배한 뒤 한화 계열 장비의 채택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지는지, 경쟁 관계에 있는 외부 업체가 KAI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드는지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취득한 경쟁업체의 가격·기술·사업 정보가 계열사로 전달될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지도 논점이 될 수 있다.
KAI 본사 전경 / 사진=KAI

◇'봉쇄'만 보는 것도 아냐···수직계열화 시너지도 심사 변수

반대로 한화와 KAI가 한 그룹에 묶인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정위 심사체계는 경쟁제한 효과와 함께 기업결합으로 발생하는 효율성 증대 효과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결합을 통해 생산비용이 낮아지거나 연구개발·투자 효율성이 높아지고 소비자 편익 등이 확대되는지가 경쟁제한 우려와 함께 비교 대상이 된다.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일부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KF-21, FA-50 플랫폼에 항공무장을 체계통합하고 항공기와 항공무장의 공동 수출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항공기 플랫폼과 항공무장을 묶은 패키지 수출 확대에 뜻을 모았다.

향후 실제 기업결합 심사가 이뤄질 경우 수직계열화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한화 계열사와 경쟁하는 기업이 KAI 사업에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KAI가 기술과 가격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공급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기업결합 심사의 결론은 업체 수 자체보다 실제 관련시장의 구조와 경쟁제한 효과에 좌우된다. 한화가 향후 KAI의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면 결국 공정위가 확인할 것은 '빅4가 빅3가 되는가'라는 숫자보다 KAI의 공급망이 결합 이후에도 경쟁업체에 열려 있는지, 수직계열화에서 발생하는 효율성이 경쟁제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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